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내 인생에게 묻는다 내 인생에게 묻는다 장생포엔 고래가 없다 접시꽃 나는 자연인이다 흔들린다는 것 판단 문득 은하수 내 고향 안면도 유년의 고향 서귀포 올레길을 걸으며 코스모스꽃 가을 영랑 생가 다산 정약용의 길 들꽃 황포 포구 봄은 다시 온다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고향에 와서
2부 다산 초당을 오르며 고향의 봄 거문오름을 오르며 소년이 온다 들꽃 예찬 벌레의 잠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오월이 오면 찾아온 고향 능소화 매미 무궁화 오사카성에서 김포 가는 길 꽃지 바다의 노래 저 바다에 누워 강아지 초코 철없는 꽃 노량, 그 죽음의 바다 다산 초당을 오르며 새의 눈물을 보았다
3부 계엄령과 민주주의 내시경 기다린다는 것 청풍 호수에서 반성 접시꽃과 수국꽃 배롱나무꽃 모과 이야기 칠갑산의 밤 은행나무 길을 걸으며 늦가을의 끝 강진만 생태 공원 갈대숲 한산도를 바라보며 존재의 이유 AI 시인 첫눈 계엄령과 민주주의 박경리 기념관에서 쇠소깍 사랑 해마 이야기 열대야의 달빛, 기파랑을 부르다
4부 지구라는 별에서의 삶 행복했어라 바닷가 사람들 지나간 날들과 앞으로의 날들을 위하여 정수원에서 별이 된 줄리엣 대부도 들꽃 시인의 농장 이야기 CT실에서 서귀포 연가 가을 풍경과 시인 추수 감사 기도 시 안중근 제주항공 사고를 추모하며 양수리에서 흰 눈과 유년 이야기 눈 속의 꿈 새로운 길 위에서 설날 즈음 추운 겨울의 시 리브가의 길 성탄절 해넘이 낭송시
해설 삶의 근원에서 도출한 깨달음의 시 -김종회(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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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비극의 역사를 응시하는 목격자의 시선 상처 입은 시간 위로 피어난 들꽃 같은 위로
“낯선 길이라 망설여도 좋아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디디면 돼“
권태주 시인의 신작 시집 『새의 눈물을 보았다』가 걷는사람 시인선 141번으로 출간되었다. 자연의 순리 안에서 발견한 삶의 지혜와 유년 시절부터 목도해 온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 현장을 서정적인 언어로 엮어 냈다. 시인은 감정의 유희를 넘어 “인류 보편적이며 항구적인 정서를 담아내는 시”를 쓰겠다고 선언한다. 그의 다짐처럼 『새의 눈물을 보았다』의 시 세계는 거창한 담론으로 역사를 재단하기보다 묵묵히 곁을 지키며 “숨죽이고 지켜보던/새들의 눈물”을 기억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는 아픈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악수이자, 척박한 땅에서도 기어이 꽃을 피우는 들꽃 같은 생명력을 보여 주는 기록이다.
들꽃처럼 피어나는 삶의 긍정 내 인생의 가을을 맞이하는 성숙한 자세 시인의 시선은 자연과 일상의 소박한 풍경으로 향한다. 그는 화려하게 가꾸어진 정원의 꽃보다 “씨앗 떨어진 자리에서/계절에 따라 솟아나 꽃을 피운” 들꽃의 강인함에 주목한다. “무더기로 여럿이 꽃을 피운 들꽃들이/다정하고 포근하다”(「들꽃 예찬」)는 고백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동체적 삶에 대한 지향을 보여 준다. 또한 못생겼다고 여겨지는 모과에게서 “진한 향기 풍기는 귀한 존재”(「모과 이야기」)의 가능성을 발견하며 겉모습보다 내면의 가치를 중시하는 따뜻한 시선을 건넨다. 시집 곳곳에는 중년에 접어든 시인이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목소리가 담겨 있다. 화자는 “문득, 내 인생은/지금쯤 어디쯤 와 있는지” 자문하며, “내 인생의 가을이 오기 전에/부지런히 살아 내며/아름다운 삶의 열매를/차곡차곡 가꾸어 가겠”(「내 인생에게 묻는다」)다고 다짐한다. 이는 지나간 청춘에 대한 회한이 아닌 다가올 이별까지도 긍정하며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 내겠다는 단단한 삶의 태도이다. “흔들리는 마음”조차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흔들림”(「흔들린다는 것」)으로 승화시키는 시인의 태도는 불안한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위안을 준다.
지구라는 별에서의 소풍을 마치며 빈손으로 돌아가는 길에 남기는 감사의 인사 시집의 4부 ‘지구라는 별에서의 삶 행복했어라’에 이르면, 삶과 죽음을 관조하는 시인의 시선은 더욱 깊고 그윽해진다. 화장장인 정수원을 배경으로 한 시 「정수원에서」는 죽음을 끝이 아닌 자연으로의 회귀로 받아들이는 초연함을 보여 준다. 시인은 “누구든 삶을 지속하고 싶지 않았으랴”라며 생의 애착을 인정하면서도, 결국 “안녕, 인생아/지구라는 별에서의 삶 행복했어라”라고 읊조리며 떠나는 이의 마지막을 축복한다. 해설을 쓴 김종회 문학평론가는 권태주의 시를 두고 “자신의 삶 전체를 관조하는 성찰의 답안이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제기하는 삶의 정체성에 대한 질의”라고 평했다. 『새의 눈물을 보았다』는 굴곡진 역사의 터널을 지나온 세대에게는 공감의 위로를,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는 진리를 전하는 시집이다.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씨앗 떨어진 자리에서/계절에 따라 솟아나 꽃을 피운” 들꽃처럼 묵묵히 살아온 시인의 궤적은 독자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킬 것이다.
책속에서
가을이 오기 전에 풀잎들은 부지런히 광합성을 하고 속 깊은 열매를 키웁니다
나도 그러하겠습니다 내 인생의 가을이 오기 전에 부지런히 살아 내며 아름다운 삶의 열매를 차곡차곡 가꾸어 가겠습니다 ―「내 인생에게 묻는다」 부분
=피어날 수 없었던 젊음의 꽃봉오리들 길바닥에 남겨진 젖은 핏자국 그들은 우리의 밤하늘 별이 되어 소리 없이 빛나며 그날을 이야기한다
광주의 봄은 그대들의 이름을 부르고 오월의 바람은 다시 찾아오네 잊지 않으리, 뜨거운 그날을 소년들이 그린 꿈, 우리가 지켜 내리 ―「소년이 온다」 부분
외로이 홀로 핀 풀꽃이나 무더기로 꽃을 피운 들꽃들 모두 존재로서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이다 멀리 있는 너처럼 ―「들꽃 예찬」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