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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38.0951-22-2

- 서명: 최초의 질문 : 기술 선진국의 조건

- 편/저자: 이정동

- 발행처: 민음사(2022-04)

서평
 화이트 스페이스에서 기술 선진국을 여는 열쇠, 최초의 질문
서평자
 이장재,충남대학교 국가정책연구소 특임교수
발행사항
 604 ( 2022-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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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우리는 무엇을 지향하는가
1 질문이 달라졌다
2 기술은 어떻게 진화하는가
3 기술 탄생의 현장에서 찾은 혁신의 원리
4 질문하는 사람을 찾아서
5 세계의 기술 경쟁을 좌우하는 최초의 질문
6 최초의 질문을 던지는 국가
맺음말 내가 꿈꾸는 기술 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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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질문이 성장하는 과정은 미래를 다 아는 신적인 존재가 계획하고 준비한 길을 따라 걷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최초의 질문을 푯대 삼아 고지에 오르려고 노력하고 장애물을 만나면 질문을 조금 바꿔 대응한다. 기회가 생기면 방향을 수정하고, 어렵게 오른 고지에서 다음 질문을 생각하며 기어 올라가는 과정의 연속일 뿐이다.” - 62쪽 이정동 교수의 신간(2022) 『최초의 질문 : 기술 선진국의 조건』은 『축적의 시간(2015)』과 『축적의 길(2017)』 이후 5년간 그가 진화한 결과다.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의 신작은 축적의 시간에서 처음 느꼈던 감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작품이다. 언젠가는 그가 축적의 시간이라는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스케일업을 시작할 것이라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는 세 가지 줄거리로 구성된다. 추격 정점에 선 우리의 이야기가 첫 번째로, 그는 우리가 현재 앞선 이의 발자국이 보이지 않은 설원, 즉 화이트 스페이스(white space)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새로운 사업 기회 또는 충족되지 않은 시장의 의미로 화이트 스페이스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어 그의 어휘 선택이 흥미롭다. 현재 우리는 한 걸음 내딛기가 쉽지 않은 미지 세계에 도달한 어려운 상황이나 이는 또한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는 의미이다. 이를 통해 그는 마지막 이야기인 ‘내가 꿈꾸는 기술선진국’을 연결한다. 두 번째 줄거리는 기술 진화와 최초의 질문 간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이는 신간에서 나타난 그의 핵심적 주장이기도 하다. 새로운 기술혁신이 전개되는 핵심 원리가 최초의 질문과 스케일업의 상호작용이라는 것이다. “최초의 질문이 성장하는 과정은 미래를 다 아는 신적인 존재가 계획하고 준비한 길을 따라 걷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최초의 질문을 푯대 삼아 고지에 오르려고 노력하고 장애물을 만나면 질문을 조금 바꿔 대응한다. 기회가 생기면 방향을 수정하고, 어렵게 오른 고지에서 다음 질문을 생각하며 기어 올라가는 과정의 연속일 뿐이다. 그래서 기술혁신의 진화 과정에 어울리는 표현은, 근시안적인 면을 강조한 ‘벌레의 시각’이다.” 기술혁신의 전제조건 등 인과관계를 제시하는 이론은 후견지명의 오류라고 그는 일갈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기술혁신의 전개 과정은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진화적이다. 그러면 도전적 최초의 질문은 어디서 출현하게 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는 최초의 질문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교과서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상상과 원론적이면서도 수준 높은 기반이 함께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조건이 그가 제안하고 있는 진화를 촉진하는 선택 환경이다. 진화경제학자인 넬슨과 윈터 교수가 발전시킨 개념인 선택 환경이란 서로 다른 기술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결정하는 환경을 가리킨다. 저자가 제시하는 선택 환경에는 혁신을 이끄는 리더십과 평생 질문하는 사람을 키우는 사회, 즉 사회적 학습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세 번째 줄거리는 그의 국가론, 즉 ‘내가 꿈꾸는 기술 선진국’이다. 여기서 그의 시야는 기술혁신을 지향하는 국가로 향한다. “슘페터는 노동과 자본 같은 유형적 투입이 아니라 무형의 기술혁신에 기반을 두고 성장하는 혁신 국가를 꿈꿨다. 기업가 정신과 시장의 창조적 파괴 원리가 분명 민간 영역에 해당하지만, 민간과 겹치지 않는 곳에 정부의 일이 분명히 있다. 정부의 규모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혁신 국가라는 관점에서 핵심은 정부가 공적인 영역에서 도전적인 질문을 선도적으로 던질 만한 능력이 있는가다.” 그가 이 책을 통해 누구에게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혁신 국가로 가기 위한 과제로 그는 정부의 기업가 정신, 수준 높은 질문을 키우는 제조 역량, 도전적 질문을 뒷받침하는 금융, 그리고 성장이라는 문화적 인프라를 꼽았다. 후자의 세 개 과제는 그의 통찰력을 돋보이게 하며, 왜 그가 순탄한 전문학자의 길을 포기하고 광야를 선택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가정이지만 우리의 생태계가 지금보다 나았다면 그는 독창적인 두 명의 천재 이야기꾼 ‘말콤 글래드웰’ 및 ‘애덤 그랜트’와 필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진화가 언제까지 지속되고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그는 지금도 진화하고 있는 학자이자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을 인용하자면 그가 행복을 추구하는 한 그의 여정은 지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