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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502-22-34

- 서명: 우리는 모두 조금은 이상한 것을 믿는다

- 편/저자: 한국 스켑틱 편집부

- 발행처: 바다출판사(2022-07)

서평
 나는 이상한 것을 믿는다, 너 역시 그렇다
서평자
 양재원,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발행사항
 615 ( 2023-0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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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성격과 운명에 관한 이상한 믿음
2부 우리 일상 속 과학에 관한 이상한 믿음
3부 숨은 진실에 관한 이상한 믿음
4부 저세상에 관한 이상한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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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믿음은 인간사의 일반적이고 중심적이며 거의 보편적인 양상이다. [그것은] 우리가 과학적으로 덜 계몽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마음이 원래 그와 같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 6쪽 벌써 30년도 더 지난 옛일이다. 이제는 사라진 선지원 후시험의 대학입학학력고사 제도하에서 입학하고자 하는 학교에 원서를 내러 갔다. 원서 접수 첫날, 한가한 접수처에 호기롭게 원서를 제출하고 받은 접수번호가 아뿔싸! 4번이었다. 함께 간 친구는 ‘죽을 사’가 아니라 ‘죽일 사’라며 걱정하지 말라며 위로해 주었으나 찝찝함은 어쩔 수 없었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왜 그 번호를 받았냐”며 성화였다. “난들 그 번호를 받고 싶었겠냐”며 어머니와 벌였던 신경전은 시험 전날 예비소집일이 지나고 나서야 종료되었다. 접수번호만 4번이었지, 실제 수험번호는 68번이었다. 난 자극적인 4번 대신 무미건조한 68번으로 시험을 보았고 다행히 그 학교에 합격했다.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어이없는 일이었다. 시험은 그 사람이 가진 지식과 약간의 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일 텐데 수험번호가 4번이든 68번이든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일상에서는 이런 이상한 믿음은 흔히 일어나며 그것은 우리 삶에 영향을 준다. 왜 우리는 모두 이상한 것을 믿을까? 그것은 우리 마음의 작동 방식이 이상한 것이라도 믿게 만들기 때문인 듯 보인다. 사람들은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며 예측하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불확실성이 커지면 불안해하며, 설명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는 좌절한다. 반면 상황이 이해되고 설명되면 부정적인 감정은 잦아든다. 이러다 보니 사람들은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비워두기보다는 무엇이든 채워 넣으려 한다. 불확실성을 인정하기보다는 잘못된 이해와 설명일지라도 이를 통해 안정감과 세상에 대한 통제감을 늘리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시신경이 망막에서 뇌로 빠져나가는 맹점에 대한 우리 뇌의 반응과 같다. 우리 눈에 외부의 상이 맺히지 않는 공간이 빈 채로 있다면 얼마나 불안정할까? 그래서 우리 뇌는 상이 맺히지 않는 맹점이라는 공간에 주변 정보를 바탕으로 추측을 통해 적당한 이미지를 채워 넣는다. 이 책에서 보여준 MBTI의 열풍이 이상한 믿음의 사례 중 하나이다. 인간은 지독히도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적 관계로부터 받는 인정은 자존감과 행복의 중요한 원천이다. 반면 타인으로부터의 배척은 물리적 통증과 유사한 고통을 낳는다. 그러하기에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고 그에 맞게 적절히 대처하는 것은 우리의 적응과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하물며 천 길 물속 같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찌 쉽게 알까? 이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MBTI는 8개의 알파벳 조합과 16개의 성격 유형으로 용감하게 해결한다. 사람 마음속이 갑자기 단순해진다. 상대의 MBTI 알파벳 조합만 잘 알면 예측과 설명이 가능해진다. 책에서 밝힌 바와 같이 MBTI는 현대 심리학의 성격 이론을 반영하고 있지 못한다. 그래서 심리학자의 다수는 MBTI를 신뢰하지 않는다. 나 역시 이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심리학 전공의 교수인 아빠가 무엇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중학생인 딸이 MBTI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안다. 그 친구는 새로운 친구를 만날 때 상대의 MBTI를 알면 편안해하고, 친구들의 MBTI를 가지고 자신과의 합을 맞춰보고, 친구들의 행동을 복기하는 듯하다. 그것이 단순한 재미로, 또 제 나름의 대인관계 안정감을 갖는 방책이라면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나 때로 이상한 믿음은 우리 삶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숫자 4와 죽음의 한자 말인 死의 발음이 유사하기에 동아시아에서 숫자 4는 부정적 의미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인지 만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중국계와 일본계 미국인은 다른 날짜보다 4일에 더 많이 사망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우리의 믿음이 얼마나 강력하게 삶에, 아니 죽음에도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준다. MBTI에 대한 믿음도 마찬가지다. MBTI로 측정된 성격 유형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과 타인의 이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자기 충족적 예언과 자신의 성격에 대한 공고한 믿음은 유연한 행동을 방해하며, 확증편향은 타인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방해한다. 심지어는 MBTI 결과를 입사 채용 심사에도 도입하였다고 하니, 이쯤 되면 이상한 믿음은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가 된다. 우리 삶이 이상한 믿음에 방해받지 않기 위해 중요한 것은 ‘사실에 기초한 증거라는 과학적 틀’의 이해와 교육이다. 또한 인간의 심리적 현상에 대한 이해도 자신의 오류를 찾아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어쩌면 우리가 세상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는 무지를 인정하고 불확실성을 살아가는 용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