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질병은 우리가 일상에서 겪고 경험하는 일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의사를 찾고 의존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우리나라 국민은 병원을 찾는 빈도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 그런데 본인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주관적 건강)은 선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즉 의사를 수시로 찾아 치료하고, 미리미리 예방 검진을 받고, 예방주사도 열심히 맞는데도 불구하고 건강에 대한 불안감은 매우 큰, 이 아이러니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건강과 질병은 단순히 생물학적 요인만이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지만, 정치경제적, 사회문화적 요인들이 우리 건강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평등한 사회일수록 더 건강하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서 밝혀졌다. 나라가 부유해질수록 경제적 성취의 건강 영향은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반면 일과 관련한 통제력과 지위 스트레스의 영향이 커진다. 직업 불안정이 높은 비정규직과 업무 성취를 얻지 못하는 하급 지위의 사람들이 불건강할 가능성이 큼을 암시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경우 신자유주의 원리에 근거한 글로벌 분업과 교역 구조가 원인이었다. 멕시코 국민이 세계에서 가장 비만해진 이유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이유 값싼 가공식품이 대량으로 수입된 것과 관련이 깊다. 이렇게 건강과 질병은 사회적 성격을 강하게 내포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건강해지려고 의료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재 상황은 새로운 성찰이 필요하다. 이 책 2판이 출간된 지 10년 만에 그간의 변화를 반영하여 3판을 발간하였다. 이 책은 사회학적 관점에서 건강과 질병, 의료 현상을 분석하고 설명한다. 사회학이나 보건학을 배우는 학생들을 위하여 집필했으나, 건강에 관심이 있는 여타 분야 학생과 연구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모두 스스로 건강과 질병에 대한 담론을 세우고 토론하면서 ‘아픈 몸’과 ‘식민화된 몸’을 재인식하고 ‘덜 의료화되고, 차별받지 않고, 스스로 건강한 몸’을 만들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