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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수평선은 물에 젖지 않는다

그를 방랑하다·12
생각은 누구의 주소인가·15
해석을 넘어가고 질문으로 간다·18
춤추는 물컵·20
채널 9.20·24
수평선은 물에 젖지 않는다·26
리기산이 시 속을 지나가다·27
생각을 발가벗기다·30
군산·32
줄장미가 피어나는 생각·34
푸른 건반, 베른·36
바람의 종을 치다·39
시간에 붙어 있는 이끼를 떼다·41
0도의 흐름·43
판화전·45
나를 여는 문·47
장난감과 생각·49
책이 달빛을 읽다·50
기억의 형용사·53
취한 물·55
‘챙모자처럼’, 지금을 살짝 눌러 쓰다·56
사람이라는 곳으로 가 보다·58
시계처럼 눈뜨다·59
오캔, 넷캔, 꿈캔·61

2부 마법의 문자, 펜 아래 흐르는 강물

세상 부스러기 조금 맛보다·64
바텐더가 있는 풍경·66
황혼과 바이올린 소리 사이로·67
앞으로만 그어대는 직선·68
허공에 싹트는 먼지·70
바다의 하루·71
눈물 속에 흐르는 바다·73
나무들도 흔들릴 때 사랑한다·74
손잡이·75
노동에 빠져야 삶을 건지는 사람들·76
영화가 사람을 보다·78
감자를 깎다가 우주를 깎다·79
웃음 하나 불러 타고·80
미소를 들고 돌을 깎았다·81
목숨엔 눈물도 모르는 슬픔이 있다·82
해풍이 혀를 내어 핥아 주고 갔다·83
집 나갈 집도 없다·84
오늘 흘린 시간·86
몰아의 방향·88
다가의 노래·89
말의 하늘에 오로라가 뜬다·93
산 할미 사설·94

3부 일상의 아리아, 비밀의 향기, 너였는가 나였는가 그리움인가

태초를 낳는 아낙·98
습관이 발자국이다·99
한마디 말처럼·100
상처·102
오늘·103
광장에서 들린 말·104
일상의 아리아·107
나무·108
은하수·109
발자국·110
지금만큼 못 넘을 산·111
나뭇잎·112
쌀쌀한 날씨로 쌀을 씻는다·113
시간의 비늘·115
따뜻한 지금·116
노예·118
사랑하고 흐르고·119
절·120
수종사·121
우연의 목소리·122
새벽 시장·124

4부 십일월의 눈동자, 신이 걸어 주는 전화

산국화 피어 있는 길·126
막다른 길·127
물방울 시야·128
길·130
혼잣말·131
도서관 풍경·132
지구 타기·133
나무와 새·134
나무는·135
눈꽃·136
기미·137
거울의 사상·138
시는·139
빗자루 명상·140
트로이의 목마·141
눈 내리는 밤·142
귀걸이·143
신이 타는 자동차·144
강화 기행·145
만추·146

5부 낯선 신을 찿아서, 미래 사냥

스핑크스 눈빛 마주치다·148
베네치아·149
라스베이거스·150
캐리비안 카니발·152
앙크로와트·154
하롱베이·155
하루가 우릴 위해 시중드는데·156
시계·157
흔들리지 않는 법칙·158
새벽·160
더 템플바·162
물음표의 거처·164
여름과 가을 사이·165

해설 | 유성호_시간이 벗어 놓고 간 저 찬란한 한 벌의 옷·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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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형용사 : 동시영 시선집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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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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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영의 시선집 『기억의 형용사』는 그동안 펴낸 열 권의 시집이 집성集成된 미학적 결실이다. 그는 이제 삶의 연륜에서 빚어지는 오랜 감동과 깨달음의 세계를 노래함으로써, 그 안에 나날의 삶에 대한 발견의 순간을 녹이고, 인간과 세계를 원초적으로 이어주는 고리로서의 언어를 열망해간다. 그래서 그의 시는 우리에게 이성적 사유를 위한 계기를 제공하기도 하고, 실천적 삶에 대한 자극을 주기도 하며, 시인 자신의 순수 원형을 상상케 함으로써 어떤 삶의 표지標識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가 수행해가는 이러한 시쓰기의 도정은 삶의 순간순간을 지탱해온 운동의 결과로서, 시인 스스로의 실존적 조건을 힘겹고도 아름답게 유지해가는 원리로 각인되어간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시를 통해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지남指南을 탐색해갈 수 있었으리라.
결국 동시영의 시는 서정의 원리에 대한 섬세한 감각, 삶의 근원과 구체성에 착목한 의미 있는 성취로 우리 문학사에 남을 것이다. 그는 우리 시대의 불모성에 대한 유력한 항체를 쉼 없이 만들어냄으로써 자신만의 고전적 사유와 감각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시인은 자신이 오랜 시간 바쳐온 등불 같은 사유와 감각을 통해 자신의 시편들을 더욱 밝혀갈 것이다. 또한 그의 기억을 만들어준 소재 역시 그 스스로 만나온 사람과 사물이었으니, 앞으로도 이러한 것들이 동시영 시의 확고한 바탕이자 궁극이 되어줄 것이다. 그만큼 그는 존재론적 기원을 환기하는 시공간에서 생의 근거ground를 구성하면서 또 다른 시쓰기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그 ‘또 다른 시쓰기’의 모습은 그 특유의 실존적 성찰과 함께 다양한 형식과 기법, 구조적 완결성을 구축해가는 ‘동시영 브랜드’의 과정으로 하염없이 이어져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랫동안 이어져온 ‘시인 동시영’의 이러한 아름다운 언어와 사유가 우리 시단을 출렁이게 하는 것을, 매혹의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시간이 벗어 놓고 간 저 찬란한 한 벌의 옷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학교 인문대학장)

상상적 모험과 서정적 품격


동시영(董時泳)의 시선집 <기억의 형용사>는 개성적 상상력과 선명한 자의식이 빛을 뿌리는 심미적 언어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은 “열 권의 시집은 열 권의 생각”(「시인의 말」)이라고 말함으로써 이번 시선집이 그동안 출간한 열 권의 시집에서 가려 뽑은 정선(精選)의 결실임을 토로하였다. 등단 20년을 훌쩍 넘긴 시인이 펴내는 이번 시선집에서 우리는 시대를 품고 넘어서는 시인의 활달한 상상적 모험과 타자를 포괄하려는 흔치 않은 서정적 품격을 만나보게 된다. 그만큼 시인은 자신의 기억 속에서 가장 반짝이는 순간들을 우리에게 데려와 그것을 공공적 기억으로 확산해가는 작법을 일관되게 취해간다.
우리가 잘 알듯이, 서정시는 시인 자신이 스스로를 탐구하고 돌아보는 자기 인식 속성의 장르이다. 그래서 그 창작 동기에는 나르시시즘이라는 자기 확인 욕망이 잠재적으로 드리워져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동시영의 시는 이러한 자기 몰입의 에너지를 여러 차원에서 벗어난다. 가령 그의 시세계가 단순한 자기도취의 나르시스적 몽환에 그쳤다면, 우리는 한 자연인의 내면은 관찰할 수 있었겠지만 거기서 완결된 타자 지향의 미학을 발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철저하게 자아의 경험으로부터 시상(詩想)을 길어오지만 그것이 타자들과 소통하려는 열망을 내포하게 함으로써 관계론적 신생과 확장의 가능성을 열어 보여준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동시영의 시를 통해 자아와 세계가 경험적 언어 속에서 접점을 이루며 상호 소통하는 탄성(彈性)의 미학을 발견하게 된다. 이제 그 세계 안으로 성큼 들어가 보도록 하자.

압축과 여백의 미(美)를 통해 회복하는 서정의 본령

동시영 시인은 세계내적 존재로서 인간의 복합적 삶을 장광설로 언어화하지 않고 일종의 생략 과정을 통해 독자의 상상적 참여를 강화한 작품을 이번 시선집에 여럿 실었다. 이렇게 사유와 감각을 축약하면서 비본질적 언어를 배제하는 그의 시는 초월과 암시를 주음(主音)으로 하는 미학을 빛나게 구현한 결실들이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의미 과잉을 경계하려는 이러한 작법은 잃어버린 서정적 윤기와 총기를 되부르는 강력한 방법으로 원용되고 있다. 그 가운데 몇 편을 만나보도록 하자.

가끔씩
신들이 지상으로 걸어 주는 전화
― 「시는」 전문

절만 절이 아니다
마음 절절한 곳
그곳이 절이다
― 「절」 전문

촌철살인의 축약성을 핵심으로 하는 단시(短詩)들은 번다한 언어를 배제하면서 순간적인 공감을 불러온다. 가령 ‘시(詩)’가 “가끔씩/신들이 지상으로 걸어 주는 전화”라고 할 때 ‘시인’은 그 전화를 받고 지상에서 그 언어를 받아쓰는 이가 되어간다. 신성하고 아름다운 천상의 전화가 ‘시’를 거룩한 언어 행위로 규율해준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절’이라는 소재를 향해서 시인은 “절만 절이 아니다/마음 절절한 곳/그곳이 절이다”라고 쓴다. 사찰이라는 일차적이고 평면적인 의미를 넘어 ‘절’은 절절한 마음이 울리는 모든 곳으로 한없이 확장되어간다. 이러한 울림의 확장 과정이 결국 단시의 효과를 극대화한 성과가 아닐까 한다. 다음은 어떠한가.

날마다 하늘을 여는 열쇠
키로 문을 연다
― 「나무」 전문

나무는 거꾸로 선 빗자루
오늘도
하루종일
허공을 쓸고 있다
― 「빗자루 명상」 전문

발을 따라간
발자국은 없다

무한으로 가는
삶을 따라간
사람도 없다
― 「발자국」 전문

앞의 두 작품 모두 ‘나무’를 불러왔다. 나무는 “날마다 하늘을 여는 열쇠”여서 문을 열 수 있고 “거꾸로 선 빗자루”여서 하루종일 허공을 쓸 수 있다. 이러한 짧은 언어의 명상이 ‘나무’를 신성하고 친숙한 존재자로 만들어준다. 뒤의 시편은 일종의 잠언적 성취를 이룬 작품인데, 가령 “발을 따라간/발자국은 없다”면서 발은 떠나고 지상에는 발자국만 남았음을 암시하고 있다. 마침내 시인은 “무한으로 가는/삶”을 따라갔던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면서, 우리도 발자국을 남긴 채 떠나야 하는 유한자(有限者)임을 고백한다. 이러한 경구(警句) 지향의 짧은 언어는 “은하수는 별들의 산책로”(「은하수」)라든가 “시계는 시간의 물레방아”(「시계」) 같은 참신한 비유적 명명에서도 그 흔적을 이어가고 있다 할 것이다.
동시영 시인은 언어 과잉을 경계하고 배제하려는 선택 행위를 통해 이성적 경계를 지우면서 나머지는 여백으로 돌리는 시적 방법론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압축과 여백의 미를 통해 서정의 본령을 회복해가는 동시영 시편의 밀도가 새삼 깊게 다가오고 있다.

‘오늘’이라는 현재형에 듣는 ‘한마디 말’

두루 알다시피 서정시는 시인이 스스로 살아온 삶의 내력을 회상하고 성찰하는 시간예술이다. 앞에서도 강조하였듯이, 고백과 기억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서정시의 원리는 자신의 내면으로 몰입하려는 힘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다양한 타자들로 번져가려는 충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어엿한 시간예술로서의 서정시는 이러한 고백과 기억을 통해 시인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섬세하게 재구성함으로써 그 안에 녹아 있는 보편적 삶의 이법을 탐색해가는 과정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동시영의 경우, 지나온 시간에 대한 초월적 미화(美化)보다는 자신의 삶을 가능케 해준 현재형의 흔적을 추스르는 쪽에서 그러한 발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음 시편을 한번 읽어보도록 하자.

어제는 나를 따라왔을까

풀처럼 뽑혔을까

시간의 자식으로 커 오르는 내일

꽃 입고 걸어온다

저 봄은 몇 살일까?

봄처럼 생각은 늙지 않고 자란다

기억의 형용사
계속의 몸
입도 생각도 모른다

하루를 찾으면
하루를 잃는

갈등을 먹여 살리는, 마음 하나 지나간다

시간이 뿌리친다, 씨의 집, 공간 숨터

종로를 걸어가며
종로 닮는 사람들

오늘을 힘껏 짜,
시간 즙을 마신다
― 「기억의 형용사 - 씨의 집」 전문

시선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이 시편은 그동안 살아온 시간을 기억하고 오늘의 시간을 다짐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시인 자신을 따라온 ‘어제’가 풀처럼 뽑히고, 시간의 자식으로 커가는 ‘내일’이 꽃을 입은 채 찾아온다. 그렇게 찾아온 봄처럼, 시인의 생각은 늙지 않고 힘있게 자라갈 뿐이다. 시인이 지향해온 시쓰기는 그렇게 “기억의 형용사”에 의탁하여 역동적으로 펼쳐져온 것이다. 하루를 찾으면 하루가 사라지는 흐름 속에서 시인은 “씨의 집, 공간 숨터”로서의 시간의 처소를 만들어간다. ‘오늘’을 떠올리면서 시간 즙을 한껏 자서 마시고자 하는 것이다. 어제-오늘-내일의 선조적 흐름이 아니라 ‘오늘’을 중심에 두고 어제와 오늘을 끌어당기는 그 “기억의 형용사”가 바로 ‘시인 동시영’의 모습을 아련하게 전해준다. 이러한 적공(積功)의 과정은 그 자체로 자신을 가능케 해준 가장 종요로운 내질(內質)이 시간이었음을 고백하는 시인의 모습을 암시해준다. 모든 순간순간이 오늘이라는 현재형에 붙박여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라지는 순간을 잡기 위해 사랑”(「사랑하고 흐르고」)하고 그 “순간만 새 것이고 모든 것은 헌 것”(「광장에서 들린 말 - 제마 알프나 광장」)임을 증언해가는 것이다. 아름답고 애잔한 문양(文樣)이 그 안에 가득 흐르고 있지 않은가.

-중략-

또 다른 시쓰기를 향해 나아갈 아름다운 언어와 사유

지금까지 우리가 천천히 읽어온 것처럼, 동시영의 시선집 <기억의 형용사>는 그동안 펴낸 열 권의 시집이 집성(集成)된 미학적 결실이다. 그는 이제 삶의 연륜에서 빚어지는 오랜 감동과 깨달음의 세계를 노래함으로써, 그 안에 나날의 삶에 대한 발견의 순간을 녹이고, 인간과 세계를 원초적으로 이어주는 고리로서의 언어를 열망해간다. 그래서 그의 시는 우리에게 이성적 사유를 위한 계기를 제공하기도 하고, 실천적 삶에 대한 자극을 주기도 하며, 시인 자신의 순수 원형을 상상케 함으로써 어떤 삶의 표지(標識)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가 수행해가는 이러한 시쓰기의 도정은 삶의 순간순간을 지탱해온 운동의 결과로서, 시인 스스로의 실존적 조건을 힘겹고도 아름답게 유지해가는 원리로 각인되어간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시를 통해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지남(指南)을 탐색해갈 수 있었으리라.
결국 동시영의 시는 서정의 원리에 대한 섬세한 감각, 삶의 근원과 구체성에 착목한 의미 있는 성취로 우리 문학사에 남을 것이다. 그는 우리 시대의 불모성에 대한 유력한 항체를 쉼 없이 만들어냄으로써 자신만의 고전적 사유와 감각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시인은 자신이 오랜 시간 바쳐온 등불 같은 사유와 감각을 통해 자신의 시편들을 더욱 밝혀갈 것이다. 또한 그의 기억을 만들어준 소재 역시 그 스스로 만나온 사람과 사물이었으니, 앞으로도 이러한 것들이 동시영 시의 확고한 바탕이자 궁극이 되어줄 것이다. 그만큼 그는 존재론적 기원을 환기하는 시공간에서 생의 근거(ground)를 구성하면서 또 다른 시쓰기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그 ‘또 다른 시쓰기’의 모습은 그 특유의 실존적 성찰과 함께 다양한 형식과 기법, 구조적 완결성을 구축해가는 ‘동시영 브랜드’의 과정으로 하염없이 이어져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랫동안 이어져온 ‘시인 동시영’의 이러한 아름다운 언어와 사유가 우리 시단을 출렁이게 하는 것을, 매혹의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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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수평선은 물에 젖지 않는다

그를 방랑하다

― 천전리 암각화

시간의 소가
신화의 가슴에서 풀 뜯다
안개 입속으로 들어간다

나이나이 난시루 나이네 나이루

시간 삼거리,
어제 오늘 내일 위에

옛날을 되새김하는
돌이 된 소 한 마리

돌의 입술에선 신성한 전언

시간도 멀어지면 베일 쓴 매혹

때론, 미래보다 과거에 더 설랜다

그림 손으로 선사先史 살결 만지고
부호符號 속 향연으로 깊이 들어간다
키르나르 수가르 헤르혀 수마르타 나이나이 난시루 나이네 나이루

얼굴은 본래 신이 주신 가면
가면 같은 남자 얼굴
암호 같은 눈빛

셀 수 없는 시간 너머
그가 나를 응시하고
시선視線에 길을 놓아
나는 그를 방랑한다
수가르 나르메 부카르 흐르카니 나이나이 난시루 나이네 나이루

과거와 현재는 너무 닮은 형제

목숨 건 먹이 사냥
성속聖俗 넘는 남녀 교합
불안의 짝 기도에
취함인가 몰입인가
니네 나네 난시루 나이네 나이루

늙지 않는 영원에
대답 없는 질문의 터

몸에 다녀간 생각들 같은
장소에 왔다 간 동작들 나와
나이나이 난시루 나이네 나이루
나이나이 난시루 나이네 나이루
생각은 누구의 주소인가
― “따라오지 마”! 의 눈동자

내가 바닥이라 부르는 것을
아래층 사람들은 천정이라 부른다
집을 포개 놓으니 의미가 포개졌다

이름은 추상의 문고리
태어나면 물샐 틈 없이 이름이 된다
이름이 짓는 추상의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

아파트 문을 잠그자 밖이 활짝 열린다
열린 밖은 사람을 크게 잠근다
소리 질러 일하던 공사장 소음이
인부들 따라 가 점심 먹나 보다
뻐꾸기 소리가 내 맘에 잠깐 앉았다 간다

산은 앉아서도 간다
지나가는 등산객이 그의 길이다
길과 풍경을 교환하고
등산복 색깔로 단풍을 만든다

아는 개미도 아닌데,
까만 무관심,
개미를 따라가 ,
자물쇠, 작은 문만 만나고 왔다

전화가 말을 건다

“메소포타미아전을 언제부터 시작하냐”고 물을 때,
“나를 언제부터 세상에 전시했나” 생각하다
‘질문’을 호수에 빠뜨렸다
떨어지는 질문에 호수가 깜짝 놀랐다
놀람에서 빠져나온 물이 눈 깜빡이며
‘흐름’과 언제 ‘결혼했나’ 생각한다

물이 ‘갈증’에 젖고 있다
흐름에 다친 상처를 조금 아파한다

호숫가 나무가 허공에 가지 뼈로 시를 쓴다
봄 여름에 쓴 잎의 문장들을 가을에 날려 보낸 건
내가 본 ‘퇴고’의 최고 ‘명장면’이다

나무는 ‘허공’이,
시가 없을 때부터
시라는 걸 알고 있다

사람들이 주소처럼 길에 가득 서 있다

신기루가 말하는 “따라오지 마”!의 눈동자를 닮았다

따라오지마의 주소들이 번지듯 나타나듯 스미듯 하고 있다
해석을 넘어가고 질문으로 간다
― 갬미페스*

갬미페스 ,
무슨 삶을 넘다가 이리 높은 고개가 되었나

광야는 진공처럼 고요하다

텅 빔의 풍요-,
거대 바위 그릇,
흘러 담기는 원시의 액체

길은 길고 시간은 짧다
짧은 스커트, 시간 아래
길고 긴 갬미페스 다리 조금 보인다

기다림의 이정표, 나무
초록을 건너다니는 징검다리
나무처럼 서 있는 사람 한 그루
시간에 뿌리 깊이 내린다

바람 부는 날은 ㅍ이 바빠-

꽃들은 무슨 잠에서 깨어나나

야생화 표기법
누가 하는 말인가
누가 떨구고 간 웃음 파편인가
무엇이 이리도 무늬 내려 보는가

과정만 연습하는 목숨의 길
오후 다섯 시가
금빛 길을 간다

시간은 부유하다
끝없이 오는 내일

해석을 넘어가고

질문으로 간다

* 스위스 로이커바트의 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