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명의 시인, 소설가, 평론가, 문학연구자가 함께 쓴 앤솔로지 비평집. 참여 작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생성되는 새로운 문학 장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들을 섭외하였다. 이러한 구성은 뉴미디어 시대에 변화하는 문학 장을 다각도로 톺아보는 시도이기도 하다.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통신망의 발달로 인간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기술은 '현실'과 '현실적인 것'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뉴미디어 기술이 일상에 접속해 오는 속도는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고 이것이 가져오는 변화가 끼치는 영향력은 생각했던 것보다 전방위적이다. 문학 하는 사람들 앞에 놓인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작가들은 인터넷 플랫폼에 최적화된 글을 업로드하고 실시간에 가까운 독자들의 반응에 영향을 받는다. 인공지능이 창작한 작품이 책으로 묶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져 이들의 저작권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현실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기도 하다. 독자들이 작품을 향유하는 방식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작가의 창작 활동이나 출판사의 출간 활동 과정에 끼치는 직접적 영향력 역시 커졌다. 출판사의 활동도 마찬가지로 뉴미디어 환경과 조우하며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온-오프x쓰기>는 이러한 트랜스미디어 상황에서 글과 함께 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문학의 장이 어떤 변화의 국면을 맞았는지 살펴보고자 기획되었다. 이 책에 묶인 여러 작가들의 글은 '지금, 여기'의 우리가 글쓰기와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 또 그 결과로 나온 최신의 작업물들이 기존의 글쓰기와 얼마만큼 연속되면서 동시에 분절되어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 정다연_「그림과 에세이의 만남, 계절우편」 에세이 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결합한 작품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활동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새로운 의미로 구성해낸 경험을 차분하게 들려준다. 발달한 미디어에 기댄 새로운 글쓰기 작업이 많아지는 오늘날 아날로그적 감성을 구현한 방식으로 예술 활동의 독창적 스펙트럼 보여주는 면이 인상적이다.
◆ 이내_「이내의 #매일메일링」 독자들에게 매일 글을 써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약속을 지키면서 자기 삶을 구성해가는 창작 활동을 소개한다. 이내는 미디어에서 발견한 다양한 방식을 참조해 글을 쓰고 음악을 짓는다. 자신과 연결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공동 작업하며 창작의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작가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의식을 반영한다.
◆ 김현경_「넷플릭스 안 보고 종이책을 읽는다고요?」 뉴미디어 환경 속에서 지속되고 있는 종이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책 제작자의 입장에서 살펴보고 있다. 디지털적인 것들이 사람들이 향유하는 콘텐츠를 장악하다시피 하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종이책에 대한 수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필자는 모종의 미래를 예견한다.
◆ 김지현_「새로운 창작의 길 위에서」 새로운 미디어 현실에서 부상한 작가 되기 양상과 독립출판의 길을 지역 작가이자 지역의 독립출판인으로서 조망한다. 이전에 본 적 없는 창작의 길이지만 이 역시 서울 중심성을 벗어나지 않고 있음에 대한 통찰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인프라가 가진 한계와 도약의 지점이 어디인지 짚어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 이희원_「에세이스트 전성시대의 문턱에서」 뉴미디어 환경에 적응한 새로운 세대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가 정체성을 획득하고 구성하는 양상을 살피고, 이 흐름을 주도한 대표 작가 백세희, 이슬아, 양다솔의 작품을 다룬다.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으면서도 비평계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이들의 에세이를 뉴미디어 관점에서 살피고 있기에 의미가 있다.
◆ 김경애_「순정의 환상과 낭만의 서사」 대중문학의 주요 장르 중 하나인 로맨스의 역사적 흐름을 통찰하고, 오늘날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웹소설 플랫폼에서도 그 기세를 이어가고 있는 양상을 구체적 작품들 중심으로 살펴본다. 뉴미디어發 로맨스 장르에 비친 시대 감성과 사회 분위기는 동시대인과 호흡하는 문학의 힘을 돌아보게 한다.
◆ 이융희_「유저의 독서와 기계의 창작」 뉴미디어 환경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읽을거리인 웹소설의 사이보그적 존재 방식을 전제로, 독자가 아닌 ‘유저’들이 웹소설 연재 시스템에 적응해 향유하는 양상의 현주소를 포착하고 있다. 웹소설을 둘러싼 새로운 문학하기에 대한 질문은 트랜스미디어적 상황에 놓인 우리들에게 유의미한 질문을 던진다.
책속에서
[P.31] 「그림과 에세이의 만남, 계절우편」 : 물론 무 자르듯 어느 것이 전적으로 맞고 틀리다고는 할 수 없다. 계절 우편의 방식을 취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고, 웹이라는 공간을 통해서만 구현 가능한 것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웹이 표현할 수 없는 가령, 햇빛과 바람에 말리느라 자연스럽게 생긴 무늬들, 물감 냄새, 손자국 같은 것들은 <계절우편>에서만 가능한 것이었고 반대로 격차 없는 퀼리티를 유지하면서도 많은 이들에게 공유될 수 있는 웹의 방식은 <계절우편>에서는 가능하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이다.
[P. 41] 「이내의 #매일메일링」 : ‘매일’이라는 형식이 있어 아이디어를 손에서 놓지 않을 수 있었다. 게다가 그 시간이 자연스럽게 기록으로 남았으니 나에게 이보다 더 좋은 작업 방법이 또 있을까 싶다. 혼자 만드는 프로젝트였다면 끝까지 못 해냈을 게 분명하다. 자신의 부족함을 파악하고 맞춤형 방법을 궁구하고 시도하다 보니 조금씩 약속 활용의 전문가가 되어간다.
[P. 59] 「넷플릭스 안 보고 종이책을 읽는다고요?」 : 종이책은 시각적인 행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손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촉각의 경험, 종이의 냄새로부터의 후각의 경험 또한 준다. 그러면서 활자를 통해 머릿속으로는 상상하고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