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거짓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구조가 되었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유포된 거짓과 음모론은 차별과 혐오의 언어로 변주되어, 민주주의의 공통 기반을 흔들고 시민들 사이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언어가 이미 특정한 프레임 속에서 의미를 생산할 때, ‘해석하는’ 행위는 오히려 인간을 ‘길들이는’ 과정으로 바뀐다. 도덕적 각성이나 시민교육, 법적 규제만으로는 이 확산을 멈출 수 없다. 정치적 거짓말은 감정과 언어의 결합 구조 속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그 구조를 이해하고 해부해야 한다. 세계기호학회 학술지 《세미오티가(Semiotica)》의 편집위원장과 미국기호학회 회장을 맡았고 럿거스대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토론토대 언어인류기호학과의 명예교수인 다네시는 개념적 은유 이론과 프레임 구성 이론을 통해 확산되는 코지브스키 효과와 다빈치 코드 효과가 인간의 인지 구조를 얼마나 정교하게 공략하는지를 추적한다. 저자는 정치적 거짓말과 음모론은 단순한 정보의 오류가 아니라 의도된 '언어적 설계'의 결과물로서, 그것이 만들어낸 혐오 표현과 신화적 서사는 대중의 현실 감각을 파괴하고 비판적 스위치를 꺼버려 민주적 숙의를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특히 정치인들과 언론인을 비롯한 사회의 지배 엘리트가 정치적 거짓말을 주도적으로 퍼뜨리고 있는 현실은 민주주의를 더욱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이 책은 은유적인 언어가 인지와 지각, 신념의 기제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과 정치적 거짓말이 어떻게 실재를 왜곡하고 조작하는지를 꿰뚫어 볼 눈과 사고력을 길러줄 것이다.
책속에서
[P.13] 이 책은 이러한 개념적 은유를 해체하는 데 목적이 있다. 개념적 은유 덕분에 권위주의 정치인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의미적 정상 상태에서 멀어지게 함으로써 자신들의 사악한 의제를 믿게 할 수 있다. 현시대가 도래하기 훨씬 이전에, 토머스 홉스는 정치적인 거짓말하기와 기만이 인류 역사의 시초부터 존재해 왔다는 사실을 증명하면서 다음과 같은 적절한 논평을 남겼다. “전쟁에서는 무력과 속임수가 가장 핵심적인 두 가지 덕목이다.” 무관심한 관찰자는 거짓말의 이점이 해악보다 더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릴지도 모른다. 예컨대, 그는 비슷한 상황에 있는 모든 사람이 똑같이 거짓행위와 기만행위를 한다면, 어떤 사람도 더 나빠질 리 없다고 결론지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 책의 주요한 목적은 그 이유를 보여주는 것이다. _ 「한국어판 출간에 부쳐: 정치적 거짓말은 어떻게 마음을 지배하는가?」
[P. 28] 아마도 정치적 동기를 지닌 거짓말하기와 속임수가 초래하는 마음 통제의 해로운 효과를 묘사한 사례로 1949년에 나온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만큼 효과적인 책은 지금까지 단 한 권도 없을 것이다. 다음 발췌문에서 볼 수 있듯이 오웰은 그러한 거짓말하기를 경멸했다. 왜냐하면 거짓말이 흔히 자신의 고유한 기억이나 현실 감각과 어울리지 않는 상반되는 신념들을 진리로 수용하도록 사람들을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_「1. 거짓말과 음모론」
[P. 61] [이민은 홍수]라는 프레임[예: ‘파도처럼 밀려오는 난민(a wave of refugees)’]을 구성함으로써, 이 (이민) 문제가 구체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속 초점으로 들어온다. 따라서 이 프레임은 국경 횡단 지점의 방벽 설치를 지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은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 기간에 계속 천명했다(Jimenez,ArndtandLandau 2021). 재임 기간 중의 소셜 미디어 게시 글을 분석하여, 이 연구자들은 이민자들이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벽 설치를 지지한 사람들이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이민은 홍수]라는 프레임을 구성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분명히 홍수 프레임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방벽 설치를 비롯한 홍수 예방 전략의 연상물을 활성화했다. _「2. 정치적 거짓말을 해체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