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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027-21-2

- 서명: 내 마음의 도서관 비블리오테카

- 편/저자: 최정태

- 발행처: 한길사(2021-09)

서평
 오늘의 도서관 덕후가 내일의 도서관 덕후에게 띄운 편지
서평자
 강봉숙,청주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발행사항
 569 ( 2022-03-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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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곁에 숨 쉬고 있는 책 그리고 도서관
2 도서관, 비블리오테카를 생각해본다
3 도서관에도 신화가 있다
4 태화강에 태어난 고래도서관
5 관악에 가면 저 도서관을 보라
6 서울 한복판에 서 있는 서울대표도서관
7 대통령기록관도 대통령도서관도 있는 나라
8 부산에는 F1963도서관이 있다
9 마음으로 본 스트라호프 수도원도서관
10 앙코르와트에 가면 도서관이 있다는데
11 다시 만나고 싶은 안나 아말리아 공작부인 도서관
12 영혼의 피를 돌게 하는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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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하나의 세계여서 알을 깨고 밖으로 나와야 한다. 알을 깨고 나온 새는 곧 날개를 달게 된다. 날개를 가진 새는 하늘과 땅의 중재자가 되어 내 영혼과 함께 신(God)에게로 다가간다. 도서관은 곧 인간과 지식을 서로 연결해주는 중재자이고 한 마리의 새다. 새는 내 영혼을 신 앞으로 데려다주는 메신저이기 때문이다.” - 89쪽 동화 『책 먹는 여우』의 주인공은 책 읽기를 즐기다 못해 책에 양념을 쳐 음미해 먹는 여우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책을 먹던 여우는 도서관과 서점에서 책을 훔치다 그만 교도소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교도소에서 책을 구할 수 없게 되자 여우는 스스로 책을 쓰게 된다. 여우를 지켜보던 교도관은 여우가 작가로 성공할 수 있게 돕는다. 여우가 쓴 책은 매우 훌륭해서 도서관에 소장되고, 베스트셀러가 되어 영화로 만들어져 극장에서도 상영된다. 여우가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여우가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평소에 책을 통해 정보를 다양하게 수집하여 음미하며 잘 소화해온 데 있을 것이다. 그 덕에 마침내 자신만의 책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멋지게 펼쳐내고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으리라. 『내 마음의 도서관 비블리오테카』의 저자에게서 묘하게 동화 속 여우와 교도관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갇힌 신세가 된 순간 쏟아내듯 책을 쓴 여우, 그 여우를 조용히 지켜보며 좋은 작가로 성장할 수 있게 도움을 준 멘토 역할을 해준 교도관의 모습 말이다. 찾아갈 도서관을 지목해두고 찾아가 직접보고 들으면서 사서들의 눈빛만 보면 도서관 전체를 금방 알 수 있다는 저자는 오늘까지 도서관 덕후 생활을 실천해왔다. 내일의 도서관 덕후들을 지켜보고 이끌고 있는 멘토가 된 저자의 멘토는 누구였을까? 『내 마음의 도서관 비블리오테카』를 따라가는 일정에는 많은 책과 도서관이 담겨 있다. 가장 첫 번째로 안내된 책과 도서관은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 리』, 그리고 그 책 속 주인공인 함장 네모가 지휘하는 ‘노틸러스’ 잠수함 속 1만 2,000권에 달하는 장서를 품은 도서관이다. 잠수함 도서관은 해저 속 함장 네모가 세상과 연결되고, 끝내 승리를 성취할 수 있는 힘을 준다. 허구임에도『해저 2만 리』는 『내 마음의 도서관 비블리오테카』의 저자가 어린 소년 시절 체험한 도서관의 힘을 상상해보게 한 책이다. 그의 이야기로 짐작해 보면, 쥘 베른이나 함장 네모를 만나고 노틸러스 잠수함 도서관을 만날 수 있었던 책 속 세상은 어린 시절 저자의 멘토였을 것이다. 볼 수 없는 곳을 볼 수 있게 해주고, 지식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매개자로의 책과 도서관은 오래된 메타버스다. 이 오래된 메타버스를 일찍이 발견해내고 일생동안 사랑해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편지를 전한다. 오래된 메타버스인 책과 도서관을 함께 누릴 멘티, 내일의 도서관 덕후들을 향해서 말이다. 책에는 도서관과 관련된 화두를 도서관 공간과 연결하여 풀어낸 325페이지의 이야기가 12개의 장에 질서 있게 정리되어 있다. 우선은 지금, 여기, 우리의 삶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도서관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는다. 서울시청과 함께 시민들의 삶에 녹아든 서울대표도서관, 태화강변의 고래를 닮은 울산도서관, 2022년 3월, 부산 명지신도시에 개관하는 제2국회도서관인 국회부산도서관이 대표적으로 소개된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 미국 보스턴 애서니움 도서관 등 먼 여정도 있다. 도서관의 신화를 찾아내고, 고대, 중세까지 떠나는 시간 여행도 있다. 다채롭게 포함된 선명한 사진은 도서관을 찾아 떠나는 여정의 몰입감을 높여 준다. 저자는 책과 도서관에 대한 학문을 길고 깊게 연구해 온 문헌정보학자이다. 편지처럼 쓰여진 이야기와 그 사이 행간을 들여다 보노라면 그 속에 녹은 저자의 생애 전체가 다가오는 듯하다. 『내 마음의 도서관 비블리오테카』는 저자가 도서관을 둘러싼 학문적 성취를 넘어서 온 생애와 마음을 다해 도서관을 음미하고 탐닉해 왔음을 확인하게 한다. 특히, 동서양 기록 문화의 역사를 꿰뚫어 전하거나 대통령기록관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저자의 목소리는 매우 진지하다. 문헌정보학에 이제 막 관심을 두거나 이제 막 발을 들이고 있는 예비 문헌정보학도, 예비 사서를 포함해서 문헌정보학에 기반한 서비스를 수행하는 누구나가 알아두고 생각해보아야 할 이야기를 통찰력 있게 짚어준다. 도서관에 대한 열정을 품고 시간과 장소를 넘나드는 도서관 여행자인 저자이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가로질러 세계 곳곳의 도서관으로 향하지는 못하고 멈춰서게 했구나 했다. 그런데 멈추었으나 멈춘 것이 아니었다. 멈춘 듯한 순간에 저자는 정중동의 자세로 『내 마음의 도서관 비블리오테카』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리고 다시금 떠날 도서관 목록을 작성하며 채비를 하고 있다. 책을 읽은 이들은 책의 마지막에 제시한 방문해야 할 도서관 목록 중 한 두 곳에서 저자를 스쳐 지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