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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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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대학 강단에서 헌법 수업 첫 시간마다 헌법의 전체 구조를 설명하면서, 헌법을 집에 비유하곤 한다. 집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기둥으로 민주주의, 법치주의(법치국가원리), 복지국가원리가 필요하고, 이 기둥을 떠받치고 있는 초석은 민주주의하에서 권력분립원리, 대의제원리이고, 법치주의하에서는 법률유보, 과잉금지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등, 그리고 복지국가원리하에서는 인간다운 생활 보장과 자유시장 경제질서원리 등으로 설명한다. 집에 비유되는 헌법의 전체 구조 속에 들어가는 모든 원리와 원칙들은 헌법학자들이라면 공히 동의할 수 있는 것들이고, 헌법학이라는 학문이 정립되는 과정에서 쌓여온 이론 연구의 결과이자 헌법재판소에서 판례를 형성하면서 실증적으로 확인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사회와 인간의 모습을 변화시켜 오면서 헌법학의 토대와 구조, 또는 가치 전제를 흔들 수 있는 가능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헌법상 기본권의 구조적 개방성과 진화적 성격이 인공지능 사회의 발전과 맞물리면서 기본권 틈새에서 새로운 권리성이 발견되기도 하고, 어떤 사회 영역에서는 새롭게 헌법적 권리를 부여해야 할 필요성도 생겨난다. 따라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변화 가능성을 내포한 헌법학의 모습을 그려보고자 하였다. 또한 헌법학에서 전통적으로 다루는 통치구조, 국가조직론, 기본권론, 헌법 기본원리와 경제질서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인문 사회과학적 개념과 이론이 융합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과 국가 통치구조론, 감염병 위기 사태에서 면역여권, 백신정책과 관련된 기본권과 인권, 뇌과학 및 임종기의 기본권과 인권, 부패방지 제도 등으로 헌법 연구의 외연을 넓혔다. 이러한 의미에서 책 제목을 「헌법의 확장」이라고 명명하였다. 1부 통치구조론과 헌법 개정, 2부 면역 여권 및 방역 패스에서의 헌법적 쟁점과 약물 이용 성범죄(DFSA) 피해자의 인권 보호, 3부 연명의료 결정·호스피스완화의료·의사조력자살이라는 삶의 마지막 시기의 인권과 기본권에 관한 이슈들, 4부 부패방지의 헌법상·법률상 쟁점을 다루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헌법학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첫 장에서는 자유민주주의, 국민주권, 권력분립 원리, 선거제도에 인공지능 기술이 미치는 영향과 대응을 살펴보았는데, 그 다음부터는 인공지능 기술이 촉발하는 사회 변화 속에서 헌법학이 대응해야 할 이슈들을 다루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헌법 전문에는 ‘사회적 폐습과 불의의 타파’를 규정하고 있어 모든 사회에서 부패방지의 제도를 설립할 헌법적 근거가 된다. 모든 권력의 정당성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제1조 제2항), 공무원이 국민의 봉사자로서 국민에게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는 것(제7조 제1항), 국회의원의 청렴의무, 국가이익 우선의무, 지위남용 금지 의무(제46조) 등으로 공직의 부패방지의 근거를 헌법에 두고 있다. 절대 권력은 필히 부패하기 마련이므로, 권력분립의 원리라는 헌법적 도구를 헌법의 각 규정 속에서 실현하고 있다. 민주적 법치국가 실현을 위하여 부패방지가 필연적으로 요청된다는 점에서 헌법에서 부패방지 과제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이에 관하여 연구해온 결과도 이 책에 함께 싣게 되었다. ‘4부 헌법과 부패방지’라는 제하에 논문 공정성 관련 부패방지, 부패방지의 국제적 노력, 유치원 어린이집 부패방지, 비영리법인 공익법인의 부패방지 제도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 책의 세부 주제들은 헌법적 차원과 법률적 차원이 교차하고, 국가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이 겹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주제들의 출발과 마지막, 그리고 핵심과 지향점은 헌법학의 발전이다. 1부에서 인공지능 통치구조론을 제시하였는데, 앞으로 인공지능과 헌법학의 교차점에 대해서 연구를 계속 진행하면서 인공지능 기본권론, 인공지능 헌법총론으로 인공지능 기술과 헌법학의 융합인 ‘인공지능 헌법학’의 주제와 깊이가 심화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 책을 마무리하면서 2024년 2월에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의 Dieter Grimm 교수님을 방문해서 독일과 한국의 헌법학의 최신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Grimm 교수님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재판관, 훔볼트 대학교 과학대학장을 지내신 독일을 대표하는 헌법학자이시다. 인문 사회과학적 개념과 이론을 헌법에 접목시키고 융합하는 연구를 해오시면서 독일에서 발간한 저서들이 영미권, 스페인, 일본 등 여러 언어로 전 세계에 번역 출간된 바 있다. 지한파 학자이기도 하셔서 한국에서 헌법 교수로 활동하는 제자들도 있다. 이렇게 롤모델이 되는 석학과의 만남과 교류로서 이번 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몰아치는 바쁜 일정상 원고를 마감한 지 1년이 지나 출간을 하게 되었지만, 지연되는 시간 동안 후속 책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교정 작업을 함께 하며 책의 마무리를 도와준 조교 최백산 군, 변변치 않은 책을 늘 볼 만한 책으로 만들어주시는 박영사 편집팀께 감사드린다. 생명의 근원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

새 봄을 기다리며 연구실에서
저자 엄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