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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화산영흥계규칙(華山永興契規則)』은 일제시기 대정(大正) 연간에 경성에서 활동한 상인들이 모인 민간 협동조합인 ‘화산영흥계’의 규칙을 기술한 책이다.
본서는 화산영흥계의 취지서(趣旨書)와 규칙(規則), 계원의 명부(名簿)를 정리하여 1915년에 작성한 책이다.
2. 저자
협동조합의 시작은 1844년 영국에서 발족한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Rochdale Society of Equitable Pioneers)으로, 노동자의 생활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소비조합의 형태였다. 반면 프랑스의 경우에는 영국에 비해 늦은 산업혁명의 발달을 위하여 수공업을 근대적 공장제 공업으로 개편하기 위한 생산조합의 설립이 그 시작이었다. 한편, 독일의 경우에는 도시산업 및 농촌농업의 생산력 증대에 필요한 자금 공급을 위하여 신용조합을 결성하는 데에서 출발하였다. 이와 같이 국가의 현실에 따라 형태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으나, 유럽의 협동조합은 산업혁명에 따른 자본주의의 발달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하였다.
한편,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은 일제의 식민지 지배정책의 일환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일제는 식민지 통치를 위한 경제적 보조기관으로서 관제적 성격을 띤 협동조합을 이식하였다. 이를 위해 1910년대 농촌사회를 대상으로 신용업무를 중심으로한 농사개량·창고운영 등 지주중심적 농업정책을 실행하였다. 또한 조선금융조합(朝鮮金融組合)과 같은 금융기관과 같이 국가 중심의 신용·대부를 위한 사무가 주를 이루어 조합원의 자주성·자립성보다 조선총독부 당국의 의도에 따라 운영되었다. 따라서 일반 민중에게 일제의 협동조합 정책은 효용성을 갖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1919년의 3·1운동 이후 조선인들은 민족해방운동이나 민족경제운동의 일환으로 민간 차원의 협동조합을 결성하기 시작하였다. 1920년대의 물산장려운동과 함께 확산된 산업조합·소비조합의 결성은 상인·자산가의 경제적 활동과 농민·노동자의 사회운동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하에 당시 경성에서 활동하던 상인 23명은 ‘화산영흥계’라는 민간 협동조합을 결성하였다. 그들은 1915년에 조합을 결성하며 정한 규칙을 책으로 성문화(成文化)하고 조합을 운영하고자 하였다. 이에 따라 본서인 『화산영흥계규칙』이 성립되었다. 이 책에 삽입된 취지서에는 조합의 결성에 대해 ‘하나는 식산(殖産)을 흥업(興業)하는 바탕으로 삼고자 함이요, 하나는 상장(喪葬)을 구조(救助)하는 예로 삼고자 함이다’라 밝혔다. 또한 조합의 운영에 있어 계원의 정기 저금과 같은 금융과 부조(扶助)에 그 목적이 있음을 밝혔다. 아울러 조합원의 자격에 대해 규칙에 의한 공동자금 부담 뿐 아니라 상속에 의한 미성년자 역시 득할 수 있음을 나타내기에 단순한 자금융통이 아니라 당초에 모였던 구성원의 협동이 조합의 결성에 큰 목적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화산영흥계의 운영방침은 1920년대 민간 협동조합의 결성이 단순히 이익을 증대하는 것에만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조선인의 공생이라는 민족 자주적인 협력구조를 구축하는 데도 목적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3. 형태적 가치 및 특징
본서는 불분권 1책의 오침안(五針眼) 선장본(線裝本)으로, 표지는 만자문(卍字紋)이 새겨져 있다. 앞표지에는 ‘경성부화산영흥조합소 대정4년8월22일을묘7월12일 규칙(京城府華山永興組合所 大正四年八月二十二日乙卯七月十二日 規則)’이라는 표기를 통해 책의 작성시기와 내용을 밝히고 있다. 본문은 사주쌍변의 주사란(朱絲欄) 인찰공책지(印札空冊紙)에 6행(行)으로 필사되었다.
본문 첫머리에는 ‘화산영흥계취지서’를 수록하여 조합의 결성 이유를 수록하였다. 다음으로 조합의 규칙을 1장 총칙(總則)에 43개 조항, 2장 벌칙(罰則)에 4개 조항으로 구성하였다. 뒤이어 부칙(附則) 2개 조문을 덧붙였다. 책의 말미에는 조합원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를 기재한 명부를 작성하였다. 해당 명부를 통해 규칙이 작성될 당시 조합원은 오석영(吳錫泳)·강환형(姜灌馨) 등 조선인 23명으로 구성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각 조합원은 명부에 본인의 인감(印鑑)을 답인하여 작성을 증명하였다.
본서는 일제 식민통치 하에 결성된 민간 협동조합의 규칙을 수록하였다. 특히 수록된 규칙에 나타난 금융 공유와 상호 부조적인 성격인 화산영흥계의 민족 자주적인 협력구조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1920년대 결성된 민간 협동조합이 피식민지에 이식된 국가 중심적 협동조합 정책을 벗어나 민간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양상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자료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해제: 김대경, 감수: 옥영정)
4. 참고문헌
• 김이경, 일제하 한국 협동조합운동의 형성과 전개 : 개념·주체·연대를 중심으로, 서울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22.| 등록번호 | 청구기호 | 권별정보 | 자료실 | 이용여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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