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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03.45-22-1

- 서명: 붕괴의 사회정치학

- 편/저자: 파블로 세르비뉴, 라파엘 스테방스

- 발행처: 에코리브르(2022-10)

서평
 붕괴학: 우리의 현실을 이해하려는 새로운 시도
서평자
 이명진,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전임교수
발행사항
 623 ( 2023-04-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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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붕괴, 비선형적 현상
서론: 언젠가 반드시 다루어야 할 주제

1부 붕괴의 시작
01 자동차의 가속
02 엔진 끄기(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
03 고속도로 출구(넘을 수 있는 경계)
04 방향이 막혀 있을까
05 점점 더 취약해지는 운송 수단에 갇히다
1부에 대한 종합 평가

2부 그렇다면 언제인가
06 미래학의 어려움
07 전조 신호를 감지할 수 있을까
08 모형은 무엇을 말하는가

3부 붕괴론
09 조사해야 할 모자이크
10 그리고 이 모든 상황 속에서 인간은?

결론: 기근은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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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구 과잉, 부자의 과소비, 기술에 대한 선택 부족은 우리의 산업 문명을 붕괴의 길로 몰아넣었다. 시스템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고, 그 대규모 붕괴의 기한은 2050년이나 2100년경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깝다.” - 227쪽 우리 주위에서 기후변화, 환경오염, 생물 다양성, 식량 위기 같은 단어는 더는 생소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가 우리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 기업 경영의 주요 원리로 채택되고 있는 ESG 경영도 환경보호를 주요 요소로 포함하여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는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1997년에는 교토의정서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고자 하였다. 2021년에 발표된 EU 탄소 감축 입법안에 따르면 2035년부터 HEV와 PHEV 등 내연기관을 장착한 모든 차량의 신차 판매는 금지된다. 물론 이러한 위험을 공감하거나 우려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불편함이나 기후 온난화에 따른 변화를 체감하는 정도에 그친다. 반면에 스웨덴의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처럼 환경파괴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정치인들과 기성세대를 비난하면서 등교 거부나 각종 시위 참여 같은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프랑스의 농업경제학자인 파블로 세르비뉴와 생태학자인 라파엘 스테방스가 공저한 「붕괴의 사회정치학」은 현재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여기에 관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저자들이 2022년에 작성한 후기에서 그 힌트를 찾아볼 수 있다. 저자들은 환경보호나 지속 가능한 사회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은 이와 관련한 정치, 경제, 사회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루는 학문 분야를 ‘붕괴학’이라고 일컫는다. 이 학문 분야는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붕괴라는 시각에서 이해하는 융합학이다. 저자들이 붕괴를 통해서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몇 가지 특징을 수반한다. 무엇보다도 현재 인류의 문제를 세계적 대재앙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환경오염을 비롯한 여러 문제는 우리의 삶에 부수적인 문제 혹은 단순하게 불편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우리 삶의 단절을 의미할 정도로 심각하고 결정적이다. 동시에 붕괴가 단순하게 정해진 파국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들의 표현대로 “붕괴와 회복력은 항상 함께 짝을 이루며 동전의 양면과 같다.” 즉 붕괴학의 핵심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회복력과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붕괴학을 통해 붕괴의 배경, 전제조건 그리고 방아쇠를 체계적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모호하게 기술하는 것을 넘어서 구체적인 사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단순한 낙담이나 비관은 파국을 막거나 현실을 개선하는 데 크게 도움이 못 된다. 인류사회가 붕괴에 직면하고 있을 때 이를 완전히 피하는 완벽한 해결책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붕괴론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통해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회복력을 키워나갈 것인지 일종의 나침판을 구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들은 대재앙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긍정적인 신호의 존재도 무시하지 않는다. 이러한 긍정적인 신호가 현재 시점에서는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할지라도 앞으로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중요하다고 보았다. 단절의 위험이나 비극적인 상황으로의 경로 변경 등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들의 메시지가 기존의 지속가능성 논의와 비교할 때, 인류가 처한 절망적인 상황을 대처하는 데 있어 얼마나 차별성을 갖고 있으며 더 효과적인가에 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저자들은 붕괴학의 필요성을 보여주기 위하여 각종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료가 학술적인 논의를 넘어서 일반 시민에게 현실적인 시각과 방안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다만 인류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하고 접근하는 하나의 시도로 본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