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 종결될 수 없는 사건 사라진 범인 영화보다 부조리한 현실 회색지대의 리얼리즘 한국 사회의 수렁에 빠진 장르 ‘봉준호’라는 현상
2장 - ‘농촌 스릴러’의 결기 한국식 범죄드라마의 탄생 범인보다 어두운 시대 실패가 불러낸 질문 침묵하는 여성
3장 - 죽음의 장소에서 유희하는 남성성 마주 보는 두 소년 수치심을 모르는 놀이 굴러떨어지는 남자들 냉혹한 자학, 우스갯소리의 송곳니 대답 없는 퀴즈 자기를 보지 못하는 얼굴 ‘본 자’의 말로 자멸하는 남성성 ‘부실한’ 남성성의 운명
4장 - 눈을 뜬 여성들 살아남은 여자 죽음의 서스펜스 끝까지 뜬 눈
5장 - ‘평범한’ 남성성의 얼굴 1986년과 2003년 사이 평범한 얼굴, 뼈저린 자기인식
주 참고문헌 크레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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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 Memories of murder : 끝내 감지 않은 눈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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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3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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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누가 강간범이고, 누가 오빠일까”
‘눈을 뜨고’ 죽은 여성의 관점에서 한국영화사의 대표작 한 편을 아카이브와 역사의 관점하에 비평적 해석으로 집중 탐문하는 KOFA 영화비평총서의 두 번째 권. 엔딩의 박두만(송강호)은 무엇을 응시하는가! 저자는 이 책을 쓸 때 인터넷 창에 범인의 얼굴을 띄워 두고 멍하니 들여다보곤 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눈을 감지 못한 채 죽은 희생자들이 마지막까지 응시한 얼굴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실화의 그림자를 떨쳐 낸 한 편의 허구로 새롭게 읽어 내겠다, 한국식 스릴러로서 봉준호가 성취한 독창적인 미학의 활기를 재발견하리라. 그러나 영화를 다시 보고, 장면들을 거듭 떠올리며 글을 쓰는 동안, 어쩔 도리 없이 깨달은 바는 따로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이 영화에 대한 모순된 심정이었다. 불편해하면서도 넋 놓고 감탄했고, 킥킥대면서도 울렁대는 속을 마주했고, 서스펜스에 사로잡히면서도 진저리 친. 영화의 모진 자문에는 뼈저린 자극을 받았으나, 비애감에는 종종 마음이 닫혔다고 한다. 한국 사회를 사는 여성 평자로서 느낀 분열이었을까...라고 저자는 한 발 물러서지만, 이 자타공인 “올해의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편집상, 최다관객상, 최우수작품상, 신인감독상, 조명상, 인기상…”에 빛나는 한국영화를 보며 복잡한 마음이 들었던 이유는 왜일까?
하염없이 범인을 찾아 헤매는 남성성의 세계 뛰어난 만듦새와 정치성을 지닌 작품답게, 이 영화는 개봉 직후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쟁점을 낳고 있다. 평자들은 묻는다. 범죄스릴러가 한국 사회와 만나 장르의 쾌락을 무너뜨린 게 아니라, 더 원초적이고 강력한 ‘체념’의 쾌감에 복무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사건의 기반인 가부장제 구조를 지우고 침묵하는 여성 시체에 1980년대 한국사회라는 역사적 맥락을 채워 넣은 “왜곡된 남성 무용담”은 아닌가. 여성의 시신은 널려 있지만, 여성의 언어는 부재하지 않는가. 봉준호는 서투른 해결보다 모든 걸 다 드러내서 세계 자체가 미쳐 있다는 것을 싸늘하게 말하는 방식을 택한 것일까. 저자는 <살인의 추억>을 둘러싼 기존의 다양한 논의를 정리하는 한편 때로 그 견해들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 영화에서 새롭게 발견한 성취를 주목한다. <살인의 추억>이 날카롭게 주시하는 방향은 여성을 구하지 못한 남성의 죄의식이 아니라, 구할 수 ‘없는’ 남성성의 모순과 궁지라고. 영화 결말 속 스크린 바깥을 응시하는 송강호 얼굴 클로즈업은 회한이나 후회, 공포나 불안의 감정보다 무지로 살아남은 남성성의 힘으로 진동한다고. 에필로그 속 소녀가 언급한 얼굴의 '평범함'은 가부장제에서 소위 '정상적'으로 여겨지는 남성성 일반을 겨냥하며, 영화 속 형사들과 어딘가에 존재할 범인 모두를 포괄하는 게 아니냐고. 이보다 매서운 자기인식이 어디 있느냐고.
책속에서
[P.18] 잡혔으나 잡히지 않은, 잡았으나 잡은 줄 몰랐던 범인. 허구 안에서도 이보다 더 부조리한 상황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봉준호가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살인의 추억〉은 과연 태어날 수 있었을까. 이 어처구니없는 사태는 〈살인의 추억〉이 재현한 한국 사회의 황당한 맥락들을 그보다 더 ‘영화적’으로 씁쓸하게 계승한다. 이를 주제로 〈살인의 추억〉 속편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이상할 일은 아니다.
[P. 42] 봉준호는 서사가 형사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설정만이 아니라, 그 시점이 국가기구의 무지와 폭압에 공모하는 장면 또한 불가피하다고 여긴다. 전투경찰이 대학생들의 데모를 진압하는 광경, 여학생들이 한복을 입고 줄지어 서서 대통령이 탄 차를 향해 태극기를 흔들거나 학교 운동장에서 단체로 교련 수업을 받는 모습, 민방위 사이렌에 마을의 불이 모두 꺼지는 상태 등 군부독재의 시간을 대변하는 집단적이며 강제적인 이미지가 논두렁에 발가벗겨진 채 널브러진 시체 장면 사이사이를 채운다.
[P. 64] 이 장면의 쾌감은 싸움과 놀이 사이에서, 혹은 그 둘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빚어진다. 〈살인의 추억〉은 ‘미끄러지는’ 남자들을 한심해하면서도 애틋하게 여긴다. 누명을 벗은 백광호가 다시 형사들 앞에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그는 벌컥 열린 다락에서 굴러떨어진다. 봉준호에게 미끄러지는 행위는 존재의 유아적인 면모를 희극적으로 표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