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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가든
이야기의 동굴
잠에서 깨면
비단잉어 준오 씨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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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가든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C000038245 아동4 811.3 -25-673 서울관 어린이방(105호) 이용가능
C000038246 아동4 811.3 -25-673 부산관 어린이자료실(1층)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알라딘제공
20만 독자가 선택한 《서찰을 전하는 아이》
한윤섭 작가 5년 만의 신작!

세상의 길목에서 문득 마주치게 되는 소중한 생명들,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

■ 기획 의도

한윤섭과 김동성의 컬래버레이션!
어린이 문학의 두 거장이 펼치는 ‘이야기’ 파노라마


그동안 《봉주르, 뚜르》, 《서찰을 전하는 아이》, 《해리엇》, 《너의 운명은》 등을 통해 탁월한 상상력과 참신한 구성, 세련된 문체, 색다른 문학적 향취로 큰 사랑을 받아 온 한윤섭 작가가 5년 만에 새 동화 《숲속 가든》을 들고 독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이전의 작품들이 주로 역사적인 공간이나 시간에 천착했다면, 이번 작품에서 공들여 풀어낸 화두는 ‘이야기’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작가와의 만남 행사로 많은 아이들을 만나는데, 요즘 아이들도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면 그렇게 좋아합니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도, 스마트폰만 좋아하는 아이도 이야기는 다 좋아합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어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갖는 힘은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문자가 나오기 전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를 전하던 때 생긴, 이야기 좋아하는 DNA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동화는 단편집이니 “재미있는 이야기 몇 편 들려줄게.”가 작업의 시작입니다.
_<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어린 시절에 어른들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너무나 재미있어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때 우리는 “모두 이야기에 빠져들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별거 아닌 이야기에도 쉽게 빠져들고, 이야기를 듣는 동안 머릿속에서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집니다.”라고 덧붙인다. 여기에 《엄마 마중》, 《책과 노니는 집》, 《꽃에 미친 김 군》 등으로 자신만의 특별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김동성 작가가 그림을 그려 이야기의 밀도를 한층 더 진하게 돋운다.
김지은 평론가는 《숲속 가든》을 읽고서 “한윤섭은 이야기의 장인이다. 처음은 신비롭고 능청스럽다. 책장을 넘기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의 고개를 넘어가다 보면, 여기가 어디인지 내가 누구인지 잊게 된다. 여기에 김동성의 그림이 어우러져 우리를 더욱 전설 같은 현실로, 또는 현실 같은 전설 속으로 데려간다. 그는 이 세상에 없었던 일을 고증할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한 그림으로 작품에 박진감을 더한다.”고 평했다.
이제, 진짜 제대로 지어진 ‘이야기’의 맛을 볼 차례다.

■ 이 책의 특징

이야기 속에 켜켜이 녹아 있는 생명 존중의 마음,
그리고 그 이면에 감춰져 있는 우리의 민낯을 들추다!


이 책은 네 편의 단편 동화로 이루어져 있다. 숲속 깊은 곳에 자리한 음식점에서 매일매일 생사를 걸고 죽음의 게임을 벌이는 닭의 운명을 그린 〈숲속 가든〉, 자신에게 남아 있는 생명의 기한이 적힌 시계를 찾아 시간의 동굴로 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야기의 동굴〉, 무시로 어린 시절과 현재를 넘나드는 혼란스런 상황에 빠져 있지만 자신의 삶을 통제하지 못하는 이의 서글픔을 담은 〈잠에서 깨면〉, 인간들 못지않은 지능으로 사리분별을 능히 할 만큼 뛰어난데도 무자비한 힘에 맥없이 떠밀리고 마는 물고기 이야기 〈비단잉어 준오 씨〉 등.
작가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심코 맞닥뜨리게 되는 삶의 여러 갈피에서 이야기의 소재를 끌어와 생명력을 부여한 뒤 ‘진실’을 좇으며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숲속 가든>은 내가 할아버지와 함께 숲속에 있는 식당을 찾는 데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식당에 도착한 할아버지는 음식을 주문하지 않고, 곧장 식당 뒤쪽에 있는 닭장으로 향한다. 그러고는 닭장 앞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내게 이렇게 묻는다.
“넌 혹시 길에서 뭔가를 주워 본 적 있니?”
이윽고 할아버지는 도로에서 우연히 줍게 된 병아리 상자 이야기를 꺼낸다. 양계장으로 가던 트럭에서 쏟아져 내린 병아리 상자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자동차 트렁크에 옮겨 실은 뒤, 친척 아저씨가 운영하는 식당에 가져다주었다는 것. 그곳에서 삼백오십여 마리의 병아리들은 무럭무럭 자라 닭이 된다.
원래 돼지갈비를 팔던 그 식당은 언젠가부터 손님들에게 닭 요리를 조금씩 선보이기 시작하다, 급기야 얼마 안 가 토종닭 전문 요리점으로 간판을 바꿔 버린다. 할아버지는 그 식당에 갈 때마다 주인아저씨와 죽음의 게임을 벌이는 닭들을 보면서 복잡한 심경에 휩싸인다. 매일매일 사투를 벌이는 닭들에게 과연 삶과 죽음은 어떤 의미일까?
<이야기의 동굴>은 수십 명의 사람들이 언덕 위에 있는 이야기 신의 집을 찾는 걸로 말문을 연다. 이야기 신은 사람들이 주문한 단어로 이야기를 지은 다음 만족할 만큼 익힌 후에 꺼내 놓는다. 이번에 주문받은 단어는 ‘동굴’과 ‘시간’!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 히말라야, 너무 추워 모든 봉우리가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다. 그 많은 봉우리 중 어느 하나에 거대한 얼음으로 만들어진 ‘시간의 동굴’이 있고, 그 얼음 동굴 안에는 수많은 시계가 들어 있다. 각각의 시계에는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곗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시계를 찾아 바늘을 되돌리고 싶은 욕심에 너나없이 시간의 동굴을 찾아가는데……. 과연 자신의 시계를 찾아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이 꼭지에는 이야기가 하나 더 들어 있다. 책으로 직접 확인하시길.)
<잠에서 깨면>은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 정아는 문득 엄마가 걱정되어서 우산을 챙겨 현관을 나선다. 엄마는 벌써 몇 달째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엄마가 오기를 기다린다. 몇 대의 버스가 지나갔지만 엄마는 끝내 내리지 않는다.
그때 길 건너편에 있는 사진관이 눈에 들어온다. 정아는 갑자기 사진이 찍고 싶어진다. 퇴근 준비를 하던 사진사는 기꺼이 정아의 사진을 찍어 준다. 그 후 집으로 돌아와 잠이 들었다가 다시 깨었을 때, 인기척이 느껴져 현관문 쪽으로 나가 본다.
중절모를 쓴 할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며 정아를 바라본다. 할아버지에게 문을 열어 주려다 정아는 고개를 갸웃한다.
“할아버지는 작년에 돌아가셨잖아요. 할아버지, 이거 꿈인가요?”
정아가 묻자 할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정아는 지금 어떤 시간을 살고 있는 걸까?
<비단잉어 준오 씨>는 ‘그린 트리’라는 공원의 연못에 사는 비단잉어 얘기다. 공원관리부에서 일하는 나는, 말 그대로 공원을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다. 그린 트리는 갈수록 운영이 어려워져 직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린 트리를 그만두기 전날 밤, 나는 연못의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주러 갔다가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이봐!”
비단잉어가 낸 소리라는 걸 알아채고는 하도 놀라 말문이 턱 막힌다. 그 비단잉어는 사람의 말을 할 줄 알 뿐 아니라 공원의 사정까지 빤히 꿰뚫고는 관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비단잉어 쇼를 제안한다. 마음 깊은 속에서 존경심이 우러나온 나머지, 나는 비단잉어에게 예의를 갖추며 존댓말을 한다. 그러고는 비단잉어 쇼를 성공리에 마치고 연못의 책임자가 될 꿈을 꾸며 잠자리에 드는데…….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다음 날, 상상치도 못한 광경을 마주하고 만다. 불가항력적인 힘 앞에서는 제아무리 똑똑해도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는 걸까?

다시, 이야기의 시대가 시작된다!
재미난 이야기 사이로 생각의 고리를 이어 가는 한윤섭표 철학 동화


이렇듯 《숲속 가든》에서는 네 편의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책장을 넘기면서 이야기의 고개를 넘어가다 보면, 이야기의 재미에 푹 빠져서 자신의 존재를 까마득히 잊어버리게 된다. 이야기 끝에는 계주 경기의 마지막 주자가 뜻밖의 우승을 이끌어 내듯 놀라운 반전이 기다린다. 급기야 두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자신도 모르게 다음 이야기가 듣고 싶어 숨을 꼴딱 삼킨다. 이것이 바로 한윤섭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의 힘이다.
김지은 평론가는 이렇게 말한다.

《해리엇》에서 동물의 자유를 간절히 염원했던 작가는 <숲속 가든>에서 그 자유의 현실적 가능성을 되묻는다. 《서찰을 전하는 아이》에서 우리가 원하는 결말만이 우리를 기다리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 주었던 그는 <비단잉어 준오 씨>에서 비인간을 향한 인간들의 행동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든다. <잠에서 깨면>을 읽다 보면 이야기 안에서 이야기가 뒤집히는, 서로 다른 시간이 하나의 공간에서 맞닿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야기의 동굴>은 제목처럼 이야기 그 자체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려 주는 이야기의 자기소개서 같은 동화다.

《숲속 가든》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나는 ‘생명’들과 그 존엄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것들에 스며 있는 ‘생명’을 일깨워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뚝 멈추고 돌아보게 만든다. 동시에 더없이 나약한 생명 앞에서 이기적이고 잔인하게 행동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스스로를 반추하게 한다.
아울러 이 책을 통해서 이야기의 아릿한 맛을 본 독자는 그동안 무심하게 보던 것을 새롭게 들여다보며 그다음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 나갈지 상상을 펼치게 된다. 이것이 한윤섭 동화의 미덕이다. 언제나 그래 왔듯, 쉽사리 희망을 허락하지는 않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단하게 한 걸음 앞으로 내어 딛게 해 준다. 이른바 스스로 상상하게 하면서 생각하는 힘을 돋우고 깨워 주고 있는 것이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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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0~41] <숲속 가든>
아저씨는 식당으로 들어가고, 나는 닭장 앞에 다시 섰다. 그리고 닭들을 둘러보았다. 이 년이란 시간이 지났으니, 이제 내가 데려온 병아리들은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겠지.
그래,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 식당은 매일 점심 저녁으로 많은 손님이 찾아오고, 하루에도 수십 마리의 닭을 잡아 요리를 하잖아. 그렇게 이 년이 지났으니 얼핏 계산해 봐도 몇천 마리, 아니 몇만 마리가 넘는 닭이 잡혀 나간 셈이지. 그러니 내가 데려온 삼백오십 마리의 병아리는 이미 다 잡혀 나갔고, 닭장은 새로운 닭들로 채워지는 게 당연했다.
아무리 운이 좋아도 그 시간 동안 살아남는 건 불가능한 일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닭장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때, 무리에 있던 닭 한 마리가 내가 있는 쪽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거야. 언젠가 본 듯한 장면이었지.
지난번처럼 진갈색 닭이 내 앞에 딱 멈춰 서는 거야. 나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 닭을 지켜보았다. 설마 이 년 전의 그 닭이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는 걸까? 매일같이 벌어지는 죽음의 게임에서 운 좋게 이 년이나 버텨 내는 게 가능한 일일까?
[P. 65~66] <이야기의 동굴>
가족들이 이삿짐을 싸는 동안, 아이는 나무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 언덕에 올랐다. 그날따라 모래바람이 더 심해서, 아이는 몇 번이나 걸음을 멈추고 바람이 지나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언덕에 오른 아이는 나무 앞에서 잠깐 망설였다. 지금까지 비가 온다고 거짓말을 해서 미안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오늘도 또 비가 올 거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
“넌 어떤 말이 듣고 싶어?”
나무는 다른 날과 똑같이 말없이 서 있었다.
“미안해, 그냥 모두 미안해.”
아이는 두 팔을 벌려 나무를 안았다.
아이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난 지금 떠나야 해. 그런데 라디오에서 조금 있으면 비가 온다고 했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비가 오면 꼭 돌아올 거야.”
아이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이는 한동안 나무를 꼭 껴안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금방 비가 올 거야.’
그 소리에 놀라 아이가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도
없었다. 아이는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많은 이파리가 나무에 붙어 있었다. 게다가 아이의 눈앞에서 푸른 이파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P. 83~84] <잠에서 깨면>
거실에서 간간이 외삼촌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정아는 엄마 생각을 했다. 엄마는 벌써 몇 달째 집에 오지 않았다. 일이 잘 끝나면 다시 헤어져 살지 않는다고 했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다 정아는 갑자기 엄마가 걱정되었다. 몇 달 만에 집에 오는 엄마가 혼자 무거운 짐을 들고 온다고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상하게 몸이 무거웠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팔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정아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잠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한 일은 없었다. 바닥으로 힘겹게 다리를 내린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몇 발짝 걷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손을 뻗어 겨우 전등 스위치를 켰다.
환해진 방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거실로 나가려다 방 안 탁자에 놓인 거울을 보고 천천히 탁자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주름이 아주 많은 할머니가 거울 속에서 정아를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