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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616.852706510953-23-1

- 서명: 우울증은 어떻게 병이 되었나? : 일본에서 우울증의 탄생

- 편/저자: 기타나카 준코

- 발행처: 사월의책(2023-06)

서평
 동질적이고 단순한 우울이 아닌 다차원적이고 변화하는 우울에 대한 이해
서평자
 전진아,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정신건강연구센터장
발행사항
 651 ( 2023-1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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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서론 - 의료화의 지역적 동력
1부 역사 속의 우울증
2장 몸의 감정을 읽다
3장 정신의학의 일상으로의 확장
4장 과로의 병리학인가, 나약한 성격인가?
5장 우울증에서 “생물학적인 것”을 사회화하기
2부 임상 실천 속의 우울증
6장 성찰성의 억제
7장 의지적 자살 진단하기
8장 우울증의 젠더화와 고통의 선별적 인정
3부 사회 속의 우울증
9장 정신의학을 통한 자살의 사회적 원인 규명
10장 노동 정신의학의 도래
11장 우울증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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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의 대중적 호소는 ‘최대의 보편성’과 ‘극단적 이질성’ 모두를 가지고 있다.” - 328-329쪽 정신건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글을 읽는 당신은 다양한 단어와 표현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아마도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가 ‘우울’이 아닐까? 세계보건기구에서도 경고하듯, 이미 많은 사람이 경험해 왔고, 현재도 경험하고 있고, 향후에도 경험할 것으로 예상하는 정신건강 문제가 아마도 우울일 것이다. 이 책은 우울을 동질적인 성격을 가진 것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울’, ‘기울’로 불렸던 과거로부터 ‘신경쇠약’을 거쳐 현재의 ‘우울’로 불리기까지의 과정을 정신의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또한 우울이 다양한 인구 집단에 따라, 사람들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기존의 연구, 임상 현장, 정책과 제도에서 우울을 어떻게 바라보고 우울에 대한 개입이 이루어졌는지를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우울을 어떠한 관점으로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고 있기도 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일본 정신의학 분야에서의 방대한 연구 결과물들을 심도 높게 고찰하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치료 사례들을 관찰하면서, 우울을 개인이 경험하는 개별적인 질환에서 사회적인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나타나는 사회적 질환으로 바라보기까지 폭넓게 고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실제 우울을 치료하는 임상 현장에서 의사와 환자들이 각자의 일상에서 고군분투하며 마주하는 우울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책에서는 항우울제 처방과 복용, 심리치료 등 임상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치료 방법에 대한 전문가 간 시각 차이를 설명하고 있고, 우울 치료에 대한 환자의 저항이나 우울증을 경험하는 환자의 자살 사망 등 실제 의사들이 경험하는 우울 치료 과정에서의 애로사항들이 함께 다루어지고 있어, 치열한 우울 치료 현장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기회를 독자에게 제공한다. 이 책이 시도하는 다양한 우울에 대한 다차원적 이해에서 저자는 흥미로운 몇 가지의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항우울제와 같은 약물복용만으로 우울은 나아질 수 있는 것인가? 우울은 과로로 대변되는 노동에 기인하는 것인가? 그리고 노동과 우울 간 관계는 책에서 우울의 젠더화로 표현하듯 남녀 간에 차이가 있는 것인가? 그리고 자살은 우울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의지적 자살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저자는 일본의 사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임상적 치료 사례, 법과 제도, 판례 등을 활용하여 나름의 해석과 답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우울은 다차원적이고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답은 없겠지만,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임상 현장에서의 사례들과 판례들을 보면서 독자들도 나름의 가설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아마도 일본에서 우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살짝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우울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과 우리나라의 시각이 어쩌면 유사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도 우울이 ‘마음의 감기’로 표현되기도 하며, 자살을 개인의 선택으로 인식하는 분위기, 과로를 경험하는 근로자들의 잇따른 자살 등 한국과 유사한 다수의 사례가 책에서 소개되고 있다. 또한 책에서 소개된 정신건강 검진, 자살시도자에 대한 응급실에서의 개입 및 지역사회 연계 등 일본에서 국가적인 차원으로 시도하는 우울에 대한 대응은 한국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책에서 저자는 우울을 동질적이고 단순화된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우울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생리학적, 사회적, 정치적인 관점에서 달리 인식되어 왔음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 과정에서 우울이 어떻게 개인이 경험하는 ‘사적 질환’에서 제도적인 변화를 모색하게 하는 ‘공적 질환’으로 변화해 왔는지를 다양한 사례로 소개한다.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한국의 경험과 자신의 일상 경험을 반추해 보며, 저자가 던지는 질문들을 따라가면서 우울을 다차원적으로 바라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