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잊을 수 없는 환자 / 젊은 암 환자의 절망 / 미숙한 의사와 젊은 보호자 / 어떤 이별의 방식 / 그분의 변명 / 변호사님, 그녀를 도와주세요 / 세월의 무게 / 후회 / 2020년 대구의 봄 / 코로나19 무대의 ‘그때 그 사람’ / 코로나 의사의 유감, 有感, not 遺憾 /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2부 일상 속의 사랑
칼국수 아줌마의 수육 한 접시 / 오징어의 추억 / 경부선 하행 열차 / 추일 잡정秋日雜情 / Money Talks! Everything / 동해안의 기억 / 실없는 옛 기록 / 경제적 독성 / 의도치 않은 세계일주
3부 어느 베이비부머의 기억
어느 베이비부머의 행장行狀·1 - 성장기成長記 / 어느 베이비부머의 행장行狀·2 - 성장기成長記 / 어느 베이비부머의 행장行狀·3 - 활동기活動記 / 어느 베이비부머의 행장行狀·4 - 이판사판吏判事判 / 쿠오바디스 도미네 / 의예과의 추억 /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수기
4부 소박하고 선량했던 그분들
목포 청년이 일생의 꿈을 펼친 대구의학전문학교 / 언제나 따뜻하셨던 전 교수님 / 이규보 교수님과의 만남 / 열정적이셨던 어느 노선배 / 1950년대 초 대구의대 풍경 / 화교 출신 동기, 유 형劉兄 / 디지털 친구 롭 로이Rob Roy / 우리 세대의 만남 / 외우畏友 범희승 교수와 함께한 세월 - 세상을 향해 울리는 소리
5부 망원경으로 바라본 세상
카푸치노와 톤슈라 / 찰스 디킨스는 누구를 사랑할까? / 1935년 5월 22일생 미국인 로버트 / 트리에의 칼 마르크스 / 26년 만에 만난 헝가리 유대인 티보 박사 / 아우슈비츠와 프리모 레비 / 암흑가의 두 사람 / 국립대 총장의 존재감 / 좋은 불평등과 대학 등록금 / 싸가지 없는 정치 / 의료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의 한계
에필로그 무등산과 팔공산 - 지역갈등 해소인가 인간적인 끌림인가? 감사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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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베이비부머 세대 의료인이 엮은 인생의 조각보
국립대 의대 교수로 보낸 34년, 이재태 경북대 의대 교수가 정년퇴직을 앞두고 스승과 동료, 가족과 친구, 병원에서 만난 환자와 이웃을 돌아봅니다. 한국전쟁 이후의 초등학교 생활과 중학교 평준화 정책의 첫 시행, 유신 시대의 대학 생활,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장 경험 등 베이비부머 세대로 살며 역사의 흐름과 함께 개인의 일상을 꾸려나간 이야기입니다.
지은이는 의과대 교수로 보낸 34년 동안 참으로 여러 부류의 사람을 만납니다. 어린 시절 가난과 힘든 현실에서 탈출하기 위해 극한의 노력을 하던 사람도 있고, 사회에서 큰 성공을 했거나 엄청난 부자가 된 사람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또 평소에는 굽신굽신하다가 상대가 빈틈을 보이면 목적 달성을 위해 다른 사람을 속이는, 짐승의 본능에서 그다지 진화하지 못한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책에는 이렇게 저자가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병원 근처에 있는 칼국숫집 아줌마의 따뜻한 마음에서부터 부모님과 가족, 친구와 동료, 환자와 이웃들 덕을 세월이 지난 지금 깨닫고 고마워합니다. 의사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는 꿈도 많았으나 결국은 용두사미가 되어버렸다고 겸손해하지만, 독자는 그가 우리 곁에 있어 행복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만났던 번쩍이는 재능으로 난제를 해결하는 천재와 난파선도 구하는 영웅이나, 타협은 없다며 돌직구를 날리는 무소형 인간은 그저 존경의 대상일 뿐이었다. 이런 나의 모습들을 모아 하나의 인간으로 만든다면 잔 다르크와 돈키호테를 합성한 키메라가 된다.” - ‘머리말’에서
☐ 긴박하고 감동적인 병원의 일상: ‘내가 능력이 없어 내 딸이 이렇게 되었다’
‘발열과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환자가 응급실로 후송되었다. 심각한 상황임을 파악한 응급실 담당의는 바로 중환자실로 입원시킨다. 연락을 받고 달려가니, 작은 체구에 얼굴이 통통한 소녀가 도와달라는 간절한 눈빛을 보내고 있다. 튜브를 통해 고농도 산소를 주었으나 쌕쌕거리며 식은땀을 흘린다.’
지은이가 내과 전공의 1년 차에 있었던 일입니다. 환자는 당시 대구에 많이 있던 방직공장에 다니며 산업체 고등학교에 적을 둔 16세 여공이었습니다. 입원 다음 날 전북 무주에서 농사짓던 아버지가 중환자실에 들어와 숨이 차서 헐떡이는 막내딸의 등을 쓰다듬으며, “내가 능력이 없어 이렇게 되었다”며 자책하셨습니다.
최신 항생제를 대량 투여하고 최선을 다했으나 소녀는 이내 숨을 거둡니다. 지은이는 의사 생활 34년에 가장 잊지 못할 환자로 기억합니다. 처음 마주했을 때 도움을 요청하던 소녀의 간절한 눈빛, 무능을 자책하며 딸의 시신을 의학발전을 위해 기꺼이 기증하시던 농부 아버지의 모습은 아직도 영화의 등장인물처럼 눈앞을 지나간다고 합니다.
☐ 의과대학 교수로 보낸 34년의 일지
지은이는 핵의학과 교수입니다. 암 환자를 치료하는 전문의 특성상 같은 환자를 오랜 시간 보살핍니다. 이제 정년을 맞아 병원을 떠난다는 말에 어느 분은 갑자기 엉엉 울다가 말없이 가시고, 팔순의 여성은 “지난 30년간 여기 올 때마다 선생님이 늘 이 자리에 있어서 안심되었는데 이제 난 어떡해요?”라며 망연자실해하기도 합니다.
그 자리에 있어줘 고마웠다는 따뜻한 마음과 주름진 얼굴에 맺힌 눈물에 지은이도 울컥했으나 마스크와 돋보기안경 아래로 표정을 감춥니다. 이렇게 병원 교수로 진료와 교육, 연구를 병행하며 분주하게 보낸 34년의 시간, 그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들을 통해 지난날의 미숙하고 인색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민망한 순간도 많았다고 고백합니다.
☐ 다시, 이정표 없는 갈림길에서
지은이는 같은 세대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기억의 편린을 모아 온전히 책에 담아냈습니다. 그동안 만났던 선량한 이들의 진심, 칼국수보다 비싼 수육 한 접시를 내주며 전한 위로의 기억 등은 새로운 길을 나설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잊지 못할 환자와 병원에서의 일상, 어린 시절의 추억, 베이비부머 세대인 저자의 행장을 통해 사회 역동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 정신적 지지자였던 스승과 선배, 동료를 돌아보며 그들에게서 받은 마음을 되새깁니다. 그렇게 인생 제2막을 맞이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 힘이 되어 줄 책입니다.
“칼국수를 시켜놓고, 멀뚱멀뚱 앉아있으니, 아줌마가 돼지고기 수육을 접시에 담아 와서 맛있게 먹고 힘내라고 하였습니다. 자기는 제가 병원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는데, 아쉽다면서 칼국수 가격보다 비싼 것이 틀림없는 맛있는 부위의 수육을 챙겨 주었습니다. 그러고는, 한마디를 더 보태더군요. ‘선생님은 착해 빠져서, 그런 경쟁에서는 이길 수 없어요. 그런 싸움장은 모진 사람이 나가는 곳이에요.’”
- ‘칼국수 아줌마의 수육 한 접시’에서
책속에서
[P.18~19] 내과 전공의 1년 차를 시작한 지 서너 달에 불과한 내가 당시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다. 세월이 지나서 생각해 보니 나는 철이 없었고, 당돌하고 겁이 없었다. O 양의 아버님에게 사망이 임박했다는 걸 알리면서, 따님의 시신을 의학발전을 위해 부검하게 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부검 후에는 병리과에서 약속한 바와 같이 화장 후 학교 해부실습 교육에 바쳐진 유해들을 모시는 절차에 따라 정중하게 모셔진다고 자세히 말씀드렸다. 아버님은 별말씀을 않으셨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그렇게 하라 하시며 딸의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하니 선생님이 잘 보내 달라고 하셨다. 소녀의 언니는 눈물만 흘렸다.
- ‘가장 잊을 수 없는 환자’ 중에서
[P. 93] 몇 년 전에 병원장 공모에 나가서, 낙방한 적이 있었습니다. 닭 벼슬보다 더 나을 게 없다는 교수의 보직에 크게 집착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불합리하게 진행되던 선임 과정이 실망스럽더군요. 물론 애써 태연하려 노력했습니다만, 며칠이 지나니 처음 예상보다는 더 깊은 마음의 상처가 남더군요. 그즈음의 어느 휴일에 병원에 나와서 일을 하다가 점심을 먹기 위해 혼자서 이 집에 갔습니다. 칼국수를 시켜놓고, 멀뚱멀뚱 앉아있으니, 아줌마가 돼지고기 수육을 접시에 담아 와서 맛있게 먹고 힘내라고 하였습니다. 자기는 제가 병원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는데, 아쉽다면서 칼국수 가격보다 비싼 것이 틀림없는 맛있는 부위의 수육을 챙겨 주었습니다. 그러고는, 한마디를 더 보태더군요. “선생님은 착해 빠져서, 그런 경쟁에서는 이길 수 없어요. 그런 싸움장은 모진 사람이 나가는 곳이에요.”
- ‘칼국수 아줌마의 수육 한 접시’ 중에서
[P. 200~203] 예과 과정에서는 체육과 교련이 필수였다. 특히 예과 1학년 때에 대학생 병영훈련 과정이 처음으로 만들어져서 여름 방학에는 지금의 군 입대병 수준으로 머리를 깎고, 성서의 군부대에 입소하였다. 특히 입소한 다음 날인 8월 18일에 발생한 판문점 도끼 피습사건으로 인하여 입소 기간 내내 전투 비상이 발령되어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교련과목은 매주 4시간 수업의 필수과목이었다. 출석을 몇 번만 빠져도 학점을 취득할 수 없었으므로, 몇 명의 입학 동기들은 교련과목 학점을 취득하지 못하여 예과에서 낙제를 하였다. 한편으로는 4시간의 수업시간 중에 도망 나와 후문 당구장으로 향하던 친구들로 인하여, 당구장 큐대함에는 목총들이 일렬로 놓여있고 교련복을 입은 학생들은 전투태세로 당구에 몰입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