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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27.5105171-22-13

- 서명: 북한의 건축 사람을 잇다 : 다시 보는 남북 교류·협력

- 편/저자: 변상욱

- 발행처: 경향신문사(2022-05)

서평
 건축이 사람을 잇는가?
서평자
 김두환,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발행사항
 608 ( 2022-1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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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다시 보는 남북 건설 협력사업
PART 2. 북한의 외자유치 정책
PART 3. 싱가포르의 해외 개발과 북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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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교류·협력이 재개되는 경우 그동안의 교류·협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규모와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 시행착오를 방지하고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남북 건설 협력사업에 대한 전반적이고 구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 14쪽 건축이 사람을 잇는가, 사람이 건축을 잇는가? 몽고메리의 『빨간 머리 앤』에서 마릴라는 어릴 적 나이 든 목사님에게 들은 이야기라며 “탄생, 결혼, 그리고 죽음을 겪지 않은 집은 온전한 집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한다. 사람의 마음, 이야기와 역사가 집과 건축, 공간과 건설을 ‘온전하게’ 한다.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금강산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 신앙과 동포애, 인류애가 금강산 관광사업의 숙소, 면회소, 농장을, 개성 령통사와 평양 봉수교회, 어린이어깨동무소아병동을 만들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한동안 남과 북은 왕성하게 교류·협력했다.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기 직전까지 남북 교역액은 북중 교역액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오르기도 했다. 남북 경제협력은 북측 물건을 사서 남측에 판매하는 일반교역, 북측에서 제품을 가공해 들여오는 위탁가공도 있었고, 북측 지역에서 건축을 하거나 공단, 발전소를 짓는 대규모 사업도 있었다. 1994년 제네바 합의로 추진된 경수로 지원 사업은 2003년 중단되었지만, 사업비가 40억 달러에 달하는 남북 최초이자 최대 건설 협력사업이기도 했다.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하고 2004년 시범단지를 준공, 가동하기 시작한 개성공단은 2016년 폐쇄 당시 5만여 북측 근로자와 120여 남측 입주 기업이 어울려 생산활동을 한 이른바 ‘작은 통일 공간’이었다. 저자 변상욱이 현대아산에 입사한 1999년은 식민과 해방, 전쟁과 분단의 한 세기가 막을 내리면서 남북 협력사업이 막 싹트기 시작하던 즈음이다. 현대아산에 입사한 저자는 대북 업무를 시작하면서 금강산 온천장, 금강산 호텔 리모델링,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등을 건축 기획하였고, 2004년부터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서 건축인허가와 개발계획 업무를 담당했다. 지금은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에서 근무하고 있다. 남북 협력 건축의 산증인이라 할만하다. 이 책에는 북한 전문가들도 잘 알지 못하는 다양한 북한 건축 사업의 소중한 내용이 실려 있다. 다시 시작할 남북 협력, 특히 건축 분야 협력사업을 위해 앞선 사업의 장단점을 미리 파악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의 필독서다. 책을 읽다 보면 ‘건축’ 이야기도 자세하지만 ‘사람’과 ‘장소’ 이야기도 풍부하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금강산의 숙소와 이산가족 면회소, 인민병원과 금강산영농장을 건립한 경위와 남북 역할분담이 자세히 실려 있다. 남북 체육교류가 맺은 결실인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종교 협력으로 성사된 개성 령통사 복원 그리고 칠골교회와 봉수교회 건립, 인도적 협력이 싹틔운 라이온스안과병원과 어린이어깨동무병원 건립 그리고 천덕리 살림집 건설, 북한 최초의 사립대학교인 평양과학기술대학교 설립 등 따뜻한 사연과 우여곡절, 남과 북의 다름을 슬기롭게 극복한 이야기가 옴니버스 소설처럼 전개된다. 저자도 밝혔지만, 개성공단 사례는 그 자체로 너무 방대해서 이 책에 담지 못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남측이 기술과 재원을 조달하고 북측이 노동력과 토지를 무상 또는 유상으로 제공한 사업들 위주로 담다 보니 본의 아니게 북한의 건설 역량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만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이후 70층 이상 고층 아파트를 포함하는 수만 세대 규모의 평양 살림집 거리를 여럿 조성했다. 현재도 평양시 5만 세대 건설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삼지연시와 단천시에 대규모 도시 조성 사업을 완료했거나 진행하고 있다. 과거 남북 협력의 기억만으로는 현재 북한 건축의 실상을 알기 어렵고 자칫 선입견이 될 수도 있다. 미래 협력을 위해서는 현재 북한의 건축 역량과 실태를 함께 알아가는 것이 필요한 지점이다. 사람의 마음이 이어져 건축을 만들었지만, 건축은 새로운 공간, 그리고 그 공간에서 비로소 가능해진 사람의 새로운 이어짐을 만든다. 남과 북의 사람이 건축을 다시 잇고, 그것이 온전해질 만큼 남북의 얽힘과 이야기가 더 이어지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책 제목의 어색함에서 느껴지고 공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