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 9] “할아버지가 하늘나라에서 얼마나 좋아하시겠니. 잘됐다, 잘됐어.”
어머니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손자를 향해 두 손을 모으고 머리까지 굽실거렸다.
아내 교코는 “이런 시골 이발소, 굳이 물려받지 않아도 되는데.” 하고 아들의 앞날을 걱정하면서도 내심 기뻐하는 눈치였다. 부부와 시어머니 셋이 사는 것보다 젊은 아들이 있어 주는 편이 생활에도 탄력이 있을 건 뻔한 일이다. 교코는 그날 이후로 기분이 좋다. 부엌에서 일할 때도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러나 야스히코는 복잡한 심정을 풀 길이 없었다. 인구가 날로 줄어드는 이런 시골에서 이발소에 앞날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P. 53~54] “침몰하는 배인지 어떤지는,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잖아.”
가즈마사가 낮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분위기가 가라앉은 온 회장에 울렸다.
“시도해보지도 않고 침몰하고 있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어요.”
“시도했지. 지금까지 몇 번이나. 그러나 허사였어.” 야스히코가 대답한다.
“아버지들 세대는 허사였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아직 시도하지 않았다고요.”
“너희들은 그렇게 말하지만.”
“아버지 세대가 어떻게 생각하든 우리들의 권리까지는 빼앗지 마세요.”
“그래, 맞는 말이야. 가즈마사 아버지는 잠자코 있는 게 좋겠습니다. 우리는 도마자와를 좋아하기 때문에 설사 침몰하
는 배라고 해서 그냥 뒷짐 지고 볼 수만은 없는 거라고요. 그렇잖아?”
“우리도 현실이 혹독하다는 정도는 알고 있잖아. 하지만 시도하고 도전해보고 싶은 거잖아. 아저씨들께 불편은 끼치
지 않을 테니까 우리들 하고 싶은 대로 놔둬도 좋잖아요.”
젊은이들이 그렇게 반론을 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다니구치가 박수를 치면서 청년들을 거들었다.
“좋아, 좋아. 그런 기개가 있어야지. 노인네들에게 지면 안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