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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청바지 J 11 인디언 서머 12 이사 14 미현이라는 거짓 16 공업사와 개 19 모두의 도서관 20 산책을 따라나선 밤 22 탈의실 24 나의 월요일 26 문상하는 자세 27 드라이플라워 30 달력 속의 사람 32 손가락 왈츠 34
제2부 명료한 밤 37 오랜 분실물 40 크리넥스가 젖었다 41 숙제는 끝나지 않아 42 휠체어 타는 남자 44 아라비안 노래꼬리치레 46 악수 48 여름은 그곳에 남아 50 호계역에서 51 네잎클로버는 없다 52 모자, 일요일 그리고 개 54 첫 눈사람 56 객점 호쨔이 58
제3부 유키는 유키 63 누구의 장례식이었을까 64 소꿉놀이 66 톨게이트에 웃음을 지불했다 68 아직도 술래일까 70 밤의 횡단보도 72 목요일의 안부 74 광장의 방향 76 샤갈의 미술관 79 스무 살의 다이어리 80 폭설, 봄 82 폐경 84 My Second Life 86
제4부 창고와 개 91 우리 집 구전 92 크레바스 94 나무랄 수 없는, 96 다시 여름 99 8월 4일 100 그러게, 그러게 102 낮달 104 여름 고드름 106 기도의 내일 108 이모라고 했다 110 나르시시스트 112
해설 김병호 117 시인의 말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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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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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3266444
811.15 -26-277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314호)
이용가능
0003266445
811.15 -26-277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314호)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2016년 『서정시학』으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현 시인이 《실천문학》에서 첫 시집 『인디언 서머』를 출간했다. 이 시집에는 상실과 불안의 시대를 건너는 치유의 언어, 상처를 응시하는 숭고한 증언, 삶과 인간 존재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정서적 복합성과 함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도록 독자를 이끌 51편의 수려한 시가 실려 있다. 이 시집 『인디언 서머』는 상처 입은 자아를 다시 세우고 단절된 기억을 잇는 치열한 기록이자,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묵직한 위로의 시집이다.
상처의 구조를 해부하고, 내면의 균열을 기록한 시집! 이현, 9년의 침묵을 깨고 첫 시집 『인디언 서머』 출간
상실과 불안, 그리고 트라우마— 그 깊은 균열 속에 피어오르는 한 줄기 언어의 불빛!
가장 아픈 순간에만 나타나는 언어의 온도! 이현의 『인디언 서머』는 상실과 존재의 불안을 지나 트라우마 너머의 빛을 보여준다
변혁적 언어와 찰나의 카타르시스
여름이 갇혔다
한 번도 스스로 어두워 본 적 없는 마네킹을 생각한다 한 덩어리의 어둠으로 켜켜이 페이지를 이룬 두꺼운 책을 들고 비가 올 때마다 계단을 오른다
종이컵에 가라앉은 시간을 마신다 처음엔 이름과 맞바꿀 생각이었다 어둠, 한 줄에 죽음 하나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살고 있구나, 쇼윈도를 사는 심정으로
(중략)
어긋나게 자란 사시나무 곁으로 시침이 꽂힌 채 작은 새가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누군가 다가와 처음으로 돌아가는 문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여름이었다 -「인디언 서머」 부분
시 「인디언 서머」는 글의 서두에서 설명한 내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즉 상실, 트라우마, 존재의 불안정, 그리고 정체성 탐색이라는 현대인의 보편적인 내면 풍경을 밀도 높은 언어와 독특한 이미지로 직조해 내고 있다는 의미이다. 표제작으로서 시집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주제 의식을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으며, 특히 현실과 유리된 듯한 현대인의 삶, 그 속에서 느끼는 내면의 공허함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이것을 초록이라 부르기로 합시다
아무것도 없었는데 말이 끝나자 반짝이는 나뭇잎이 보였다 왼팔 맞은편에는 나무 그 건너엔 오른팔
멀찍이 떨어져, 나무의 자전을 생각한다 나무가 가지를 뻗어 원심력을 펼치고 있다 가족을 얻었다, 나무에겐 그림자와 날아든 속도로 날아오르는 새가 있다
(중략)
두꺼운 몸에 그림을 그려 넣는 나무 안경을 끼고 축구공을 뒤쫓는 아이 벽에 기대 목적지를 고쳐 신는 이야기
어느 것도 시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데 자전을 배우고 원심력으로부터 나를 지키려
잠꼬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세계를 다녀온다 받아 적는 꿈이 달라질 때면 여전히 자전 중인지를 묻는다 초록은 겨울로 바뀌었지만 아직 초록으로 불린다
연필을 심었다 - 「My Second Life」 전문
이현의 시 「My Second Life」 역시 다소 이색적인 작품이다. 이 시는 존재의 근원과 자아의 본질을 탐색하는 심오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초록’이라는 상징적인 이미지와 ‘My Second Life’라는 제목의 그늘에서, 시인은 재탄생과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려는 의지를 탁월하게 드러낸다. 앞선 「인디언 서머」처럼 시는 단정적 진술로 시작한다. “이것을 초록이라 부르기로 합시다”라는 선언적 진술은 새로운 시작과 의미 부여의 의지를 드러내는 명명 행위이다. 2연에서 후속되는 언어의 창조적 힘, 이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자아 탐구의 첫걸음이다.
언니와 나 둘 다 예쁜 엄마가 되고 싶었으나 술 취하면 때리는 아빠도 있었으므로
나는 아빠가 되기로 했다 기왓장 조각에 이끼로 차린 밥상이 반짝거렸다 신발 안에는 닭이 물어온 노란 햇살 그날따라 벽돌을 빻은 반찬은 자꾸 바람에 날렸다
새살림 차릴 엄마 가방이 숨겨진 마루 밑 봄볕이 나무 대문을 열 수도 있다는 걸 몰랐다 가방을 뒤쫓는 아빠의 왼쪽 주머니에 칼이 있었다는 걸 햇살이 바닥에 쨍그랑 댄 뒤에야 알았다
(중략)
언니가 손가락으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문소리가 나면 치마를 벗었다 나는 방문을 잠그고, 주일엔 아버지 면회를 갔다
태어난 날이 크리스마스였다는, 예수가 내 방에 있단다, 아버지가 손을 내밀었다 달걀처럼 위태로운 예수는 그 봄에 죽었잖아요
겨울인데도 해가 길어지고 있었다 이번엔 언니가 아빠 될 차례 언니가 잠든 사이 머리를 감기고 옷을 갈아 입혔다 -「소꿉놀이」 전문
시집 『인디언 서머』에는 위험하거나 위태로운 작품이 암암리에 숨겨져 있다. 「소꿉놀이」가 그 대표적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는 어린아이의 경험, 특히 가족 내 폭력과 불안정한 환경이 개인의 정체성 형성과 자아 변형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다룬다. ‘소꿉놀이’라는 유년기의 행위를 통해 비극적인 현실을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존재의 불안정과 상처받은 자아의 모습이 노출된다.
바구니 가득 장미 꽃잎으로 샤워를 합니다 둘 곳 없는 눈 온몸을 더듬는 게 입술이어서 좋아요
껍질을 가졌어요 자궁으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아서죠
기적을 울리며 들이닥치는 미끈거림, 깃을 치는 입술을 상상해요 미끈한 자유와 몸의 굴곡들을 사유화합니다
머리와 젖가슴 사이엔 좀 더 쿵쾅거리는 동사가 필요합니다 레버를 당겨요 이륙해 주세요
(중략)
어쩌면 좋아요 주사위를 던지면 각 면마다 다른 얼굴의 내가 있습니다 나는 비누거품처럼 무수하고 풍성합니다
끝없이 높은 계단을 오를 때 나라서 좋아요 거기서 뛰어내릴 때조차도
나는 누군가의 완벽한 대안입니다 -「나르시시스트」 전문
마지막 차례로 읽어보는 「나르시시스트」 역시 이현 시의 개성적 세계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자기애적 주체의 내면을 강렬한 이미지와 파격적인 언어로 그려내면서도, 존재의 불안정과 그 속에서 자아를 탐색하고 확립하려는 치열함을 감추지 못한다. 앞서 살핀 작품들과 다소 다른 결이지만, 여전히 기존의 관습적인 시선을 거부하고, 주체적인 감각과 욕망을 전면에 내세워 독특한 개성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시는 화려하면서도 감각적인 이미지로 시작하면서 극도로 미화된 나르시시즘의 본질을 보여준다. 외부의 시선에서 벗어나 오직 자기 감각에 몰입하는 모습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내면의 욕망을 직시하며, 자기 몸을 탐색하는 자아와의 깊은 교감을 드러낸다.
이현의 시는 완벽한 행복이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지만, 불완전한 현실 속에서 삶을 받아들이는 법에 대한 사유를 선사하며 잔잔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복잡다단한 삶의 갈피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변혁적인 경험을 통해 다다르는 미학적 쾌감이 이현 시인만이 지닌 또 다른 시적 가치이며 가능성이다. 벌써부터 그의 다음 시집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