제1부 간격 13/금요일의 도서관 14/책을 염하다 16/결정장애 18/책의 시간 19/책의 프로필 20/글자는 도착하지 않았다 22/나는 누구일까요? 24/책꽂이 26/사서의 페이지 27/내일이면 28/도서관 납골당 30/새벽 배송 32/황제나비 34
제2부 스마일 만두 37/복숭아나무 A 38/트라우마 40/겨우살이 42/미소고래의 기억 43/숨바꼭질 44/낮은 의자가 필요한 시점 46/너 그거 알아 48/감기 빌런 49/욕의 비밀 50/이모티콘 52/악어와 악어새 54/산행의 목적 55/선종과 선종 56/하얀 타투 58
제3부 아버지의 루틴 61/귀잠 62/코끼리의 귀환 64/오래된 아파트 65/냉장고의 일 66/걸 살 누 죽의 법칙 68/꽃구경 69/치매를 쫓는 시간 70/호야 72/우리들의 꽃밭 73/1도 74/무꽃 필 무렵 76/주상절리 77/홍콩야자와 나도제비난 78/고마워의 진화 80
제4부 정답 찾기 83/블랙아웃 84/함께 찾아주세요 86/7고사실 87/웃음과 울음은 닮았다 88/반딧불이처럼 90/내용증명 91/악어를 찾는 법 92/운동(運動) 94/대동풀빵여지도 96/흔들리지 않는 풍경 97/칼, 경전을 쓰다 98/런치 쇼 100/8시 15분 102
해설 고영(시인)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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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3155383
811.15 -24-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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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000123234
811.15 -24-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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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15 -24-1973
부산관 종합자료실(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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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지혜의 파수꾼’을 만나는 시간
2002년 《문학공간》으로 등단한 김미경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사서의 페이지』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85로 출간되었다. ‘도서관 사서’라는 매력적인 직업을 가진 김미경 시인의 이번 시집은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도서관이라는 공간과 사서라는 직업에 대한 반전들로 가득하다. “나는 책의 장례지도사”라는 시인의 놀라운 변주(變奏)에 이르러 독자들은 아마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또한 책의 감정과 대출자의 심리까지도 두루 살피는 사서의 자세에 짐짓 숙연해지기도 할 것이다. 이 시집을 펼치는 순간 독자들은 ‘지혜의 파수꾼’을 만나는 행복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 해설 엿보기
사계절의 변화를 한눈에, 그것도 손바닥 위에서 확인하고 체감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눈 녹은 자리에 꽃 사태 지고 녹음 푸르렀나 싶으면 그 그늘에 낙엽 모였다가 성긴 바람에 흩어져 빈자리만 선연하게 남는 광경을 우리는, 식탁 위에서, 카페에서, 도서관에서 간단한 터치만으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가까운 이들의 안녕과 부재까지도 앉은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첨단 기기 문명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고 있는 것이다. 문명의 발달에 의한 편리(便利)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지만, 인간은 진화 중이고 사회는 진보하고 있다. 작금의 전자 기술 문명은 쫓아가기 버거울 만큼 우리의 생활 습관을 훨씬 앞서가고 있다. 이런 현상을 혹자는 이렇게 분류하기도 한다. 인쇄술 이전(Logosphere)과 인쇄술 이후(Graphosphere), 그리고 시청각 기기 이후(Videosphere)로 문명사를 나누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인간은 정보 습득의 90% 이상을 시각과 청각에 의존한다. 보고 듣는 것이 감각 활동의 대부분인 셈이다. 앞의 분류는 감각 활동을 정보 수집이라는 측면에서 나눈 것이다. 인쇄 즉 활자, 책이 발명되기 이전에 정보는 구술(口述)로 전승되어 왔다. 반면 대량 인쇄가 가능해진 이후의 정보는 책의 형태로 기록되어 후대에 전해졌다. 둘 다 인간 존재의 기억력이 중요한 매체였다. 반면 시청각 기기는 필요한 정보를 순간적으로 무한 재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방식의 기억력을 요구한다. 어쩌면 장기 보존 기억보다 인덱스처럼 기억을 분류하는 작업이 더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변화가 고스란히 함축된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묵은 책 먼지의 향기와 더불어 정보의 플랫폼 혹은 디지털 아카이브로 다시 가치가 재조명되는 곳이다. 거기, 고독한 존재가 있다. 자신 스스로 “나는 책의 장례지도사”(「책을 염하다」)라고 지칭한 김미경 시인은 사서(司書)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 존재의 특성은 시간의 파동만큼 거소(居所)의 지형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면 이 시집 『사서의 페이지』에는 어떤 내용, 혹은 무늬가 새겨져 있을까. ‘시인의 말’에서 “영원이라고 적자.”고 한 김미경 시인의 표면과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일로 글을 시작해야겠다.
표지를 넘기니 여백이다 한 장을 더 넘기니 백면이다 또 한 장을 넘겼다 두 마리 나비가 나란히 아래에 배치되어 있다
줄무늬 애벌레는 삼 년 만에 알을 까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초록 줄무늬가 미친 듯이 몸속으로 들어왔다 애벌레를 따라 기둥으로 올라간다
목적지가 없는 길을 따라 아우토반 무제한 구간에 들어가 있다 까꿍 아기들에게는 반짝이는 놀이다 마법 천자문과 흔한 남매는 인기짱이다 학습이 필요한 중고생은 참고서를 밥 먹듯 해야 한다 성장이 멈춘 아이는 더 이상 올라가지 않으려 한다 미끄러져 내려오는 사람들은 지루한 일정이라 속삭거린다
마지막 페이지를 날려보낸다 ― 「황제나비」 전문
아시아 대륙에 ‘호랑나비’가 있다면 아메리카 대륙에는 ‘황제나비’가 있다. 좀 더 정보를 찾아보니 ‘황제’는 몸통과 날개의 보색 때문에 붙여진 것이지 생태 때문은 아니란다. 황제나비는 캐나다 어디에서 멕시코 어디까지 거의 3000km 이상을 생존과 번식을 위해 이동한다. 북아메리카를 종단하는 셈이다. 나비라고 부르는 성충의 일생은 극히 짧아서 한 세대가 그 종단을 완수할 수는 없다. ‘운명’, 혹은 요즘 말로 ‘DNA’의 명령에 따라 살아서는 닿을 수 없는 길을 떠나는 것이다. 인용 시에서 시인은 ‘황제나비’를 통해서 ‘생’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표지를 넘기니 여백이다 한 장을 더 넘기니 백면이다 또 한 장을 넘겼다 두 마리 나비가 나란히 아래에 배치되어 있다”라는 표현 속에는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다. 한 생의 첫 얼굴은 ‘여백’이라는 것인데 가능성이나 혹은 기원으로 읽을 수도 있다. 우리는 나비의 현란한 색과 날갯짓을 보지만 또 한 꺼풀을 벗겨내도 생의 얼굴은 ‘백면’이다. 여기서 ‘백면’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이 물음은 이번 시집의 존재론적 해석의 키가 될 것이다. 화자는 또 한 장을 넘겨야만 겨우 ‘아래에’ 배치된 두 마리 나비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아래’라는 방향을 시인의 지향점으로 읽기로 한다. 황제나비의 생태와 이 시, 혹은 이 시집을 읽으면 다채로운 세상이 열린다. ― 고영(시인)
책속에서
스테디셀러와 안 읽은 책의 거리는 한 뼘
책은 맛있게 먹히기 위해 기어이 기다리고 꼿꼿하게 익고 있다
책은 햇살 가득한 풍경에 혼자 울다가 가슴속으로 사람들 기척을 품는다
가만히 읽는다
창으로 스민 사선의 빛이 정물이 된 그녀를 읽는다 —
「간격」 전문
책 속에 살던 네안데르탈인의 그림자가 조금 기울어졌다
계급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종렬(縱列)이다 인간은 모두 실험실에서 인공 부화한 인물들, 선택받지 못한 사람은 미개인으로 취급된다
밤이나 낮이나 누군가의 손길을 꿈꾸는 파란 눈동자 소마에 취해 있다
사랑과 가족이 없는 세상 종교와 예술은 그림자일 뿐 위조된 활자들이 생을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알고리즘 세상 네안데르탈인은 외롭다
내일이면 잃어버릴 욕망을 읽고 있다 아직 오지 않는 시간을 읽고 있다
책장 속에서 바래져 가고 있는 책을 뽑았다 —
「책의 프로필」 전문
아침 일 분은 초 단위로 흘러간다. 붉은 벽돌 건물을 들어가 올라가는 계단에서 마주한 에머슨, 로랜스, G 도슨, 이황, 시저, 신용호, W. 워즈워스, 초오서, 생피에르가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길게 늘어진 줄, 줄 인사를 건네며 들어간 도서관은 잠에서 깨어난다. 블라인드를 올리고 창문을 열고 컴퓨터를 켜고 아무런 심사 없이 대출한다. 반납을 받는다. 찢어져 너덜거려도 받아준다. 연체를 해도 반납하면 바로 빌려준다. 오일장이 재연되는 이십 분이 지나고 종소리에 우르르 몰려 나가는 아이들의 발소리에 소란도 같이 따라간다. 적막이 스며드는 틈에 커피를 내린다. 아침 커피는 습관이다. 쉼이 필요한 시간에 침묵은 휴식이다. 책 수레에 누워 거꾸로 있는 책을 차곡차곡 분류하고 제자리에 꽂는다. 종소리에 아이들은 난장을 끌고 들어와 읽지 않는 책을 빌려 가기도 하고 읽고 싶은 책을 못 찾을 때도 있다. 이만 삼천백칠십칠 권의 책 중에 볼 것이 없다고 그냥 가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