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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576.5-22-2

- 서명: 코드 브레이커 : 제니퍼 다우드나, 유전자 혁명 그리고 인류의 미래

- 편/저자: 월터 아이작슨

- 발행처: 웅진지식하우스(2022-02)

서평
 21세기 인류, 생명의 코드를 다시 쓰다
서평자
 강정구,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발행사항
 606 ( 2022-1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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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생명의 기원
2부 크리스퍼의 발견
3부 유전자 편집
4부 크리스퍼의 활용
5부 공공 과학자
6부 크리스퍼 아기
7부 도덕적 문제
8부 전선에서 날아온 특보
9부 코로나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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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본질적으로 완벽하고 우수한가?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이는 행위에는 어떤 가치가 있는가? …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다가 자칫 인간 본성의 근간을 유전자 마트에 들어간 소비자의 선택으로 바꿔놓게 되지는 않을까? … 우리는 이런 결정들을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할까, 아니면 모종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까?” - 440쪽 “올해의 상은 생명의 코드를 다시 쓰는 것에 돌아갔습니다.” 2020년 10월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사무총장은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제니퍼 다우드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를 호명하며 선언했다. “이 유전자 가위를 통해 생명과학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로 유명한 월터 아이작슨의 후속작인 『코드 브레이커』는 여성 과학자 제니퍼 다우드나의 인생을 담은 전기이다. 다우드나는 2012년 사이언스 논문을 통해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 시스템의 구성 및 작동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하였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공동 연구자인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함께 202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였다. 작가는 디지털 시대의 대표 인물로 스티브 잡스를 선정한 것처럼 다우드나를 생명과학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선정하여 생명과학 혁명의 시대에 막 돌입하는 오늘날의 생명과학, 특히 유전자 편집을 둘러싼 담론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가 노벨상 수상 전부터 그녀를 주인공으로 삼고 집필을 시작한 이유는 그녀가 이룬 업적이 탁월했을 뿐 아니라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운 여성 과학자의 드라마틱한 인생이 전기의 소재로 손색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까지 190명의 노벨 화학상 수상자 중 단 8명만이 여성 과학자일 정도로 과학계에서, 그리고 비교적 성평등 선진화가 잘 구현된 서구 사회에서도 견고한 유리천장은 존재하고 있다. 다우드나는 원래 RNA의 구조를 밝히는 생화학자였다. 생물학에서 특정 분자의 기능을 알기 위해서는 그것의 구조 규명이 가장 우선시 된다. RNA 구조를 밝히는 데에 탁월했던 다우드나이기에 크리스퍼 시스템을 연구하던 미생물학자들과의 협업은 당연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박테리아가 바이러스와의 전쟁 무기로 개발한 크리스퍼 시스템은 이전에 침입한 바이러스의 유전자 일부를 자신의 유전체에 간직하고 있다가 바이러스의 재감염 시 간직하고 있던 유전자로부터 RNA를 발현시켜 Cas 단백질 효소와 함께 바이러스 유전자를 절단하여 무력화시키는 박테리아의 면역 반응이다. 박테리아에서 우연히 발견된, 그 기능을 전혀 모르는 DNA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 크리스퍼 연구는 다양한 전공의 기초 연구자들의 협업을 통해 결국 새로운 생명공학 시대를 여는 열쇠를 탄생시켰다. 이는 기초 연구와 응용 연구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학문 간의 칸막이가 낮아진 현대사회에 요구되는 협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임과 동시에 개인의 기초 연구자들에게 협업 능력의 함양을 고취시키는 사례이기도 하다. 결국 크리스퍼 연구자들 덕분에 인간이라는 유별난 종(種)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제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생명체로 진화하였다. 유전자 편집 능력은 “치명적인 질병의 제거는 물론이고 놀라운 혜택을 제공할 잠재력까지 지닌 능력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사람들의 신체를 업그레이드하고 그들의 아이들에게 더 향상된 근육과 정신과 기억력과 정서 상태를 주리라는 희망과 위험성을 모두 보여주는 능력이기도 하다(440쪽).” 이처럼 강력하고 매력적인 기술을 손에 쥔 이상 인간은 이를 사용하지 않을 리가 없다. 외모, 지능, 정신 건강 등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밝혀지고 유전자 편집 기술의 안전성이 확보되는 시점에는 개인 소비자들이 유전자 마켓에서 자신의 기호에 맞는 유전자를 선택하고 성형하는 일이 허무맹랑한 SF 소설 속 내용만은 아닐 것이다. 이에 작가는 생명과학의 시대, 즉 바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심오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인류 자신의 유전자를 편집해도 되는지, 상품을 구매하듯 개인의 재능과 자질을 돈으로 사도 되는 것인지, 자식의 유전자를 부모가 결정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결국 부의 격차가 유전적 격차를 심화시켜 사회적 불평등을 더 견고하게 고착시키는 것은 아닌지,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훼손되는 건 아닌지,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정부 혹은 사회가 유전자 마켓에 진열할 상품의 종류를 제한하는 것은 또 바람직한지를. 선뜻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들에 골똘히 그 답을 생각하다 문득 2018년에 태어난 크리스퍼 쌍둥이의 안부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