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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05.2-24-1

- 서명: 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 : 인구충격과 맞바꿀 새로운 부의 공식

- 편/저자: 마우로 기옌

- 발행처: 리더스북()

서평
 바보야, 문제는 순차적 인생 모형이야!
서평자
 김재혁,(재)한마음재단 연구위원
발행사항
 678 ( 2024-05-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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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인생의 네 단계
2장 늘어나는 수명과 좋아지는 건강
3장 가족의 재구성
4장 모두를 위한 교육
5장 한 번의 삶에 세 번의 경력
6장 은퇴를 다시 생각하다
7장 백 살에 유산을 물려받다
8장 여성을 위한 게임 체인저
9장 나이와 세대 없는 소비자 시장
10장 포스트제너레이션 사회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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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각각의 연령대에 해야 하는 일에 대해 사전에 정해져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사실, 순차적 인생 모형은 사람들을 연령별 집단과 역할에 따라 분류하는 가부장제와 관료제의 개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사회‧정치적 구성이다.” - 17쪽 합계출산율 0.7로 세계 최저치, 매해 감소하는 신생아 수, 그럼에도 높아만 가는 기대수명과 노인빈곤율, 저출생과 고령화가 장식하는 우리나라의 그늘이다. 정부가 십수년간 엄청난 재정을 투입하여 인구문제를 해결하려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만의 문제일까? 인구가 유지되려면 둘이 결혼하여 둘은 낳아야 한다. 우리는 이를 인구대체율이라고 부른다. 합계출산율 2.1이 인구대체율의 균형 추정치다. 합계출산율 2.1 미만이라면 장래 인구가 감소하는 사회다.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58이다. 2.1을 한참 하회한다. 저출생은 사회, 경제, 문화 등이 복잡하게 어우러진 결과다. 정책으로 이에 일부 대응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복잡한 원인에 모두 대응할 수 있을까? 저출생과 고령화는 거대한 흐름이다. 거대한 흐름을 완전히 역행하기는 어렵다. 책의 저자인 마우로 기옌 교수도 거대한 흐름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 대신 그는 발상의 전환을 주장하면서 얘기한다. 바보야 문제는 순차적 인생 모형이야! 순차적 인생 모형은 놀이-공부-일-은퇴로 이어지는 우리 삶의 단계를 뜻한다. 저자는 이 순차적 인생 모형을 버리고 여러 세대가 공존하는 포스트 제너레이션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우선 순차적 인생 모형은 19세기 중반부터 유럽에서 표준화된 정치적, 사회적 제도의 산물이지 인간 본연의 생물학적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순차적 인생 모형의 3대 축은 의무교육, 임금 고용, 은퇴제도인데 의무교육과 임금 고용은 민족주의와 자본주의의 필요에 의해, 은퇴제도는 19세기 후반 독일 비스마르크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만들어졌다. 순차적 인생 모형에서 왜 탈피해야 하는가? 첫째, 지금의 인구구조로는 순차적 인생 모형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순차적 인생 모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지금의 인구구조는 문제가 된다. 그동안 인류의 수명은 대폭 연장되었다. 순차적 인생 모형에 따르면 60세쯤에 은퇴하더라도 무려 25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한다. 은퇴자들을 25년 이상 연금으로 부양해야 하는데 향후 이것이 지속 가능할 것인가? 은퇴자들이 과거와 달리 건강하다고 해서 80세까지 일하라고 강요할 수 있는가? 부양비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금의 정책들은 정치적 지지를 받기 무척 어렵다. 성인기 대학교육과 직업교육 한 번으로 향후 60년 이상을 살아야 한다. 과거에는 은퇴 후 10년 정도 살면 사망했기에 한 곳에서 일하고 은퇴하는 평생직장이 가능했다. 원클럽맨의 낭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사회는 과거와 달리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사람의 능력과 선호도 나이가 들면서 변하기 마련이다. 평생직장은 유지되기 어렵다. 은퇴자들도 은퇴가 마냥 반갑지 않다. 은퇴가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거의 없다. TV 앞에 앉아 있거나 유튜브 보는 시간만 늘어날 뿐, 딱히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일에서 오는 성취감이 없다. 그러나 희소식이 있다. 기술이 진보하면서 원격교육이 더욱 보편화되고 있다. 기술의 진보로 순차적 인생 모형이 깨진다면 전 연령층에서 더욱 쉽고 유연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전문성을 추구하면서 일할 수 있다. 인구구조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기존의 많은 저작들은 순차적 인생 모형이라는 틀 안에 있다. 반면, 이 책은 틀 자체를 벗어나야 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신선하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많다. 책의 제1장에서는 순차적 인생 모형의 연원과 장단점을 쉽고 간결하게 기술하고 있어서 독자들은 1장만 발췌하여 보더라도 책에서 주장하는 핵심 뼈대를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저자가 책의 서두에서 밝히고 있듯이 구체적인 해결 방안에 대해서까지는 논하지 않고 있다. 각 장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바와 현실의 설명이 뒤섞여 있어 저자의 논지가 불분명한 점도 있다. 저자가 미국에서 활동하는 학자인지라 아무래도 미국의 사례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한계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인구정책 전반에 대한 틀을 깰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양서(良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