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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20.520973-22-1

- 서명: 보수의 뿌리

- 편/저자: 프랑크 메이어

- 발행처: 돌밭(2022-02)

서평
 미국 보수주의의 특이성
서평자
 조찬수,강남대학교 글로벌문화학부 교수
발행사항
 589 ( 2022-08-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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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하는 가치
1 자유, 전통, 보수주의

전통과 권위
2 규범, 권위, 질서 있는 자유
3 권리장전과 미국의 자유

자유가 우선이다
4 보수주의자의 자유
5 경제적 자유가 관건이다
6 왜 나는 보수주의자가 아닌가?

예언적 전망
7 이성의 한계와 전통의 회복

보편적 보수주의
8 보수주의자의 정체성을 찾아
9 편의로 탄생한 국가

실증적 관찰들
10 자유기업의 도덕성
11. 보수주의의 실증적 정의

맺는말
12. 합의와 차이

부록
1. 우리 시대의 독단
2. 보수주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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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혁명은 정확하게 현실주의와 이상주의, 그 둘에 토대를 두었기 때문에 성공적인 혁명이다. 모순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심오함은 우리 헌법의 구조에 깊숙이 놓여 있다. 헌법은 당파와 당파를 대립하게 하고, 삼권이 서로 대항하게 했으며, 민주주의의 과잉을 희석시켰고, 국민이 행정부의 책임을 묻도록 했다. 그렇게 현실주의에 뿌리를 내렸기에 헌법은 우리 이상(ideal)의 무게를 견딜 수 있었다.” - 23쪽 이 책의 원서 『What is conservatism?』은 편저자인 프랭크 메이어(Frank S. Meyer)를 포함하여 12명의 저자들이 쓴 13편의 글로 구성되어 1964년 Holt, Rinehart and Winston 사에서 출간되었던 것을 프랭크 초도로프(Frank Chodorov)가 1953년 설립한 보수 성향의 비영리단체인 Intercollegiate Studies Institute가 2015년 복간하면서 스테판 포소니(Stefan T. Possony)의 글을 빼고 초도로프의 글을 부록으로 추가하고 조나 골드버그(Janah Goldberg)가 서문을 쓴 것이다. 골드버그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13편의 글들 가운데 1964년 초판 출간 당시 메이어가 집필 부탁을 하지 않고 기존에 출판된 것을 전재한 글이 딱 하나 있다. 바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 A. Hayek)가 쓴 “Why I am Not a Conservative(왜 나는 보수주의자가 아닌가?)”라는 제목의, 1960년 출간된 책 『The Constitution of Liberty』의 후기로 실렸던 글이다(이 번역서에는 하이에크의 원문을 요약하는 방식으로 제6장이 만들어져 있고, 그 경위는 148쪽에 역자가 서술하고 있다). 골드버그는 하이에크의 글은 “Why I am Not a European Conservative”라고 제목을 붙였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유럽의 보수주의와 유럽 바깥의 보수주의가 별개라는 말인가? 이 책은 미국 보수주의의 특이성을 강변한다. 메이어 식으로 표현한다면 자유지상주의와 전통주의를 융합한 사조가 바로 미국 보수주의다. 하이에크에게 보수주의는 자유주의, 사회주의와의 삼각관계에서 들여다봐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이념이다. 에릭 홉스봄(Eric J. Hobsbawm)이 ‘이중혁명(dual revolution)’이라고 불렀던, 정치·경제·사회의 대변화에 최적화된 이념은 자유주의였다. 그러나 전근대의 유산이 그대로 남아있던 유럽에서 과거와의 단절은 쉽지 않았고, 농업에 기반을 둔 보수집단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런 보수주의자들이 민주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노동자들을 적대시할 때 자유주의자들을 무력화하여 파시스트 체제를 세웠던 경우를 우리는 기억한다. 유럽 근대화는 피비린내 나는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봉건적 과거의 부재로 인해 이런 이념의 삼각관계를 경험하지 못했다. 미국은 자영농 중심의 풀뿌리 민주주의로 출발했고, 남북전쟁을 통해 자유주의 패권은 공고화되었다. 따라서 사회주의가 매우 미약했지만, 미국에 불평등과 계급갈등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1870년대부터 세기말까지의 기간에 미국은 이른바 ‘금박시대(Gilded Age)’라는, 민주주의로 제어되지 않는 자본주의 단계를 거쳤던 나라다. 뉴딜은 폭주하던 자본주의가 대공황을 통해 드러낸 폐해를 시정하려는 개혁이었다. 연방정부 개입을 통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에서 시작했던 ‘뉴딜 자유주의’는 1960년대를 거치면서 미국 민주주의의 판도라 상자인 인종문제를 건드렸다. 여기에 환경, 젠더 등 매우 분열적인 쟁점들이 더해지면서 민주·공화 양당체제의 합의기반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다. 1960년대 전후로 본격적으로 조직화되기 시작한 미국 보수주의는 바로 이 틈을 파고들었다. 연방정부의 개입주의 경제정책과 ‘정치적 올바름’의 문화가 주된 표적이었다. 이 책에 적힌 생각들을 그저 시대의 흐름에 저항하는 수구주의의 산물로 폄하할 필요는 없다. 미국 보수주의의 특이성은 건국 시점부터 자유주의 성격이 매우 강했던 사회의 전통을 고수하는 데 있다. 효력이 발생한 지 233년이나 된 헌법을 갖고 있는 나라는 충분히 자랑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보수주의가 보다 건강한 민주주의를 만드는 데 쓰일지, 극우 포퓰리즘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