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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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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지금까지 만들어진 한자는 총 몇 자나 될까?
필자가 살고 있는 이곳 강원도 강릉에서 만나는 지인들 가운데, 혹자는 이따금 “지금까지 만들어진 한자가 얼마나 되느냐?”고 묻곤 하는데, 참으로 난감한 질문이지만 정답(?)은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대자전大字典이나 대사전大辭典을 살펴보면, 출판 시기에 따라 나열했을 때, 일본의 ≪대한화사전大漢和辭典≫(13책), 대만의 ≪중문대사전中文大辭典≫(10책), 중국의 ≪한어대사전漢語大詞典≫(13책), 우리나라의 ≪한한대사전漢韓大辭典≫(15책)이 각국을 대표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나온 우리나라의 ≪한한대사전≫이 분량 면에서 가장 방대하다. 이것들을 통틀어 계산하면, 지금까지 만들어진 한자는 얼추 5만 자 남짓 된다.
필자가 예전에 고교 동창생들이 강릉을 방문했을 때 취중에도 설명한 적이 있는데, 이 많은 한자 가운데는 고문자古文字, 이체자異體字, 약자略字, 속자俗字 등 시대 상황에 따라 모양만 달라졌을 뿐, 음音(소리)과 훈訓(뜻)이 동일한 한자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따라서 이러한 한자들을 제외하면 음과 훈이 완전히 다른 독립된 한자의 수치는 거의 반감한다. 게다가 심지어 개중에는 음과 훈이 불명확하고, 언제 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한자들마저도 존재한다.
중국고전을 전공하는 전문가라면 고문헌을 읽기 위해 1, 2만 자 내외의 한자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한자를 많이 알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중국인들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한자는 3, 4천 자에 불과하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한자의 사용이 거의 단절되다시피 하였으니, 필요한 사람만 한자를 익히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국민이 왜 영어 공부에 ‘몰빵’하는지 의아스럽다! 다만 독자나 청자가 의미를 정확히 전달받지 못 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한자를 병기함으로써 그 의미를 구분해 줄 필요는 있을 듯하다. ‘오랜만입니다!’라는 말을 중국어로 ‘하오지우부지엔!(好久不見!)’이라고 발음하는데, 이따금 발음이 같은 ‘하오지우부지엔!(好酒不見!)’으로 치환하여 ‘좋은 술이 안 보이네요!’라는 뜻으로 농담을 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말에서도 흰 쌀을 뜻하는 ‘백미白米’와 뛰어난 사람이나 작품을 비유하는 ‘백미白眉’처럼, 의미에 혼동이 생길 경우만 한자를 활용하면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