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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햇볓에 나앉은 항아리
15 어머니의 유산|21 토갱이 밭|26 봄날은 간다|31 엄마의 향기|36 어머니의 발|41 소리의 온도|46 달맞이꽃|51 노을 지는 마당|56 올레길

2부 오래된 기억을 부적처럼 붙잡고
61 오래된 기억|66 첫눈의 기억|71 가시리의 봄|78 낡은 구두|83 담쟁이 발걸음|89 우두커니|94 할마님아, 할마님아!|99 농와당(農瓦堂)|106 귤 향기 품는 시간

3부 어느 삶이 더 나은 걸까
113 이랑이에게|116 고양이 목화|120 반이의 연애담|123 젊은 수탉|126 파종하는 날|131 홍시|136 반딧불이의 사랑|141 지상의 정원|146 할머니의 점방

4부 자국에 새살이 돋아나고
153 물음표 그리고 느낌표|159 잡초|163 TV, 귀양 보내다|165 수학 점수|169 사공의 노래|174 초보 농사꾼|178 심심한 여름|181 돌무덤과 낙엽|186 잃어버린 봄

[부록] 제주어 작품
우리 어멍 발|농와당

[해설] 영원의 모성성, 구원의 글쓰기(허상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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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정원 : 강순지 수필집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3182524 811.4 -25-225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314호) 이용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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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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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의 모성(母性) 속에 소박한 삶을 피우는 정원

강순지 작가의 첫 수필집이다. 4부에 걸쳐 36편의 글을 실었다.
1부와 2부는 저자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이야기, 3부와 4부에서는 농촌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와 작가로서 성장하려는 고민의 흔적들이 담겨 있다. 부록으로 제주어 작품 2편을 추가했다. 제주어는 저자의 모어(母語)이자 어머니의 말이다.
저자는 글쓰기의 근원이 어머니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모든 생명을 움직이는 힘”으로서의 모성은 인간에 국한되지 않고 자연의 모성으로까지 확장된다. 책 전반에 걸쳐 어머니와 자연이라는 거대하면서도 친숙한 주제가 눈에 띈다. 거기에 저자의 소박한 일상의 이야기들과 차분한 관조가 어우러져 따뜻한 글을 맺고 있다.
어머니와 가족의 이야기에서는 애틋함과 애정이 느껴지고, 사람 사는 이야기와 일상을 담은 글에서는 선하고 소박한 삶을 꿈꾸는 심지가 느껴진다. 특히 제주어로 쓴 작품에서는 “어머니의 말이 글로 바뀌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진한 모성을 닮은 모어의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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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글

어머니는 나의 바다이고 바람이었다. 언제든 달려가 바라보며 울 수 있는 바다, 항상 내 곁을 서성이며 지켜주는 바람이었다. 내 삶과 문학은 어머니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몇 년 전부터 시작한 나의 글쓰기의 근원도 어머니였다.
어머니와 내 안에 있는 그리고 자연의 모성(母性)에 대해 쓰려고 했다. 모성은 모든 생명을 움직이는 힘을 가졌다. 나를 만들고 작가로 거듭나게 한 것도 모두 모성(母性)에 의한 것이다. 세상에는 영원히 모성이라는 힘이 필요하고 존재할 것이라 믿는다. 그 불멸의 생명력에 의해 인간과 삶이 영위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성은 모성을 모르는 자가 만든 단어”일 것이라고 누군가 말한 적 있지만, 모든 것이 사라져 가는 이때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어머니의 마음과 정신이 아닐까.
성인이 되면서 어머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곁에서 지켜본 어머니의 삶이 너무나 고되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수필집을 내기 위해 글을 정리하면서 알게 되었다.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견디는 것에도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어머니의 삶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되묻곤 했다.
앞으로 나의 글쓰기는 수액을 매달고 영양제 맞듯 ‘어머니’라는 소재를 통해서 나오게 될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어머니의 삶을 정리한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리는 게 나의 소원이었다. 이제 그 소원을 이루어 어머니 손에 이 책을 올려드릴 수 있게 되어 무엇보다 기쁘다.
『지상의 정원』은 어머니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살다 보면 부모와 자식, 형제간에도 상처를 주고받는다. 그 상처를 이해와 믿음으로 안아줄 때 가족 관계는 더욱 견고해진다. 가족이라는 소재를 통해 나의 결핍된 자아를 치유하고 그 관계 속에서 정신적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부모님의 인생을 통해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 용서와 화해의 경험을 함께하며 힘들고 고단한 삶 속에서도 장미꽃처럼 아름답게 피는 순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어머니의 삶의 역사는 결국 내 삶의 기록이며 치유와 성장의 기록이기도 했다. 그것이 한 권의 수필집으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책의 1부와 2부는 내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이야기, 3부와 4부에서는 농촌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와 작가로서 성장하려는 고민의 흔적들이 담겨 있다. 부록에 제주어로 쓴 작품 2편을 추가했다. 제주어는 나의 모어(母語)이다. 제주어로 글을 쓰면 어머니의 말이 글로 바뀌는 신기한 경험을 이루게 된다. 앞으로도 제주어로 더 많은 작품을 쓰고 싶다.
[P. 19~20] 항아리에는 어머니의 눈물과 한숨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유산 속에는 남긴 자의 삶이 녹아있다. 한때는 보람이었던 것, 땀과 눈물과 한숨 속에 간절히 바랐던 이야기가 지층처럼 켜켜이 쌓여있다. 물건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물건 속에서 이야기를 찾고 이야기 속에서 삶의 흔적을 찾는다.
어머니의 푸근한 허리를 감싸듯 항아리를 끌어안는다. 어머니가 그리 아끼던 항아리 속에 담기고 퍼냈을 것들을 생각한다. 어깨에 짊어진 가족의 생계, 밭으로 바다로 내딛던 숨찬 걸음걸음, 가슴을 치는 설움과 남몰래 흘린 눈물 그리고 자식들이 잘 살아가길 바라던 기도가 섞인 어머니의 시간을 쓸어 안는다.
[P. 104~105] 집 좁은 건 살아도 마음 좁은 건 못 산다는 옛말이 있다. 농와당에 살면서 자연이 주는 지혜와 품을 닮아 겸손하고 검소하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가족과 이웃들에게도 좀 더 품이 넓은 사람으로 살아가야지. 사람이 집을 만들고 집도 사람을 만든다는데 기대해 볼 일이다.
남편은 농사일을 끝내고도 마당과 울타리를 꾸미느라 바쁘다. 돌담 주변에 감나무와 먼나무를 심는다. 평화를 쟁취한 남편은 흙 묻은 손을 털며 고양이를 안고 환하게 웃는다. 구릿빛으로 그을린 얼굴 위로 붉은 저녁노을이 은은하게 스며들고 있다.
노을빛을 닮은 기와도 붉게 물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