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범위 안의 사람들 : 두 권의 노트가, 같은 자리에 있게 되었다.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3321041
811.33 -26-975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314호)
이용가능
0003321042
811.33 -26-975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314호)
이용가능
책속에서
에필로그
[다섯 번째 봄]
다섯 번째 봄
사월의 어느 오후, 지안은 광화문의 그 카페에 다시 갔다.
수진과 함께 앉았던 그 자리. 그때 마른 기침이 처음 났던 자리. 창가의 두 자리 테이블 중 안쪽 자리는 이번에도 비어 있었다. 카페의 자리들이 사람의 시간을 얼마나 오래 기억하는지 ― 그 자리에 다시 앉아 보고 알았다. 기억은 사람의 몸이 아니라 자리 안에서 자라는 것 같기도 했다.
카모마일을 시켰다. 그때와 같은 메뉴였다.
가방에서 새 노트를 꺼냈다. 여섯 번째 노트. 표지가 흰색이었다. 다섯 번째까지는 색이 있는 표지였는데, 이번에는 아무 색도 없는 것을 골랐다. 처음 채워질 페이지 앞에서 사람이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지 ― 아무 색도 없이 시작하는 것이 자기에게 맞는 자리인 것 같았다.
첫 페이지를 폈다.
카페의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잠시 봤다. 회사원, 관광객, 학생, 노인. 사월 오후의 광화문에는 모든 종류의 사람이 지나갔다. 그 사람들 각자의 몸이 각자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을지, 그 신호를 그 사람이 알고 있을지, 아니면 아직 모르고 있을지 ― 지안은 한 사람씩 잠시 눈으로 따라갔다.
노트에 첫 줄을 적었다.
그 첫 줄이 무엇인지 여기에는 적지 않기로 한다. 어떤 시작은 그 시작을 아는 사람만이 알고 있어도 된다. 다만 이번에는 한 가지가 사 년 전과 달랐다. 이번의 첫 줄은 그것이 시작이라는 것을 자기가 알고 적었다.
카모마일이 나왔다. 지안은 노트를 잠시 덮고, 두 손으로 잔을 감쌌다.
사월의 광화문에 오후 세 시가 왔다.
우진 의원의 정기 진료 시간이었다. 정 선생님의 진료실에서, 어느 낯선 환자분이 자기 이야기를 처음부터 하고 있을 시간. 정 선생님이 그 이야기를 끊지 않고 듣고 있을 시간.
같은 도시의 같은 오후, 자리는 다르지만 같은 어떤 자리에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