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표지이미지

- 청구기호: 338.7-22-14

- 서명: 알고 있다는 착각 : 당연한 것을 의심하고 낯선 진실을 발견하는 인류학자의 사고법

- 편/저자: 질리언 테트

- 발행처: 어크로스출판그룹(2022-08)

서평
 ‘새’(bird)가 아닌 ‘벌레’(worm)의 시선-인류학적 시각-이 필요한 지금
서평자
 김관욱,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발행사항
 617 ( 2023-02-28 )

목차보기더보기

프롤로그 물고기는 물을 볼 수 없다
1부 ‘낯선 것’을 낯익게 만들기
1. 새의 눈, 벌레의 눈
2. 킷캣과 인텔의 인류학자들
3. 낯선 전염병과 싸우는 법
2부 ‘낯익은 것’을 낯설게 하기
4. 금융인들이 묻지 않는 가장 단순한 질문
5. 부품을 빼돌리는 GM 직원들
6. 서구인의 이상한WEIRD 특성에 관한 이론
3부 사회적 침묵에 귀 기울이기
7. 트럼프와 레슬링
8. 개인 정보의 소비자 가격
9. 우리가 사무실에서 ‘정말로’ 하는 일
10. 윤리적인 돈
에필로그 아마존에서 아마존으로

서평보기더보기

“인류학자 호러스 마이너의 말처럼 ‘모든 학문 가운데 인류학만이 낯선 것을 낯익게 만들고 낯익은 것을 낯설게 만드는 데 전념한다.’ 목표는 낯선 것과 낯익은 것, 두 가지 모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다.” - 11쪽 인류학자로서 ‘인류학의 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주장을 듣는 일은 기쁜 일이다. 그것도 실전에서 그 의미를 몸소 깨달은 전공자의 말이라면 말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인류학 박사과정을 마친, <파이낸셜 타임스>의 편집국장 질리언 테트는 서구의 금융 뉴스의 한복판에서 왜 인류학자들의 시각이 절실한지 이 책에 담긴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그녀의 책은 단순히 또 하나의 교양서적을 추가하기 위함이 아니다. 지금 현실에서 인류학적 관점이야말로 결정적으로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한다. 그 핵심은 마치 ‘어린이’와 ‘화성인’처럼 우리에게 ‘낯익은 것’을 ‘낯선 것’으로 호기롭게 바라보며, ‘낯선 것’을 ‘낯익은 것’으로 선입견을 버린 채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제1의 행동강령은 바로 ‘경청이 결정적이다’라고 역설한다. 테트는 크게 세 가지 단계로 인류학적 시각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먼저, 우리에게 ‘낯선 것’을 낯익게 만드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이어서, 반대로 ‘낯익은 것’을 낯설게 하기를 설파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이 결국 현대사회가 직면한 모든 ‘사회적 침묵’에 귀 기울이기를 요청한다. 테트는 특히 비즈니스의 영역에서 인류학의 전통적 연구방법론인 ‘참여관찰’ 기반의 현지 조사를 통해 기업들이 어떻게 문제의 근본적 원인과 그 맥락을 이해하게 되었는지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소개한다. 그 대표적 예가 영국의 초코바 브랜드 ‘킷캣’(Kit Kat)이 어떻게 일본에서 대성공을 이루게 되었는지이다. 그녀는 ‘킷캣’의 발음이 일본어 ‘키토카츠’(=‘반드시 이길 거야’라는 뜻)와 유사했고, 고등학교 및 대학교 수험생들이 일종의 행운 징표로서 킷캣을 구매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회사는 이 부분을 극대화한 광고 및 마케팅으로 일본 내 수험생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판매율을 달성하게 되었다. 테트는 단순히 상품 판매, 기업 내 노사관계, 실적 등의 문제에 대해서만 인류학적 시각을 강조하지 않는다.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됐을 때 왜 현지인들이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시체를 훔치고, 의료진들을 협박했는지에 대한 인류학적 시각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또한, 왜 서구의 청소년들이 핸드폰을 통해 가상의 세계에 빠져있는지, 왜 미국의 노동자 계층이 도널드 트럼프에 열광했는지 등 폭넓은 주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특히, 이제는 서구문화와 많은 부분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테트가 지적한 미국 지식인층에 대한 비판은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녀는 미국의 지식인이 소위 ‘편향된 렌즈’(엘리트주의에 기반한 순차적, 일방향적, 선택적인 추리 및 논리)를 끼고 있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사회의 사각지대를 주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미국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그의 말실수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물론, 트럼프 특유의 블랙 유머에 열광하는 이유를 분석한 부분이다. 테트는 미국의 엘리트들은 트럼프의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반면, 그의 지지자들은 정반대로 트럼프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지만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국의 소위 WEIRD(서양의Western, 교육받은Educated, 개인주의적인Individualistic, 부유한Rich, 민주적인Democratic) 집단의 문화를 제대로 비판한 셈이다. 테트의 책은 빅데이터 중심의 현실에서 마치 새처럼 하늘 위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땅 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경청하는 ‘벌레’의 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과학과 기술이 중요시되는 현실에서 소위 무엇을 ‘개발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개발해야만’ 하는지 ‘윤리적’ 측면에 대한 성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녀는 이러한 현실에서 인류학이 일종의 ‘경고등’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바로 이점이 그녀의 책 『알고 있다는 착각』을 일독해야 할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