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동인 '월급사실주의'가 2024년 11월부터 한겨레 신문에 연재한 인터뷰를 묶음 파일유형: 문자자료(EPUB) 인쇄자료(책자형)로도 이용가능 접근방법: World Wide Web 이용가능한 다른 형태자료:일하는 사람의 초상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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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삶의 통찰들을 전하는 땀 냄새 나는 철학서 … 저희도 그런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 장강명, 「기획의 말」 중에서
먹고사는 문제에서 책임과 자부심까지 소설가 14인이 보고 듣고 그려낸 일, 삶, 사람
소설가 14인이 '지금, 여기'에서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과 삶을 보고 듣고 그려낸 인터뷰집이다. '월급사실주의' 소설가들이 2024년 11월부터 《한겨레》에 연재하고 있는 직업 인터뷰 53편 중 30편을 추려 단행본으로 엮었다. 월급사실주의는 '평범한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리는 한국 소설이 드물다, 우리 시대 노동 현장을 담은 작품이 더 나와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22년에 결성한 소설가 동인으로, 『일하는 사람의 초상』은 이들의 첫 논픽션 앤솔러지다.
소설가 장강명은 「기획의 말」에서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스터즈 터클의 『일』을 참고했다고 밝힌다. 스터즈 터클은 1960~1970년대 미국에서 일하는 사람 133명을 인터뷰해 “미국 민중의 모습을 보여주는 구술사 서적”이자 “한 시대에 국한되지 않는 삶의 통찰들을 전하는 땀 냄새 나는 철학서”를 완성했다. 이번 책에서 참여 작가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일하는 31명을 만나 먹고사는 문제부터 책임과 자부심, “생활의 자세와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방식”까지(6쪽)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책은 일반적인 신문 인터뷰뿐 아니라 에세이, 짧은 소설 등 다양한 형식을 넘나든다. 작가들은 아파트 환경미화원 · 119안전센터 구급대원 · 의료인 등 필수노동자를 조명하고, 촬영감독 · 공인노무사 등 존재는 익숙하지만 정확한 업무는 생소했던 직업의 세부를 다루며, 항공정비 검사원 · 면역전문 간호사 등 존재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을 소개한다. 일터의 모습, 손때 묻은 도구, 이들의 자부심과 철학을 보여주는 사진들은 독자가 더욱 생생하게 직업 세계를 경험하도록 돕는다.
“월급사실주의 소설가들은 앞으로도 '지금, 여기'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발품을 팔아 사실적인 글을 쓰겠습니다. 응원 부탁드립니다. 애정 어린 질책도 좋습니다.”(7쪽)
만들다, 잇다, 지키다, 살피다… 세상에 기여하는 네 가지 방식
1부 〈만들다〉에서는 중식당 제면 · 올리브오일 생산 등 직관적인 의미의 '만드는 일'부터 작곡 · 촬영 ·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설립 등 추상적인 영역까지 유무형의 가치를 만드는 사람들의 초상을 그린다. AI 시대에도 여전히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고민이 있으며 무엇에서 자부심을 느낄까? 치과기공사 이태신 씨는 “요새 치과기공사들은 신기술을 쓰니까 속도나 결과만 보면 일을 잘하지만, 입안 감각은 절대 숫자로 못 읽어요”라고 말하며(17쪽) 인간 전문가의 경험을 강조한다.
2부 〈잇다〉의 인터뷰이들은 인력과 자원, 정보와 서비스, 교육과 문화가 필요한 곳에 연결될 수 있도록 길이 되어주는 사람들이다. 국가평생교육원 독학학위제 담당자 김지원 씨는 수험자들이 “인생의 다음 단계로 가는 징검다리 같다”라고(116쪽) 자신의 업무를 소개한다. 여러 사람을 상대하는 일인 만큼 갈등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이들은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 해결되는 일이에요”(96쪽), “응답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감사한 거죠”(127쪽)라며 한목소리로 양보와 감사를 이야기한다.
3부 〈지키다〉에서는 안전, 생명, 청결, 장애인 이동권, 노동권을 '목숨 걸고' 지키는 사람들을 만난다. '필수노동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널리 호명된 말이지만, 이들의 노동은 재난 상황이 아닌 평소에는 금세 비가시화된다. 작가들은 위험과 책임을 감당하며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는 이들의 삶을 구석구석 들여다본다. 장애인들이 “허락받지 않아도 되는 삶”을(213쪽) 살도록, 노동자들이 “제대로 대우받으며 보람을 느끼고 생계를 이어가”도록(221쪽) 힘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전한다.
4부 〈살피다〉는 마음, 건강, 급여, 취향, 생활을 '살피는 일'에 몸담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대의 필요를 알아차리고 대신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산부인과 의사 이종현 씨는 수면 시간도 부족하지만 환자들과의 '수다'에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자서전 대필작가 유수용 씨는 집필 전 반드시 대면 인터뷰를 진행한다. AI 상담이 일상이 된 시대에 타인을 살피는 이들의 모습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소설가 한은형의 말처럼, “답은 언제나 사람 사이에 있다”.(293쪽)
노동자의 선의에 기대어 굴러가는 일들과 안전하지도 공정하지도 못한 시스템에 대하여
공인중개사 박인숙 씨는 자신이 “조금 손해를 봐도 어떻게든 계약을 잘 성사”시킨다.(96쪽) 호주에서 고공로프 용접기사로 일하는 조국 씨는 “한국에서 고전적인 로프 방식으로는 일을 못 할 것 같습니다”라고(164쪽) 토로한다. 특수학교 급여 담당자 김다혜 씨는 한눈에 봐도 틀린 자료는 자신이 직접 바로잡는다며 “안 그래도 되지만… 그냥 제 성격이 그래요”라고(269쪽) 말한다. 사회복지직 공무원 홍영은 씨는 “번아웃 예방을 위한 심리 지원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한다.(300쪽)
이들의 발언은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노동자의 선의에 기대어 굴러가는 일들이 많다는 사실을, 경제적 보상은 차치하고 노동자의 신체적·정서적 안전을 지켜줄 시스템도 부재하다는 무거운 진실을 보여준다. 코스피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1963년 '근로자의 날' 제정 이후 63년 만에 노동절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 2026년 지금, 여기에서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초상을 돌아볼 때다. 노동절에 맞춰 출간되는 『일하는 사람의 초상』은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모색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