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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동 주택에 들어서다
이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 정이삭

건축을 기록하다
미완의 통로, 소멸과 지속의 균형 - 정이삭

구축을 기록하다
열 세 달의 기록을 시작하며 - 지연순
청파동 주택에 사용된 목재, 그리고 건축주 - 조재량

삶을 기록하다
함께 나이 드는 집 - 지연순×신은주

포럼과 전시로 남기다
일본과 서구 건축을 절충한 한반도 집: ‘청파동 주택, 1930~2024’ 포럼 - 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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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층 1930~2024 : 청파동 주택 리모델링 기록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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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3177614 643.7 -25-1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314호)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알라딘제공
“일식, 서양식, 한식이 절충된
한반도 화양절충식 주택의 리모델링 기록”


“’나이층‘이라는 책의 제목은 청파동 주택의 리모델링 중에 발견된 바닥층의 단면 형상을 묘사하는 표현이다. 그 형상은 1층 바닥의 해체 과정에서 발견됐다. 기존 바닥 마감과 난방 시스템 위에 동시대의 재료와 시스템을 덧대는 건축자들의 반복적 행위로 만들어진 형상이다. 여러 가지 재료가 포개진 그 단면은 일본과 서구의 혼종으로 만들어진 이 집이 한반도의 풍토에 적응하며 살아온 시간의 층위이자, 삶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나무가 한 해의 생존을 완수하며 그것의 성장륜인 나이테를 남기듯이 이 집도 나이층을 남긴 것이다.” - 정이삭, ‘이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중에서, 14쪽

청파동 주택은 1930년 일본인에 의해 용산구 청파동에 지어진 지상 2층, 지하 1층의 목조주택이다. 일제 식민시기였던 당시 용산구에는 일본 가옥과 서구 주택이 접목된 화양절충식 주택이 다수 지어졌고, 청파동 주택도 전형적인 화양절충식 주택 중 하나다. 다만, 청파동 주택은 광복과 문화 및 기술의 변화 등 90여년 간 시대의 흐름을 지나오며 당대의 삶에 맞춰 조금씩 변용되어 왔고, 그 원형과 변용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는 점에서 고유한 가치를 지닌다. 건축가 정이삭(동양대학교 교수, 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가)이 청파동 주택을 한반도 풍토에 맞춰 변용된 화양절충식 주택을 뜻하는 ‘한반도 화양절충식 주택’이라 명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례로 책의 제목인 ‘나이층’은 1층 바닥면에서 발견된 15개의 재료층을 묘사하는 단어로, 이러한 시간의 층위에서는 아궁이, 연탄, 기름보일러 등 바닥 난방 방식의 변천을 확인할 수 있다.

건축계에서 ‘리모델링보다 신축이 쉽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을 남기고 없앨지에 대한 판단을 필요로 하는 부분 철거보다 전면 철거가 빠르기 때문이며, 최초의 건축이 가진 미감과 결을 맞추는 것보다 새로 짓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2017년 리모델링 의뢰를 받고 청파동 주택을 방문한 정이삭은 이 주택의 문화재적, 주택문화사적 가치를 알아보고 이에 공감하는 협업자들을 불러 모았다. 그렇게 모인 정이삭, 지연순(공사 관리 및 설계 협조, 공간모색연구소 대표), 조재량(목구조 자문, 송련재 대표)은 빠르고 편한 길보다는 잠시 멈추어 세세한 판단과 선택을 한 후, 다시 나아가는 길을 택한다. 건축 사진가 노경(로스페이스 대표)은 이러한 지난한 시간을 함께 따라가며 청파동 주택의 리모델링 전후 과정을 사진으로 충실히 기록했다.

[편집자의 글]

90여 년을 거치며 변용되어 온 건축물을
어떠한 기준으로 리모델링해야 할까?


“이 주택의 유형적 특징과 가치를 드러내는 측면에서는 일식과 한식, 서양식의 우열 없이, 준공 당시의 건축적 특징이나 다양한 양식의 보기 드문 혼종적 경향, 그리고 사소하나 거주 과정에서의 소중한 기억의 단초가 될 만한 것들은 보존하거나 복원하고자 했다. 각 시대의 생활상이 반영 및 변용된 건축적 장치들은 최초 건축 당시의 원형과 변형된 당시의 원인, 그리고 현시점의 시대적 요구를 함께 고려해 수리했다.” - 정이삭, ‘미완의 통로, 소멸과 지속의 균형’ 중에서, 30쪽

청파동 주택은 원형의 보존적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재적 가치와 90여 년간 한반도의 풍토에 맞게 변화해 오며 우리 주택문화사를 기록해 온 가치를 동시에 품고 있다. 그렇기에 어떠한 기준으로 청파동 주택을 복원, 재생, 활용할지는 리모델링 작업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 집은 무엇인가. 이 집은 일본의 것인가, 한국의 것인가, 일본도 한국도 아닌 서구 문명의 편린인가.”(15쪽)라는 정이삭의 질문처럼, 청파동 주택의 리모델링 작업은 건축의 유형을 구분하는 데서부터 가치 판단을 요구한다. 여러 전문가의 자문과 조사를 거친 정이삭은 청파동 주택을 ‘한반도 화양절충식 주택’이라 명명하고, 일식과 서양식, 한식이 가져다준 특성 모두를 긍정하며 작업에 착수한다. 작업자들은 최초 건축물로의 원형 복원 혹은 리모델링 전 온전한 상태로의 보수와 같이 특정한 시점을 기준으로 잡지 않고, “건축주의 의견, 실사용자에 맞춘 기능적 보수, 현시점 기술적인 여건”에 더해 “주택이 가진 특유의 미감”(175쪽)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다만, 작업자들은 청파동 주택의 작업 방식만이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 또한 수많은 시행착오와 비효율을 경험했고, 더 나은 방법을 고민 중이다. 포럼에서 한국 전통 건축의 특성을 현대인의 삶에 맞춰 작업해 온 건축가 조정구(구가도시건축 대표)와 문화재 관련한 연구와 수업을 이어온 이경아(서울대학교 교수)를 초청한 이유도 더 나은 혹은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조정구는 전통 건축이라 판단하는 나름의 기준을 건축의 ‘고유한 정취’라고 밝혔고, 이경아는 “한국의 정체성이 세계적으로 자리매김해 가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여러 기준에 의해 다양한 복원과 활용 방식들이 나타나는 사례에 열린 태도를 가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175쪽)는 의견을 전했다. 이처럼 『나이층: 청파동 주택 리모델링 기록』은 여러 문화와 시대가 충돌하고 융합된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건축을 어떻게 건축적으로 다뤄야 하는지 정답을 제시하는 책이기 보다는, “경험의 기록과 공유가 더 나은 다음을 만들 수 있다”(37쪽)는 믿음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책의 구성

‘청파동 주택에 들어서다’는 책의 내용을 안내하는 정이삭의 글에 더해, 청파동 일대의 필지 구분을 보여주는 시대별 지도와 주택의 물리적 변화를 중심으로 일괄한 타임라인으로 꾸려져 있다. 이는 청파동 주택의 저변에 자리한 개발, 생활 양식 등의 움직임을 짐작케 한다. ‘건축을 기록하다’에서는 정이삭이 청파동 주택을 작업하며 판단의 근거로 삼았던 건축가의 태도와 결정 및 실천들을 서술하고, 리모델링 전후 도면과 사진들을 소개한다. ‘구축을 기록하다’에서는 지연순이 열 세 달에 걸친 리모델링 과정을 공종별로 구분해 세세하게 설명하고, 조재량은 내외관에 쓰인 목조와 구조를 중심으로 청파동 주택이 가진 특이점을 짚어낸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청파동 주택의 외연을 넓혀주는 이야기를 담았다. ‘삶을 기록하다’에서는 지연순이 1959년 경부터 근래까지 청파동 주택에 거주했던 신은주를 인터뷰해 주택에 얽힌 건축주의 삶과 시선을 살펴보고, ‘포럼과 전시로 남기다’에서는 청파동 주택의 가치를 모색하고 공유하기 위한 자리였던 포럼, 전시 등의 활동들을 기록했다. 곳곳에 배치된 노경의 건축 사진들은 주택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는 동시에 청파동 주택이 가진 미적인 아름다움을 포착한다.

책속에서

알라딘제공
[P.15] 청파동 주택에 들어서다
이 집은 무엇인가. 이 집은 일본의 것인가, 한국의 것인가, 일본도 한국도 아닌 서구 문명의 편린인가. 서구화가 곧 근대화라고 여긴 동아시아 3국의 근대화 사상을 동시대 건축가는 어ᄄ
[P. 31] ᅠ
[P. 91] ᇂ
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한반도 건축의 근대성은 무엇인가. 아무것도 온전히 대답할 수 없다. 그래서 다시 질문해본다. 이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이 집은 우리에게 그 끝없는 공상적 탐험의 질문들을 하나의 실천적 과제로 전환해준 선물이자 장소다. - 정이삭,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건축을 기록하다
청파동 주택을 ‘한반도 화양절충식 주택’이라고 정의했다. 주택의 준공 당시 원형은 193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화양절충의 건축양식이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반도의 풍토에 순화되어 지어진 건축물이다. 한반도 주택임을 강조하며 정의한 태도는 건축이 행위자 중심이 아닌 지어진 장소를 중심으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특정 지역성이 국가의 경계로만 형성된다고 보기는 어렵기에 ‘한국’이 아닌 ‘한반도’라는 용어를 선택했다. 따라서 이 주택은 일본인이 한반도 지역에서 전통 일식 건축에 서구의 주택 문화를 더해 한반도 지역의 풍토를 반영해 설계 및 시공한 주택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전통 일식 목조 가옥에 서구 주택 양식을 일부 반영한 문화주택의 일종이면서,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하듯 여러 시기 주거문화의 혼종성이 두드러지는 주택이다. - 정이삭, ‘미완의 동로, 소멸과 지속의 균형’
구축을 기록하다
예전부터 주민들은 이 집을 노란 집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보수 당시 철거한 외벽 주변이나 목구조재를 바로잡은 이후 외벽 크랙이 발견됐다. 벽체가 누락된 부분을 통해 외벽의 재료 구성이 목재와 자연 미장인 점을 알게 됐다. 같은 재료로 재현해 시공할 수 없는 여건으로 인해 와이어메시를 기존 목재에 고정시키고 자연 미장으로 메꾼 후, 기존 색상과 가장 유사한 색을 결정하고, 남측 외벽 일부에 색상 점검을 위해 도색을 했다. 예상과 달리 기존 벽과 다른 색상으로 표현돼 같은 계열의 색상으로 다시 2회 테스트한 후 시공할 범위와 색상을 결정했다. 외벽 전체를 새로운 색상으로 바꾸는 것도 검토했으나, 비용 부담과 기존 건물의 독특한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으로 결론 짓고, 기존의 노란색을 적용했다. - 지연순, ‘열 세 달의 기록을 시작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