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 69] 사명당과 서산대사가 서로 알지 못하고 있었을 때다. 묘향산에 머물던 사명당은 신술(神術)로 자기가 조선에서 제일이 라고 자처하고 있었다. 그런데, 금상산 장안사에 서산대사라는 분이 있어 자기보다 낫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눌러 제자로 삼겠다며 장안사를 향해 길을 떠났다.
서산대사는 미리 이 일을 알고 있었으므로 어느 날 자기 제자 한 사람을 불러 일렀다.
“오늘 묘향산 절에서 손님이 올 것이니 마중을 나가 주게.”
그러자 제자가 당황하여 물었다.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한 제가 마중을 나간들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 사람은 시냇물을 거슬러 올라가게 하면서 올 것이니 곧 알 수 있을 것이다.”
서산대사의 말에 제자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시냇물을 따라서 길마중을 나갔다. 그런데 한 십 마장쯤 왔을까? 문득 시냇물이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보았고, 뒤이어 한 중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그가 묘향산에서 오는 손님인 줄 알아채고 사명당 앞으로 갔다.
“장안사에서 마중을 나왔습니다.”
그 말을 들은 사명당은 깜짝 놀랐으나 그런 기색은 조금도 드러내지 않고,
“수고를 끼쳐 미안하오.”
하며 오히려 마중 나올 줄 알고 있었다는 듯 태연히 말을 받았다.
이윽고 장안사에 이르러 서산대사를 보자 사명당은 먼저 날아가는 참새 한 마리를 손아귀에 꼭 쥐고,
“이 참새는 죽겠는가? 살겠는가?”
하고 물었다. 그때 마침 서산대사는 사명당을 맞아들이고자 방 밖으로 한 짝 발을 내딛던 때였으므로 사명당에게 반문했다.
“내가 지금 나가겠는가? 들어가겠는가?”
그러자 사명당은 웃으면서 비로소 첫 대면 인사를 했다.
자리에 앉은 서산대사가 그릇에 물을 떠가지고 와서 그 속에서 큰생선 몇 마리를 사명당 앞에 내놓고,
“우리들은 중이므로 생선을 먹지는 못하나, 먹고 산 채로 그대로 내놓으면 아무 상관이 없을게요.”
하고는 그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조금 있다가 생선을 토해 다시 물에 띄워 뛰놀게 했다. 그러자 사명당도 지지 않겠다고 토하기는 토했으나 그가 토한 생선은 살지 못했다. 이어 서산대사가 달걀을 쌓기 시작했는데, 사명당은 땅 위에서부터 쌓기 시작하였으나 대사는 공중에서 차차 쌓아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심때가 되어서는,
“맛없는 국수나 많이 잡수시오.”
하고 사발에다가 바늘을 가득히 담아 가지고 사명당 앞에 내놓고는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사명당은 먹을 수가 없었다.
이리하여 자신을 뽐내던 사명당은 조선 제일의 신술 지위를 서산대사에게 넘기고 그날로 제자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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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04] 사명당과 서산대사
시골 노인이 아들 하나를 키워 며느리를 보게 되었다. 며느리를 얼마나 잘 맞아들였는지 살림 솜씨는 물론 시부모에 대한 효심까지 깊어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런데 삼 년 만에 갑자기 아들이 죽고 며느리는 청상과부가 되고 말았다. 며느리는 남편이 죽은 뒤 문밖에도 안 나가고 수절하며 지냈지만, 시아버지 마음속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저 아이가 평생 변치 않고 우리 집안 귀신이 되어 줄까?’
그런 생각에 밤이면 며느리가 기거 하는 방을 한 번씩 살펴보던 어느 날, 며느리 방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며느리가 베개를 세워 놓고 그 베개에 살아있을 때 남편이 입던 옷을 입히고 갓을 씌워 놓고는 품어 보기도 하고 끼고 눕기도 하는 것이었다.
‘저런, 저런! 새아기가 오죽하면 저럴까?’
온갖 생각에 시아버지는 밥 먹을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이제 우리 집안은 망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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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절 며느리 시집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