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반려견과 관련한 각종 물품이나 서비스 산업도 많이 확장하고 있고, 반려견 문화와 인프라도 점차 갖추어져 가고 있다. 2021년에 “반려견과 법률이야기”라는 책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반려견과 관련한 각종 법률제도들을 소개해보았는데,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반려견과 관련한 법률분쟁 분야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우리 사회에서 반려견 문화가 잘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반려견과 관련한 각종 법률분쟁들이 효율적이고,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되어야 한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반려견과 관련한 법률분쟁 해결제도를 개선할 필요도 있으며, 개별적으로 개인들이 반려견과 관련한 분쟁을 예방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을 해야 할 필요도 있다.
이런 차원에서, 반려견과 관련하여 법률분쟁이 빈번한 몇 개 분야에서, 우리나라보다 훨씬 풍부하게 반려견 판례들이 축적된 미국법원에서 진행되었던 사건 40개를 선정하여 책으로 소개하게 되었다. 이번에 선정한 판례들은, 관련 분쟁에 대해서 대표적이고 권위 있는 선례로 인정받고 있고, 논리와 내용이 충실한 판결문을 위주로 골라보았다.
각 판례에 대해서는, 가급적 판결문 원문내용을 충실하게 설명하고, 판결 결과에 영향을 주었다고 여겨지는 사실관계와 논리를 조명하고, 관련 분야 법률이론들을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서 필요한 소송절차나 사건배경 및 자료사진 등을 간략하게 추가하였으며, 미국 법률지식이 부족한 사람이나 미국 법률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모두 도움이 되도록 그 형식과 내용을 교재처럼 구성해보았다.
이 책의 독자들이, 지루하고 딱딱하지만 끈기를 가지고 책을 독파해서, 반려견과 관련한 법률분쟁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법률이론들의 취지와 자주 등장하는 주장들의 유형과 재판결과에 영향을 주는 사실관계들을 파악해서,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이런 반려견 법률분쟁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고, 혹시나, 피치못하게 발생한 반려견 법률분쟁에는 잘 대응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해본다.
- 이 책 <머리말> 전문
“법정에서 개는 무엇으로 불리는가?”
이 책을 덮은 후, 이 질문이 마음 깊이 남았다. 법은 반려견을 어떻게 분류하고 있는가. 가족? 생명? 감정의 대상? 아니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개는 ‘개인 재산’으로 간주된다. 누군가에겐 자녀와도 같은 존재인 반려견이 법정에 서는 순간, 물건이 되어버린다. 그 순간이 남기는 감정적, 제도적 충격을 우리는 정말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책은 우리가 만들어 가고 있는 반려동물 문화의 깊이를 되묻고, 제도와 감정, 책임과 권리 사이의 균열을 면밀하게 진단하는 일종의 사회학적 기록이다. 동시에,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법의 언어로 번역했을 때 발생하는 현실의 모든 복잡함을 응시하는, 놀랍도록 정직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이 책은 40건의 실제 미국 법정 판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 최우영 변호사는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별로 적용된 법 조항, 쟁점, 판결의 논리를 정교하게 정리했다. 그런데 이 책이 단순한 판례 모음집에 그치지 않는 결정적 이유는, 그 법리 해설의 밑바탕에 ‘공존’에 대한 사유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동물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 그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어떻게 정의하고 해결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책 전반에 진하게 흐른다.
책의 첫 장은 ‘반려견을 살해할 수 있는 권한’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주제에서 시작한다. 과연 언제, 어떤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개를 죽이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예컨대, 딸이 개에게 물리자 흥분한 아버지가 반려견을 집 밖으로 던져 죽게 한 사건(에피소드 1, Commonwealth v. Daly)에서 법원은 “이미 개를 통제하고 있는 상태였다면, 그 이후의 과도한 물리력은 정당방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다. 감정적으로는 이해될 수 있어도, 법은 공정성을 잃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감정과 이성 사이의 균형을 요청하는 법률적 성찰의 장을 연다.
더 나아가, 수의사의 오진으로 반려견이 죽었을 때 보호자는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에피소드 14–
18), 동물보호소가 실수로 다른 사람에게 개를 입양 보냈을 때 원래 보호자의 권리는 어디까지 인정되는지(에피소드 21–
26), 반려견이 일으킨 사고에 대해 법적 책임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에피소드 31–
40) 등 책이 다루는 주제는 모두 실제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이자, 앞으로 더욱 빈번히 마주하게 될 사안들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제는 반려견 법률분쟁 분야에도 본격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점”임을 분명히 말한다. 한국 사회에서도 반려견 관련 분쟁이 점점 늘어가는 상황에서, 감정적 대응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갈등이 늘고 있다. ‘누가 잘못했는가’를 따지기 이전에, 어떤 법적 기준이 존재하는가를 이해하고, 그 기준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앞으로 다가올 사회적 문제를 대비하는 실질적인 준비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사건의 흐름을 정리하면서도 핵심 쟁점이 무엇인지, 미국 내에서도 판례가 어떻게 다르게 해석되고 적용되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판결문의 요지뿐 아니라, 관련된 법 조항, 감정적 갈등, 책임의 경중까지 함께 서술함으로써, 독자가 단순한 감정 이입이 아니라 법의 언어로 사건을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도록 돕는다. 이는 변호사, 수의사, 공무원, 정책 담당자는 물론,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반려동물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점은, 저자가 단순한 법률 해설자에 머무르지 않고, 사건 이면의 인간적 감정까지 함께 들여다본다는 점이다. 각 장에는 판결 대상이 된 반려견의 이름과 함께, 그들의 생애와 보호자와의 관계가 간결하지만 따뜻하게 기록되어 있다. 저자는 ‘Snippy’나 ‘Murphy’라는 이름을 통해, 법 앞에서조차 개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한 가족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한다. 이 책은 결국 생명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우리가 어떤 자세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지를 묻고 있다.
『미국법정에서 소송에 휘말린 반려견들』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반려견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냉정한 현실을 알려주는 책이고, 법을 다루는 이들에게는 감정의 무게를 일깨우는 책이며, 사회 전반의 성숙한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합의 지점을 탐색하게 하는 책이다. 법은 결코 모든 것을 품을 수 없다. 그러나 법을 아는 일은 우리가 감정을 더 정당하게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그 첫걸음을 함께 내딛게 한다. 조용하지만 깊이 있는 울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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