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초월해 펼쳐지는 사랑의 신비와 본질!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에 대한 영원한 동경을 환상적이고 시적인 문체로 풀어낸 작품
《제니의 초상》은 로버트 네이선의 대표작이자, 그에게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문단에서 독자적 지위를 안겨준 작품이다.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현재는 20세기 미국 환상 문학의 고전을 꼽히기도 한다.
《제니의 초상》은 한 예술가가 영감의 결핍 속에서 시간의 경계를 초월한 아름다운 존재와 조우하며 예술과 사랑, 불멸에 대한 사유로 나아가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창작의 위기를 겪는 뉴욕의 화가다. 어느 겨울날, 그는 센트럴파크에서 제니라는 이름의 한 소녀를 만난다. 이상하게도 제니는 옛 복장을 하고 있으며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 말을 반복한다. 화가는 제니에게 묘한 끌림을 느끼고 그녀를 스케치하기 시작한다. 사라진 영감을 되찾기 시작하는 것이다. 한편 제니는 만날 때마다 훌쩍 자라 있거나 시간의 혼동을 가져다주는 등 계속해서 그와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결국 제니는 처음 나타났듯이 홀연히 사라지고, 제니를 그린 초상화는 화가의 대표작이 된다.
시간을 건너온 소녀 제니와의 사랑 그리고 예술 20세기 미국 환상 문학의 고전!
이처럼 《제니의 초상》은 화가와 모델의 관계를 기본 축으로 삼는다. 그러나 둘 사이를 일방적 착취나 메마른 도구적 관계가 아니라 사랑과 환상이 깃든 관계로 그린다. 제니가 화가의 예술적 영감뿐 아니라 내면의 위기까지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한편, 제니와의 만남은 늘 감정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는 화가의 예술적 약점을 보완해주기도 한다. 이처럼 예술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제니는 화가에게 축복과도 같은 결과를 선사한다.
한편, 제니의 비선형적 시간성은 작품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동시에 예술의 속성에 대한 암시를 주기도 한다. 예술은 명징하고 분명한 것들이 아닌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것에서 비롯한다는 점을 제니를 통해 드러내는 것이다. 여기에 더불어, 화가와 제니가 사랑하는 사이라는 점은 예술뿐 아니라 사랑 역시 통속적인 것들을 초월한 보편적 속성을 가졌다고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요컨대, 이 작품은 시간을 넘나드는 제니를 통해 환상 문학의 재미뿐 아니라 예술과 사랑의 영원성을 대변한다.
시대를 초월한 진정한 가치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사랑과 예술의 본질에 관한 서정적 질문
사랑과 예술의 신비와 본질을 환상적이고 시적인 문체로 드러낸 이 작품이 1940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뉴욕은 당시에도 물질문명이 가장 화려하게 꽃피운 도시 중 하나였다. 그런데 정작 그곳에 사는 화가는 창작의 열의와 영감을 잃은 상태다. 그런 그에게 다시 영혼과 감정을 불어넣는 건 제니, 즉 환상적인 요소가 깃든 소탈한 사랑이다. 이 대비는 시대를 초월한 진정한 가치가 어디에서 나오는지에 관한 교훈을 준다. 나아가 우리 영혼에 아름답고 순수한 것에 대한 영원한 동경이 자리하고 있고, 이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서정적으로 보여준다.
책속에서
[P. 3] 굶주림에는 먹지 못한 데서 오는 것보다 더한 굶주림이 있다. 그리고 나를 허기지게 한 것은 바로 이 같은 굶주림이었다. 나는 가난했고 나의 작품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P. 6] 나는 멈추어 그 애를 지켜봤다. 그런 곳에 완전히 혼자 있는 아이를 보고 놀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