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수필문학진흥회는 두 개의 상을 제정하여 시상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현대수필문학대상이고 다른 하나는 현대수필문학상입니다. 현대수필문학상 수상 작품집은 박연구 발행인 때 손광성 선생의 기획으로 을유문화사에서《현대수필문학상 수상작가 대표작선》(2000년 5월)을 발간했으나, 현대수필문학대상 수상 작품은 지금까지 출판하지 못했습니다. 의당 대상 수상 작품집을 먼저 출판해야 맞겠지만 한 권 분량이 되지 않아 발간하지 못했습니다. 2024년에 이르러서야 총 15명의 수상자가 나오면서 비로소《현대수필문학대상 수상작품집》을 출판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현대수필문학대상은 초기인《수필문학》시절 3회까지 매년 수상자를 내었으나《수필공원》17년 동안은 평균 4년마다 한 명씩 수상자를 내게 되었는데, 김태길, 차주환, 박규환, 김병규 4명이 수상하였습니다. 1999년부터《에세이문학》의 제하에 2024년까지 25년간은 장돈식, 정진권, 허세욱, 손광성, 맹난자, 김우종, 염정임, 최민자 총 8명이 수상하였습니다. 재정적인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수상할 만한 작가가 나타나지 않으면, 길게는 7년 짧게는 2∼3년에 한 번씩 기다려 상을 시상하게 된 것입니다. 상을 매년 주게 되면 받을 만한 작품이 아닌데 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형식적인 시상제도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1977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 47년 동안 단 15명에게만 상을 주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수필문학대상은 자타가 인정하는 한국수필문단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 되었습니다.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1회 피천득, 2회 이희승, 3회 김소운 선생을 비롯해 15명 모두 훌륭한 작품으로 현대수필문학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분들입니다. 그리고 수필을 쓰면서 이분들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 상은 한국수필계의 큰 산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의 권위는 상금의 많고 적음보다 어떤 작품이 상을 받고, 어떤 작가가 상을 받았느냐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훌륭한 우리 선배들의 작품을 세상에 알림으로써 수필의 질적 향상은 물론 오늘날 우리 수필계의 좌표를 확인하는 데 큰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에 이 책을 발간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일독을 권합니다.
-(사)한국수필문학진흥회장 이상규, <발간사> 중에서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한 살 나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우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피천득, <오월> 중에서
현대인은 너무 약다. 전체를 위하여 약은 것이 아니라 자기중심, 자기 본위로만 약다. 백년대계를 위하여 영리한 것이 아니라 당장 눈앞의 일, 코앞의 일에만 아름아름하는 고식지계(姑息之計)에 현명하다. 염결(廉潔)에 밝은 것이 아니라 극단의 이기주의에 밝다. 이것은 실상은 현명한 것이 아니요 우매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제 꾀에 제가 빠져서 속아 넘어갈 현명이라고나 할까. 우리 현대인도 ‘딸깍발이’의 정신을 좀 배우자. 첫째 그 의기를 배울 것이요, 둘째 그 강직을 배우자. 그 지나치게 청렴한 미덕은 오히려 분간하여 가며 배워야 할 것이다. -이희승, <딸깍발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