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 10] 나는 왜 아이돌을 계속하는 걸까? 무대에 쏟아지는 빛, 객석에서 보내는 응원의 목소리, 흩날리는 땀방울, 충만한 열기와 고양감. 아이돌을 처음 시작했을 무렵에는 라이브를 할 때마다 일상에서 벗어난 듯했고, 얼마간 충족감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아무 느낌도 없다. 공장의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단순 작업을 하듯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며 라이브가 끝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그럼 무엇을 위해 아이돌을 하지? 팬 미팅이 끝날 때까지 생각해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P. 46~47] “남의 가슴 만지는 건 범죄예요.”
“야, 내가 비싼 밥까지 샀는데 이 정도 보상 좀 받는 게 무슨 범죄야!”
“그런 짓은 그런 업소 가서 실컷 해요. 난 아이돌이니까.”
“아이돌은 무슨, 이름도 없는 지하 아이돌 주제에.”
두꺼비 남자가 진심으로 깔보는 표정을 지었다.
“지하 아이돌 따위, 내가 아이돌이다, 하면 아무나 하는 거잖아. 편의점 알바보다 쉬운 일을 하는 주제에 도도한 척하기는.”
그때 무언가 뚝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델마가 희미하게 웃었다. 정말 화가 났을 때의 얼굴이었다.
“하, 돈을 안 뿌리면 여자랑 감히 밥도 못 먹는 쓰레기 새끼가 뭐라고 씨부렁대는 거야, 멍청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