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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03.372-21-2

- 서명: 정의 중독 : 인간이 타인을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

- 편/저자: 나카노 노부코

- 발행처: 시크릿하우스(2021-05)

서평
 나와 다른 정의롭지 못한 사람을 용서할 수 있나?
서평자
 현명호,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발행사항
 544 ( 2021-09-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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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마녀사냥의 희열, 인터넷 시대의 정의 중독

2장 정의의 기준은 집단마다 다르다

3장 인간은 왜 타인을 용서하지 못할까?

4장 정의 중독에서 벗어나는 아주 작은 뇌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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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주의는 ‘내가 속한 집단이 계속 집단으로서 유지되는 것이 정의’라고 보며, 그 밖의 윤리관은 전부 옵션으로 치부해 버릴 만큼 그 무엇보다 집단을 우선시한다. …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의가 있기 때문에 그 집단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 집단 구성원에게 정의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존속을 위협하는 무언가에서 집단을 지키는 것이며, 그보다 우선되는 것은 없다. (p. 87) ‘인간이 타인을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의중독’이라는 제목과 함께 표지에는 이 책에서 탐색하려고 하는 질문을 이렇게 던지고 있다. 그리고 그 답은 바로 ‘정의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책 전반의 논조다. ‘용서’는 내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에게 피해를 입힌 사람이나 사건에 대해 분노를 느끼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 분노를 버리고 긍정적 의미를 찾는 과정이 바로 용서다. 그런데 저자는 내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상정하고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를 다룬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나와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공격적인 감정을 표현하거나 행동하는 이유를 다루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용서가 아니라 ‘인간이 타인을 용인 내지는 용납하지 못하는 이유’를 탐색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1세기의 주요한 의사소통 수단의 하나는 SNS다. SNS는 자신을 표현하는 한 수단일 뿐 아니라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면서 소통을 촉진하는 주요한 수단이 되었다. 그런데 순작용이 있으면 역작용이 있듯이 SNS에서는 집단적인 의견 충돌과 갈등 내지는 악플과 집단적 가해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익명성으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뒤에 숨어서 타인을 공격하는 행동을 촉진하였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나와 성별, 연령이 다르고 소속과 출신 배경이 다른 사람, 계층이 다를 뿐 아니라 생각과 태도가 다른 사람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공간에서 타인과 타인의 의견을 인정하고 이해하려 한다면 좋으련만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지? 그것은 틀렸어. 내 의견이 맞아!’라고 주장하게 되었을 때 이 공간에서의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한동안 나와 같지 않은 사람은 나와 ‘다른’ 사람이지 나와 ‘틀린’ 사람이 아니라는 캠페인이 있었던 기억이 있다. 내 생각과 내가 지향하는 바와 같지 않은 사람이라고 ‘틀린’ 생각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틀린’이라는 말이 가진 부정적 의미가 갈등과 배척 및 차별을 일으킬 수 있으니 다른 사람을 ‘틀린’ 사람으로 받아들이지 말자는 것이었다. 다른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틀린 것을 이해할 수는 없다. ‘틀렸다’는 말에는 나는 옳고 정의롭고 공정하다는 의미를 저변에 깔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 ‘공정’이라는 말이 시중에 크게 회자되었을 때, 젊은 사람과 나이든 사람, 남자와 여자, 혹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간에 생각한 ‘공정’의 정의는 매우 많이 달랐다. 정의롭다는 판단은 사회적 합의가 바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시간과 공간, 상황에 따라서 정의로운 것은 변할 수 있다. 그런데 나의 생각이 정의이고 나와 다른 생각이나 태도는 정의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태도일 수 있음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나와 다른 타인을 경계하고 옳지 않은 대상으로 배척하려는 성향은 인간의 고유한 속성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를 뇌과학이나 심리학의 다양한 연구 결과를 제시하면서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의 지리적 상황이나 역사적 상황으로 인한 폐쇄적인 문화풍토 속에서 타인을 경계하고 동질집단 속에 동화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생존전략이었음을 설파하고 있다. 낯선 사람을 소개받고 나면 고향이 어디이고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궁금해 하면서 질문하는 우리의 대인관계 패턴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공통적인 출신 배경을 찾게 되면 그 사람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더 많은 공통점을 찾으려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왠지 불편해하고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고 경원시하지 않았던가 반성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정의 중독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특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으나 익숙한 상황에서 벗어나서 새롭고 도전적인 상황 속으로 들어가라고 저자는 권한다. 가끔은 불안정하고 혹독한 상황에 자신을 내던질 때 뇌의 전두전야(前頭前野)가 자극되어 젊고 탄력 있는 사고와 판단을 하게 된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보아도 새롭고 도전적인 상황에 노출되면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상황을 다르게 생각할 기회가 생기지 않던가? 최근 노화와 관련된 연구 결과도 혹독하고 새로운 환경에 노출될수록 노화의 시계라고 하는 텔로미어라는 유전물질의 길이가 짧아지는 속도가 늦어진다고 하는데, 함께 행복하게 살면서 노화도 늦출 수 있다면 돈을 주고서라도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항상 올바르게 행동한다고 생각하면서 많은 일을 나름대로 판단하고 비판해 온 나에게도 ‘정의에 중독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