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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943.0883092-21-1

- 서명: 메르켈 리더십 : 합의에 이르는 힘

- 편/저자: 케이티 마튼

- 발행처: 모비딕북스(2022-03)

서평
 유럽은 지금 독일어로 말하고 있다
서평자
 박채복,숙명여자대학교 교수
발행사항
 570 ( 2022-03-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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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결을 거스르다
2. 라이프치히 - 자신의 길을 가다
3. 베를린
4. 1989
5. 수습 기간
6. 드디어 총리실로
7. 그가 맞은 첫 번째 미국 대통령
8. 독재자들
9. 총리의 사생활
10. 그리 많지 않은 파트너들
11. 유럽은 지금 독일어로 말하고 있다
12. 우크라이나 전쟁 “메르켈에게 전화 연결해”
13. 림(Reem)의 여름
14. 최악의 사건들
15. 트럼프의 등장
16. “우리나라의 뭔가가 달라졌습니다…”
17. 마침내 얻게 된 파트너?
18. 결말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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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된 스타일, 자존심을 내세우거나 과하게 연출하지 않는 것, 근면한 태도, 대중의 점수를 따는 데 급급하기보다 결과물을 얻는데 집중하는 성향(...) 메르켈은 무척 재미있는 사람이다. 긴 하루를 보낸 뒤에도 체력이 바닥나는 일 없다는 사실도 앙겔라가 개인적인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을 줬다.(168쪽) 닫힌 문 뒤에 있는 메르켈은 연단에 선 메르켈 보다 훨씬 더 강하다.(225쪽) “여러분이 느낀 충동이 아니라 품은 가치들 옆에 굳건히 서십시오(...) 잠시 걸음을 멈추세요. 침묵을 지키세요. 생각하세요.” 그는 이런 말로 자신의 의사결정에 다가가는 접근방법을 공개했다.(345쪽) “오늘날에는 어린 소녀가 언젠가 장관이 되고 싶다, 심지어 총리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하더라도 웃는 사람은 없습니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그는 웃음을 유발하려고 잠시 말을 쉬었다가 덧붙였다. “남자가 이런 직무에 적합할지 의아해하기도 합니다.”(403쪽) 이 책은 독일 최초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의 성장과 정치 입문, 그리고 16년간의 집권기를 다루고 있다. 독일 총리 메르켈이 내린 정치적 결정의 배경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메르켈의 정치적 여정을 18개 챕터와 각기 한 챕터씩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로 그려냈다. 2005년 11월 22일 독일 최초 여성 총리에 취임한 앙겔라 메르켈은 동서독이 통일된 이후, 30여 년 독일연방공화국의 역사 중 절반에 이르는 16년간 총리를 지냈다. 독일 역사상 첫 번째 여성 총리이며, 더구나 그녀는 동독 출신이다. 메르켈의 성장 배경에서 알 수 있듯이, 메르켈 가족은 이제 갓 태어난 그녀를 데리고 서독의 함부르크에서 동독 브란덴부르크 주의 템플린이라는 시골마을로 이주하였다. 아직 동서독 간 장벽이 세워지기 전이고, 동독 주민들은 기회만 된다면 서독으로 이주를 바라던 시대임에도, 목사였던 아버지는 자신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라이프치히에서 물리학 공부를 위해 고향집을 떠나기까지 생활한 황망한 마을의 풍광은 어린 메르켈의 정서적 특성을 규정 지웠다. 고향을 표현할 때 독일어에서는 ‘하느님께 저주 받아 버림받은(gottverlassen)’이라는 단어 사용을 주저하지 않았다. 메르켈의 아버지는 이런 황량한 곳에 하느님의 뜻을 설파하는 목사였고, ‘강인함은 평온함 속에서 찾을 수 있다.’라는 메르켈의 삶의 모토가 이곳에서 세워진다. 이 책에서는 베를린 장벽 붕괴로 인해 35세 물리학자인 앙겔라 메르켈이 정치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과 더불어, 이후 독일 총리로서 통일된 독일의 정치 지형에 강력한 족적을 남기는 메르켈의 소위 ‘비인격화된 리더십’에 대한 설명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안보를, 중국에서는 시장을, 그리고 러시아에서는 에너지를 얻어내어야 하는 독일 현실정치의 관점에서 동독 출신의 여성 과학자 메르켈은 전통적 보수정당의 정치 환경에서는 철저하게 아웃사이더에 속했다. 저자는 이러한 메르켈의 정치적 특성을 ‘탈인격화된 정치’라는 수사학적 모호함으로 치장하고 있다. 그러나 16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재임 기간 동안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필두로 시리아 난민 문제, 후쿠시마 사태 이후 독일 내 원전 폐기 결정,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브렉시트, 최근 코로나 사태에 이르는 일련의 사건들에서 메르켈의 정치력은 다양한 형태로 시험받았고 여러 차례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였다. 아마도 ‘탈인격화된 정치’는 ‘현실 정치’의 21세기 버전일 것이다. 열혈 물리학도 앙겔라 메르켈의 변신과 연이어 정치 거목으로의 성장 과정을 수많은 에피소드와 인터뷰를 통해 담대하고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헝가리 출신으로 ABC 뉴스 서독 특파원을 지낸 저자는 사회주의권의 경직성과 고루함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기에 젊은 메르켈의 정치적 고뇌를 소소하고 깊이 있게 잘 묘사하고 있다. 더불어 총리 메르켈의 자유와 평화에 대한 최우선적인 가치 추구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메르켈의 정치 스타일은 동독 여성이자 아웃사이더이며, 과학자라는 출신 특성을 모두 넘어서는 포괄적인 독일인의 미덕을 지닌다. 즉, 매우 효율적이고 유능하며, 사안에 철저하고 객관적이다. 앙겔라 메르켈이 처음 총리로 취임하던 시절의 독일은 그 무엇보다도 정상국가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메르켈의 정치적 리더십은 이러한 시대적 소명에 충실했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메르켈의 소신, 유럽 금융위기에 대응하여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합의, 그리고 ‘우리는 할 수 있어요!’라는 말로써 대규모 난민을 수용하기로 한 결정은 메르켈의 탁월한 리더십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더욱이 크림반도를 복속한 푸틴과의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초인적 셔틀외교에서 메르켈은 단순히 독일 총리를 넘어서 세계 정치 지도자임을 보여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다만, 구제금융 문제와 난민 문제로 잉태된 독일대안당의 약진, 브렉시트와 유럽연합 위기, 최근의 우크라이나 사태는 메르켈이 추구하였던 초기 도덕적 이상이 아직은 실현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