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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81.45002-22-10

- 서명: 서점의 시대 : 지성과 문화가 피어난 곳, 그 역사를 읽다

- 편/저자: 강성호

- 발행처: 나무연필(2022-10)

서평
 책이 사라진다고 말하는 시대에 서점의 역사를 쓰다
서평자
 정일영,서강대학교 사학과 교수
발행사항
 624 ( 2023-04-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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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_우리에게 서점은 어떤 곳일까

1부 서점탄생(書店誕生): 세상의 수많은 지식은 서점에서 유통되었다
1장 종이에 가치를 부여하다
2장 근대 서점의 기점, 출판서점
3장 불온한 사상의 거처
4장 옛것이 살아 숨 쉬는 곳, 고서점
5장 개성과 매력이 가득한 전문서점
6장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의 등장

2부 서점본색(書店本色): 한 시대 문화의 중심에는 서점이 있었다
1장 서점 거리의 역사 풍경
2장 서점이 꽃피운 살롱 문화
3장 서점과 동고동락한 여성들
4장 독립서점의 오래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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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자체가 좋아서 책의 자취를 따라가는 유락(愉樂)의 독서가, 서점과 서점 사이에서 책의 바다를 항해하는 여행가, 서점의 시층(時層)에서 비밀을 간직한 책을 발굴하는 책 수집가 등이 서점 거리를 활보한다. 일견 서점은 매우 적막한 정적의 공간으로 비춰지지만, 그 이면에는 이윤의 추구, 책읽기의 즐거움, 지식욕 등 다양한 욕망과 생각이 얽혀 있다. 이때 서점의 입지 조건은 도시의 공간 구조와 문화를 보여준다. 또한 서점이 몰려든 거리의 풍경은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 166쪽 ‘챗GPT’가 장안의 화제다. 바둑기사 이세돌과 알파고의 승부가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을 높였지만, 글로 먹고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정도로 화제가 되지는 않았다. 챗GPT에 대한 동종 업계 사람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이제 채점은 어찌하며 표절의 구별은 어떻게 하냐고 걱정인 사람부터, 벌써 이 도구를 활용하는 ‘얼리어답터’까지.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은 한 지인이 전해준 말이다. ‘사람들은 핸드폰만 보고, 인공지능만이 책을 읽는 세상’. 물론 세상일은 알 수 없으니, 인공지능을 위한 책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인간을 위한 책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출판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유명 대형 서점도 직원들의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요리법이나 기기 작동법조차도 영상 검색을 더 선호하는 시대다. 심지어 책의 내용까지도 영상 검색을 하는 판이니, 책의 앞길에는 급격한 내리막길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책의 판매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했고, 종이책의 일부를 전자책이 대체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서점의 역사를 다룬 책이라니, 신선했다. 시대착오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역사는 항상 시대착오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와 같다면 역사라고 할 수 없을 터이니. ‘종로서적’, ‘그날이 오면’, ‘동양서림’ 등 내게도 익숙한 서점의 간판으로 장식된 이 책의 표지를 보며, ‘레트로’ 감성을 느꼈다면 과장이려나. 아니, 이제 서점은 물론이고 서림, 서적, 글방, 서원 등 서점을 지칭하던 단어도 낯설기만 하니 과장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저자가 직접 독립서점을 운영했다는 이야기까지 읽다 보니 책이 더욱 말랑말랑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향수에 기대어 공감을 얻으려는 책이 아니다. 물론 이제 책과 서점의 황금기는 분명 과거에 있다. 책의 곳곳에 각자가 추억할 수 있는 서점도 등장하므로, 독자가 향수를 느낀다 해도 이상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 책은 저자 특유의 집요함과 꼼꼼함으로 서점이 장식했던 한 시대를 기록한 성실한 ‘역사서’라 할만하다. 그것도 개화기부터 2000년대까지 한 세기에 걸쳐있던 다양한 서점을 정리한 역사서. 책 말미의 참고문헌과 주석 등은 역시 그냥 달린 것이 아니다. 책의 부제가 말하고 있듯, 서점의 역사는 지성과 문화의 역사이기도 하다. 책의 역사 또한 그러하다. 하지만 서점은 책이 모여 있는 곳이자, 그 책을 좇아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를 마주하는 공간이다. 책의 역사가 생산자인 저자에게 초점을 맞춘다면, 서점의 역사는 서점을 운영하는 이와 책을 사랑하는 독자, 그들이 만들어낸 ‘공간’에 주목한다. 서점마다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기에, 서점을 찾았던 사람들은 책은 물론이고 그 장소의 분위기를 향유하기 위해 그곳에 갔기 때문이다. 서점도 물건을 파는 가게인 것은 분명하나, 우리가 아는 서점은 주인의 개성이 드러나는 곳이었다. 이 책의 미덕은 서점과 그 서점을 열고 운영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서점 이야기를 하려면 당연히 서점 주인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나, 서점의 시대가 지나버린 지금, 그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찾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여성의 사회활동이 극히 제한적이던 시절에 서점을 운영하던 여성의 이야기는 더욱 그렇다. 저자는 자료가 부족한 것을 아쉬워했으나, 그 부족한 흔적이나마 끈질기게 모아 역사로 기록했다는 점, 그 관점과 노력이 고맙다. 대학생 시절, 사회과학 서점에서 샀던 책들을 나는 기억한다. 친구들의 저녁 행적을 적어두라고 서점 사장님이 서점 앞 둥근 기둥에 붙이셨던 새하얀 전지도 기억한다. 그러나 기억만으로는 엄연한 한 시대를 역사로 만들기에 역부족이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 혹은 조각난 기록들은 ‘시대’가 되지 못한다. 지나간 나날을 시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은 ‘과거를 보며 새롭게 기록하는 자’ 덕분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이 ‘저무는 시대’에도 저마다의 신념과 취향으로 개성 넘치는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분들 덕에, 또 하나의 시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