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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민중비나리 : 2013년 저항시 80인 선집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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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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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리는 희망이 터져 나오는 불길”

시인들이 절규와 분노를 토해냈다.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서 무늬가 여럿인 함성이 되었다. 각자 바라보는 자리는 다르지만 시인들은 공통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야만적인 현실을 아파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들이 아파하는 시간은 대체 무엇일까. 이명박 정권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한 국가권력의 폭력이 박근혜 정권에서 더욱 더 가속화되자 시인들의 살아 있는 생명의 목소리를 대신 내는 것 아니겠는가.
이 시집은 시인들과 함께 시대의 노래를 불러보고 싶다는 백기완 선생의 소박한 바람에서 시작되었다. 혁명이나 운동이 답답함과 무기력증을 토로할 때는 언제나 시가 전위로 나서곤 했다. 시는 언제나 무용한 것, 평상시에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무심한 것으로 존재하다가 고통의 누적이 감당하기 힘든 무게를 가질 때 급기야 터져나오는 마지막 전위이다. 어쩌면 첨단과 전통, 은폐와 개진, 승리와 패배 사이에서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제목을 ‘민중 비나리’라고 했거니와, “무지랭이들의 비나리는 빼앗기는 노동과 변혁의지 그 희망이 터져나오는 불길”이라는 백기완 선생의 손짓에 대한 시인들의 화답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 시집에서 시인들은 우리 사회가 처해 있는 거의 모든 지점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강정을, 밀양을, 쌍용차해고노동자를, 용산을, 전교조를, 법을, 우리의 비굴을, 이 모든 것들의 근원인 타락한 정치권력을, 국가폭력을……. 그러면서 동시에 절규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삶은 “소각로에 집어던져져진 폐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시인이 울부짖을 때, 성직자가 가슴을 치며 기도를 할 때, 철학자가 더욱 더 깊은 사색의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사회에 은폐된 상처가 그만큼 견디기 힘들어졌다는 뜻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평론가 염무웅은, 현재 사태를 이렇게 진단한다.

이명박 5년 동안 우리는 너무도 어이없는 일들을 경험했다. 용산 참사, 강정마을 군사기지화, 4대강 파괴 등 이루 열거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이것들은 단순히 현실에서 벌어진 외부적 사건일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인간 내면에 대한 공격인 것이다.
-염무웅 문학평론가 「추천사」 부분

결국 현상은 인간의 내면과 연결되어 있다는 진리를 이번 시집은 보여주고 있는데, 시의 목소리가 잔잔한 바다의 이미지에서 거대한 해일의 이미지까지 가감 없이 실린 것은 지금 우리의 삶이 백척간두에 서 있다는 마지막 신호여서일지 모른다.
그러니까 이 시집은 단순한 (정치적) 저항 시집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우리의 사회를 시적으로 진단하고 있으며, 우리가 어떤 해방의 상상력을 가져야 하는지 간결하게 예시해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이 시집은 부정의 방식을 통해 긍정의 세계를 보여준다 하겠다. 다시 말하면 이 시집에서 시인들은 인간의 공동체에 필요한 공통적인 기반을 현재의 정치권력과 자본이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뜻이다.

평화란 숟가락 한 자루 정도는 사수하는 것

이를테면, 심보선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잇단 죽음에 대해 “죽음을 멈추고 삶을 시작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라고 물은 뒤 이렇게 말한다. “스물세 번째 인간은 당신이 아니라 나여야 합니다./내가 스물세 번째 인간이 되겠습니다./그렇게 스물세 번째 인간은 하나 둘씩 늘어납니다.” 그렇게 시인은 노동자들의 죽음을 멈추게 하기 위해 우리가 어디까지 ‘같은’ 인간이라는 인식을 확장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방식을 통한다.
김해자는 밀양 송전탑 건설 강행에 대해 “아끼 쓰고 고쳐 쓰면 안 되것나 핵발전소고 나발이고 고마 살던 대로 살모 안 되것나 벌도 꽃 몬 찾고 소돼지도 새끼 몸 낳는다”하면서 송전탑의 건설이 소비주의와 반생명주의와 뒤섞여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반 일리치는 민중의 평화는 “가난한 자가 들판과 숲을 이용하게 했고, 사람들이 길과 강을 이용하게 보장했으며, 과부와 거지에게는 환경을 활용할 수 있는 예외적 권한을 보정해 주었”다고 했다. 김해자의 시는 이러한 사상의 시적 구현에 해당 된다.
조정은 제주도 강정 마을에 만들어지고 있는 해군기지에 대해서 반어적인 풍자를 보낸다. 해군 기지는 “그대 남방셔츠 무늬는 썩은 야자수 잎사귀/알로하/군함이여 어서 와요/그대 윙크는 우리들 뇌에 송송 박힐 나사못이에요”.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조롱이 아니라 제주도 해군기지가 앞으로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대한 예언자적 직관을 표현한 것이다.
송경동은 국가가 정하는 법의 테두리가 어떤 효과를 강제하는지 직설적이고도 격정적으로도 보여주는데, 그가 도달한 역설은 국가가 강제하는 법을 해체하는 지평이다. “잘됐다. 너희들은 지나간 법내에서 잘 살아라/다시는 그 비좁은 법내로 들어가지 않으마/법외에 다수의 세상을 만들마/그 어떤 경계에도 관습에도 폭력에도 잡히지 않는/자유롭고 유쾌하고 위대한 법외 인간들이 되마”라고 썼다. 이는 더 이상 국가와 자본의 법이 민중의 법이 아님을 선포한 것이다.
시는 어쩌면 지금-여기에 부재하는 삶을 상상하는 것에 다름 아닐지 모른다. 빼앗겨서 부재해서든 아니면 능동적으로 상상하든 말이다. 여기서 우리가 유의해야 할 것은 어느 한쪽의 취사선택이 아니다. 대부분 이 지점에서 논쟁이 격발되기도 하지만, 김수영의 말마따나 “시의 스승은 현실이다.” 이 같은 명제가 시의 완결성을 담보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시가 다시 천천히 현실에 대한 반응과 사유로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우리 시대의 민중 비나리』 보여주고 있다.
안상학 시인은 말한다. “평화로운 세상이란 사람들의 입으로 골고루 밥을 떠 넣는 숟가락 한 자루를 간직하는 것을 최선으로 한다. 정녕 골고루가 힘들면 밥은 차치하고라도 최소한 그 숟가락 한 자루 정도는 사수하는 것을 차선으로 삼아야 한다.”
민중의 저항에 대한 시인의 이러한 독려와 지지는 이 책의 도화선이 된 백기완 선생의 다음과 같은 외침과도 정확히 연결된다.

비나리란 글을 모르던 무지랭이들의 삶의 애환과 분노와 꿈을 내둘(표현)하던 시 매무(형식)이다. 하늘에 대고 속절없이 비는 게 아니라 나와 너를 을러대고 달구는 해방의지, 다시 말해 글로 쓴 시들은 거의 제 새름(정서)을 즐기는 흐름이지만, 무지랭이들의 비나리는 빼앗기는 노동과 변혁의지 그 희망이 터져 나오는 불길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 죽기 아니면 살기로 살아가야 하는 우리 시대, 노동자들에게 이 비나리들이 시원한 찬비가 되었으면 하고 글썽한 마음으로 바란다.
-백기완 선생의 「추천사」 부분

저자 소개

참여 시인
고영서/고운기/공광규/곽효환/권서각/권혁소/권현형/김경윤/김경인/김경훈/김명환/김민정/김백겸/김사이/김선우/김성규/김수열/김은경/김해자/김해화/김현/김형수/나종영/나희덕/맹문재/문동만/박관서/박광배/박두규/박상률/박시하/박일환/박철/백무산/손택수/송경동/송기역/서수찬/서정홍/신현수/심보선/안상학/안준철/오철수/유용주/유현아/이도윤/이도흠/이문재/이민호/이상국/이설야/이수호/이영광/이원규/이은봉/이응인/이종수/이한주/임동확/임성용/정세훈/정우영/정원도/정희성/조경선/조성국/조정/조호진/진은영/최두석/최성수/표성배/하종오/한도숙/함순례/함민복/홍일선/황규관

책속에서

알라딘제공
어느 날
선생님이 가져다 줬다
그저 그런
잡지
두껍지도
표지에 아는 이름도
간혹 한둘뿐이던
그저 그런
잡지
화장실 갈 때
작심했다가
변기에 앉자마자
자위로도 쓸모없던
그저 그런
잡지
어느 날
아빠에게 들켜
버려진
그저 그런
잡지
실천은 빨강
빨강은 죄인
죄인은 나쁜 딸
나쁜 딸은 불효녀
불효녀는 악마
악마는 오, 주!
주, 주라고?
지겨워
지겨운
끝말잇기의
착실함
실천은 두려움은
실천하는 데
있고
실천의 두려움은
실천 안 하는 데
있다
실천
잘 해야
실개천이라고
아빠는
전교조 이
빨갱이 새끼
나와 이 개새끼야
총 들어 삽질이고
깨진
학교
창문
부러진
책상
다리
밤에 그 밤에
팔짱처럼 검푸른 수갑을

선생님
물으라지만
뭘 물어야 하나
하다 나는
그의 팔꿈치를
깨물었고
안 무친
무말랭이처럼
씹혔으나
맛은 없고
모양대로 보자면
벌거숭이
가난
실수라 해도
간난
목이 메었다
울었다
목을 맨
사람도 있으니
눈물
아님
말고
아님
살고
용케 난
또,
- 김민정의 「보시다시피 아시다시피」 전문
살아 있을까 혹 살아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 곰곰 생각하니 현기증 이네 월세방 전전하며 롤러코스터에 올라타 있는 인생이 출렁출렁 무슨 수로 삶을 이어가고 있을지 교환가치나 있을는지 내 사용가치는 무엇이 될까 삼포세대도 목숨 걸고 살아야 하는 살얼음판에 통장엔 오십만 원도 없는 내 처지는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그 무엇도 꿈꿀 수 없지 관값이나 남아 있을지 몰라
살아야 하는 시간은 연장되었는데 수명이 연장된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네 나는 노령연금도 최저생계비도 아무것도 받지 못하겠네 목숨이 붙어 있으니 자릿값으로 세금만 내는 유령일세 사는 동안 열심히 일했던 노력과 뜨거웠던 열정들은 몽땅 뜯긴 채 앙상한 슬픔만 남겠지 태어나는 순간부터 숨 멎을 때까지 아흔아홉 개 몸뚱이들은 하나의 거대한 머리가 정해주는 운명대로 살 수밖에 없는 건지 온전한 내 영혼을 되찾기 위해 분투하다 가는 삶은 얼마나 고독할 것인가 치욕스러운 빈곤에 삭은 몸뚱이 이끌고 일할 수 있다 치자 먹고사는 데에 평생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면 쭉쭉 대를 이어 大머리 하나 살찌우는 제물이 되어 그렇게 흩어지는 삶이라면 빌어먹고 말겠네
기름기를 빼고 홀쭉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 지리멸렬한 절망으로 또 한 세월 갈 테니 그리 두렵지만은 않네 나는 파랑새가 보고 싶네 잡힐 듯 잡힐 듯 진보의 흑백 같은 파랑새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거리에서 춤을 추네 이승에서의 마지막 순간 파랑새를 볼 수 있을까
-김사이의 「여든 즈음에」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