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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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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을 대하는 한국 문학의 새로운 형식
울음 대신 단단한 침묵으로 써 내려간, 오늘의 애도


시인이 꿈인 박시윤은 좋은 시를 쓰려 하지만 시가 잘 써지지 않아 고민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4월의 어느 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출발 당일 시윤은 심한 몸살이 나서 수학여행 길에 동참하지 못한다. 그러고 그날 밤, 친구들이 탄 배가 침몰한다. 그 사고로 시윤이 다니는 학교의 2학년 학생 중 250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진다. 임시 휴교 후 학교에 다시 나간 시윤은 연말 교지에 실을 추모시를 부탁받는다. 시윤은 시를 쓰려 애쓰다 인터넷과 사회의 혐오와 조롱의 언어에 상처받지만, 친구들을 기억하기 위해 죽은 친구들의 흔적을 살피고 유족들을 만나며 고민하는데….

그 과정에서 시윤은 점점 시 그 자체가 되어 가고, 소설 역시 점점 시가 되어 간다.

이 책 《추모시》는 우리 가슴에 가장 아프게 남은 비극을 예술이 어떻게 보듬고 추모할 수 있는지, 일상의 언어가 어떻게 시로 변하는지를 탐구하는 실험소설이다. 문학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표현해낸, 형식미와 내용이 완벽하게 결합한 문학작품이라 할 수 있다.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말하기 위해, 쓰이지 않는 시를 쓰기 위해 애쓰다
점점 시가 되어 가는 시인 지망생의 이야기


《추모시》는 소설도 아니고, 시도 아니고, 서사시도 아닌 소설과 서사시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런 독특한 형식으로 이 참사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특별한 아이디어로 떠오른 게 아니라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의 머리에 깃들었다고 말한다. 언어에는 한계가 있기에 당연히 언어로 쌓은 시와 소설에도 한계가 있다. 시와 소설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들은 인간의 모든 감정과 모든 생각을 온전히 담아내거나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작가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를 어떻게 꺼내놓을지 고민해왔는데 ‘소설로 시작해서 시로 끝나는 작품’이야말로 자신이 이 비극을 담아낼 가장 적합한 형식이라고 여긴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시인 지망생 시윤은 추모시를 쓰기 위해 고뇌한다. 그는 좋은 시를 쓰고 싶지만 수백 명의 목숨을 감당할 수 있는 시를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짓눌려 글을 쓰지 못한다. 작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윤이처럼 언어의 한계와 재능의 부족으로 이토록 큰 슬픔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오랜 시간 고민한 작가는 그 자체를 곧 문학적 형식으로 삼기로 했고 이 소설의 독특한 형식은 그렇게 해서 나왔다.
비록 언어를 빌리긴 했지만 언어 이전의 울음을 최대한 생생하게 담아내고자 했기에 소설은 그렇게 시가 되었다.

저는 이 작품이 저 자신의 슬픔을 누군가에게 희미하게나마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유족과 희생자들에게, 여러분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많은 사람이 함께 슬퍼하고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저에게는 감사한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 곁을 떠나간 이들 모두가 평안하기를 바랍니다.
_ <작가의 말> 중에서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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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64] 나는 별생각 없이 옆에 있던 리모컨을 들고 TV를 켰다. 아침에 하는 재미없는 프로그램들을 하나씩 넘기다가 뉴스에서 채널을 멈췄다.
뉴스에서는 전라남도 진도군 근처의 바다에서 ‘노을호’라는 대형 여객선 한 척이 침몰하고 있다는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노을호는 어제저녁 인천항을 출발해서 제주도로 가던 중이었다고 한다.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라서 나는 잠시 멍하니 뉴스 화면을 응시했다. 그 배가 어제 내가 탔어야 할 배였기 때문이다.
나는 얼굴에 경련이 이는 것을 느끼고서야 비로소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내 방으로 달려갔다. 바닥에 있던 휴대폰을 붙잡았다. 두 손이 덜덜 떨렸다. 휴대폰을 열고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가장 최근에 전화한 사람의 번호가 떴다. 현수였다. 나는 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현수의 휴대폰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민규와 진호에게도 전화를 걸었지만 마찬가지였다.
[P. 111] “그러게 가난한 애들이 뭐하러 수학여행을 제주도로 가?”
그들이 나를 향해 조롱했다.
“노을호 진짜 지겹다. 그만 좀 해라.”
“유족들이 자식들 시체 팔아서 정치에 이용해 먹네.”
나는 손을 내저었다.
하지 마세요. 나는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내 목소리는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지겨우니까 그만하라고.”
지겨워? 뭐가 지겨운데?
“노을호 얘기 이제 지겹다고.”
입 다물어 제발!
나는 비명을 질렀다.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으나 말이 내 손가락 사이로 스며들었다.
제발 그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