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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향례합편(鄕禮合編)』은 정조(正祖, 1752〜1800)가 이병모(李秉模, 1742〜1806) 등에게 명하여 향촌에서 시행할 의례와 규약을 모아 편찬하게 한 의례서이다. 초간본은 정조 21년(1797)에 정유자(丁酉字)로 간행되었으며, 본서는 그 정유자본을 저본으로 하여 1923년 보성 죽곡정사(竹谷精舍)에서 간행한 번각본(飜刻本)이다.
『향례합편』은 『의례(儀禮)』·『예기(禮記)』·『개원례(開元禮)』·『대명집례(大明集禮)』·『대명회전(大明會典)』·『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주자가례(朱子家禮)』 등 중국과 조선의 여러 예서를 참조하여 향촌에서 시행할 의례를 종합한 책이다.
본서는 조선 후기 향례와 향약의 정비 양상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지방 강학 공간에서 전통적 예교 문헌이 다시 간행되고 전승된 양상을 살필 수 있는 자료이다.
2. 저자
『향례합편』의 편찬 주체는 정조이며, 이병모 등 주요 문신이 왕명을 받들어 수행하였다. 정조는 조선 제22대 왕으로, 재위 기간은 1776년부터 1800년까지이다. 즉위 후 규장각을 설치하여 학술과 문물 정비를 추진하였으며, 서적의 편찬·교정·간행을 국가적 사업으로 적극 장려하였다. 『향례합편』 역시 이러한 정조대 문헌 편찬 사업의 흐름 속에서 간행된 책으로, 향촌에서 시행할 의례와 규약을 정리하여 유교적 예속과 향촌 교화를 도모하려는 정조의 예치 이념을 반영한다.
본서의 편찬을 주도한 이병모는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덕수(德水), 자는 이칙(彝則), 호는 정수재(靜修齋)이다. 영조 49년(1773) 진사가 되었고, 같은 해 증광문과에 급제하여 관직에 나아갔다. 이후 규장각 직제학, 평안도 관찰사 등 내외의 요직을 역임하였으며, 뒤에는 영의정에 이르렀다. 문장과 글씨에 뛰어났으며, 정조의 명을 받아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와 『이륜행실도(二倫行實圖)』를 합편한 『오륜행실도(五倫行實圖)』의 편찬에도 참여하였다.
권말에는 왕명을 받들어 편집에 참여한 제신의 명단이 수록되어 있다. 이병모를 비롯하여 윤시동(尹蓍東, 1729〜1797), 민종현(閔鍾顯, 1745〜1798), 심환지(沈煥之, 1730〜1802), 서용보(徐龍輔, 1757〜1824), 이시원(李始源, 1753〜1809), 서유구(徐有榘, 1764〜1845) 등이 편집에 참여하였고, 최광태(崔光泰, 1744〜?)와 황기천(黃基天, 1760〜1821)이 초(抄)에 참여하였으며, 이만수(李晩秀, 1752〜1820)가 감인(監印)을 맡았다.
3. 형태적 가치 및 특징
본서는 3권 2책으로 구성된 오침안(五針眼)의 선장본(線裝本)이다. 표제(表題)와 권수제(卷首題)는 모두 ‘향례합편(鄕禮合編)’이다. 각 책 표제 하단에는 ‘일(一)’·‘이(二)’의 책차가 기재되어 있다. 본서는 정유자본(丁酉字本)을 저본으로 한 번각 목판본(木板本)으로, 광곽(匡郭)의 형태는 사주단변(四周單邊)이다. 계선(界線)이 있으며, 반엽(半葉) 기준 10행 18자, 주쌍행(註雙行)이다. 어미(魚尾)는 상하향이엽화문어미(上下向二葉花紋魚尾)이며, 책 크기는 34.5 × 22.0 cm이다.
권수에는 정조가 정조 21년(1797) 정월 초하루에 내린 「어제양로무농반행소학오륜행실향음주례향약윤음(御製養老務農頒行小學五倫行實鄕飮酒禮鄕約綸音)」과 「향례합편총서(鄕禮合編總敍)」가 수록되어 있다. 「어제양로무농반행소학오륜행실향음주례향약윤음」은 노인을 공경하고 농사에 힘쓸 것을 권면하며, 『소학(小學)』과 『오륜행실(五倫行實)』을 반포하고 향음주례(鄕飮酒禮)와 향약(鄕約)을 강론·준수하게 하여 백성의 윤리와 향촌 질서를 바로잡고자 한 글이다. 「향례합편총서」는 중국 주대 이래 한·당·송·명대에 이르는 향음주례의 시행 연혁과 조선 역대의 향음주례 및 향약 시행 경위를 서술하여, 본서 편찬의 역사적 연원을 밝힌 글이다.
본문은 권 1 「향음주례(鄕飮酒禮)」, 권 2 「향사례(鄕射禮)」·「향약(鄕約)」, 권 3 「사관례(士冠禮)」·「사혼례(士婚禮)」로 구성되어 있다. 「향음주례」와 「향사례」는 향촌에서 예법과 질서를 익히는 의례이며, 「향약」은 덕업상권(德業相勸)·과실상규(過失相規)·예속상교(禮俗相交)·환난상휼(患難相恤)의 조목을 중심으로 향촌 공동체의 도덕적 규범과 상호 부조의 원리를 제시한 것이다. 「사관례」와 「사혼례」는 선비의 관례와 혼례 절차를 정리한 내용이다.
권말에는 전서로 된 간기와 근대식 판권기가 함께 확인된다. 간기에는 ‘계해맹동죽곡정사모각(癸亥孟冬竹谷精舍摹刻)’이라 되어 있어, 1923년 죽곡정사에서 모각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제2책 말미의 판권기에는 ‘대정십이년십이월이십일발행(大正十二年十二月二十日發行)’이라 되어 있어, 1923년 12월 20일에 발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판권기에 저작 겸 발행자는 임영일(任泳鎰), 인쇄자는 심상기(沈相基), 인쇄소는 죽곡정사(竹谷精舍)로 기재되어 있다. 이를 통해 본서가 정조 21년(1797)에 간행된 정유자본을 저본으로 하여 1923년 보성 죽곡정사에서 번각한 판본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해제: 임윤수, 감수: 옥영정)
4. 참고자료
• 이광우, 조선후기 향약 운영과 성격 : 정부·지방관·재지사족 등 운영 주체를 중심으로, 경산 : 영남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8.
• 김지영, 조선시대 국가 鄕禮儀註의 禮敎論 검토, 조선시대사학회, 87, 2018, pp. 163〜191.
• 이광우, 19세기 후반 지방관 이헌영(李𨯶永)의 향음주례(鄕飮酒禮) 거행과 그 의미, 청계사학, 26, 2023, pp. 69〜103.
• 규장각한국학연구원. https://kyudb.snu.ac.kr/main.do (접속일. 2026. 6. 9.)
• 세종한글고전. http://db.sejongkorea.org/ (접속일. 2026. 6. 9.)
• 한국고문헌종합목록. https://www.nl.go.kr/korcis/index.do (접속일. 2026.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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