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표지이미지

- 청구기호: 361-22-36

- 서명: 돌봄이 돌보는 세계 :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 편/저자: 김창엽 외 10인

- 발행처: 동아시아(2022-08)

서평
 돌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서평자
 문재우,한세대학교 간호복지학부 교수
발행사항
 614 ( 2023-02-08 )

목차보기더보기

여는 글 - 돌봄은 진실을 묻는다
[질병] 나의 장애는 몇 점인가요? _염윤선
[정신장애]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_박목우
[장애] 장애를 중심에 둔 돌봄사회 _전근배
[권리] 의존과 질병의 ‘정상성’ _조한진희
[노동] 돌봄이 노동이 될 때 _오승은
[의료] 의료에는 돌봄이 없다 _김창엽
[교육] 돌봄 없이는 교육도 없다 _채효정
[젠더] 보살핌 윤리와 페미니즘 이론 _정희진
[혁명] 돌봄은 혁명이 되어야 한다 _안숙영
[이주] 국경을 넘는 여자들 _김현미
[탈성장] 지구의 성장이 멈추는 곳에서 돌봄이 시작된다 _백영경

서평보기더보기

“돌봄을 받기만 한 사람이 어떻게 자신과 타인을 돌보는 이로 자랄 수 있겠는가? 돌봄을 하찮고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곳에서 교육을 받은 이가 어떻게 돌봄의 가치를 소중히 여길 수 있겠는가?” - 228쪽 출생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누군가의 돌봄 없이 인간은 생존할 수 없다. 돌봄에서 시작하여 돌봄으로 마무리를 맺는다. 따라서 인간의 역사는 돌봄의 역사이다. 예전에는 돌봄이 개인의 영역에 국한되었으나 산업화 이후 핵가족의 보편화, 노령인구의 급증, 만성 퇴행성질환의 증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 등으로 인해 돌봄의 외주화와 시장화는 보편적 현상이며, 돌봄은 이제 사회적·국가적·국제적 차원의 문제로 확대되어가고 있다. 돌봄은 2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다.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과 돌봄을 필요로 하는 대상자이다. 지금까지는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누구이고, 어떻게 돌봄을 제공할 것인가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돌봄을 제공하는 돌봄 노동에 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돌봄 노동에 대한 정당한 가치 인정 없이는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돌봄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이 대부분(90% 이상)이 여성이기 때문이다. 돌봄을 통해 우리가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돌봄 노동에 대한 충분한 가치가 부여되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본서는 11명의 저자가 각기 다른 11개의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시각에서 돌봄의 문제를 분석하고 있다. 저자 중 1명은 돌봄의 실제 대상자로 장애인 등록 과정에서 무임승차의 느낌과 인간성에 대한 근본적인 모욕을 느낀 경험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타인의 돌봄을 받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영혼과 삶과 괴리된 폭력적인 시스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돌봄 대상자가 처한 상황과 곤란함을 삶 전체 속에서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돌봄을 공기처럼 들이마실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를 소망하면서 글을 맺고 있다. ‘국가가 민간을 통해, 민간은 집단 수용이라는 방식을 통해 가장 적은 돈으로 가능한 한 많은 몸들을 관리하고자 하는’ 경제적 효율성 추구 과정에서 돌봄 제공자(기관 또는 시설)의 이해만이 강조된 ‘돌봄의 권력화’가 초래되었다. 전형적인 ‘남성 생계 부양자 모델’을 극복하고 돌봄과 돌봄 노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돌봄에 대한 의식의 전환을 넘어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기조를 본서는 유지하고 있다. 즉 ‘돌봄의 성별성을 해체하는 일상의 혁명’, ‘돌봄의 민주성을 해체하는 혁명’이 시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돌봄 혁명에는 돌봄 노동에 대한 재평가가 전제되어야 한다. ‘가사 노동과 돌봄 노동을 비가시적이고 비생산적이라고 평가 절하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는 돌봄 노동의 진정한 가치가 인정받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본서에서는 돌봄 혁명은 국경을 넘어 전 지구적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육아, 가사 노동, 병간호 등과 같은 돌봄이 이주 여성에 의해 ‘돌봄 받을 자격을 갖춘 존재’에게 제공되고 있는 성차별주의와 인종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돌봄 이주자는 결코 ‘돌봄 받을 자격이 없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간병인의 80% 정도가 재한 중국 동포(조선족) 여성인 현실을 고려할 때 저자의 주장은 매우 설득력을 갖고 있다. 여성의 돌봄 노동이 ‘사회 재생산 과정에서 필수적이었으며 자본주의 체제를 작동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가 평가 절하되고 있는 현실을 거시적 차원의 문제로 확대하고 있는 저자는 ‘최일선 공동체’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불이익과 차별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고 대처할 자원을 제대로 소유하지 못한 집단’인 ‘최일선 공동체’의 문제로 돌봄 노동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모든 인간은 잠재적 돌봄 대상자로 돌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노동이 전제되기 때문에 돌봄은 반드시 타인의 희생이 수반된다. 돌봄을 통해 우리가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돌봄 노동에 대한 충분한 가치가 인정되어 돌봄 노동자가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돌봄 대상자나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사회적 취약계층이다. 사회적인 취약계층이 사회적인 취약계층을 돌보고 있다. 따라서 돌봄을 돌보는 사회가 될 때 공동체적 삶이 진정으로 영위될 수 있을 것이다. 돌봄 노동자 110만 명의 시대에 돌봄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실천적이고 체계적으로 듣고 싶어 하는 독자들께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