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표지이미지

- 청구기호: 통일320.158-23-41

- 서명: DMZ의 역사 : 한반도 정전체제와 비무장지대

- 편/저자: 한모니까

- 발행처: ()

서평
 모순과 역설의 시간을 넘어선 상상의 공간
서평자
 정한범,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
발행사항
 680 ( 2024-05-29 )

목차보기더보기

서장 한국전쟁의 유산 / 선행 연구에 대한 검토 / 연구 방법과 자료 / 구성과 내용
제1장 한국전쟁, 그리고 비무장지대의 탄생
1. 비무장지대라는 아이디어: 확전 방지와 정전 모색
2. 정전회담과 비무장지대 설치·관리
3. 군사정전위원회의 정전협정 이행과 균열
제2장 1960년대 비무장지대의 무장화와 냉전 경관
1. 비무장지대의 무장화(militarization)와 군사충돌
2. 군사 생태(military ecology)의 양상과 형성
제3장 1970년대 비무장지대의 화해와 체제 경쟁
1.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구상의 형성
2. ‘자유’와 ‘평화’의 ‘쇼윈도’ 경쟁
종장 냉전과 탈냉전의 연쇄, 그리고 한반도 / 평화의 길 만들기

서평보기더보기

“1953년에 할 수 있었던 상상이 정전을 합의하고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비무장지대를 만드는 거리두기 방식이었다면, 2023년에 우리가 하는 상상은 평화를 만들고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비무장지대의 모습이어야 한다. 거리두기 방식은 당장 전면적인 적대행위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으나, 언제까지 이런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 505쪽 비무장지대는 ‘죽은’ 공간이다. 태생 자체가 단절과 중단을 위한 창의적인 기획이었다. 공간적으로 우리가 머물 수 없는 장소이고, 지리적으로 이동이 불가능한 경계다. 생과 사를 가르는 치열한 전투의 현장이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그 경계의 설정 과정이 더 많은 죽음을 불러온 역사다. 무엇보다 DMZ는 한반도 역사에서 가장 처절한 아픔을 간직한 현대사의 어두운 기억이다. 어둠의 역사를 넘어서서 DMZ는 한국인에게 망각의 영역이 되었다. 한국정치의 분열적 적대성의 기원도, 한국경제의 Korea Discount도, 다 한국전쟁의 상흔이다. 그 아픔의 시간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상징적 공간이 DMZ다. 비무장지대는 한반도 내부의 공간만은 아니다. 냉전 시대 자유와 공산 진영 대립의 역사이며, 지금도 마지막 남은 냉전의 상징이다. 이렇게 비무장지대는 우리의 기억과 관심에서는 멀어져가는 공간이지만, 현재 우리의 삶을 강하게 구속하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외부인들에게는 한국을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모순적이고 역설적인 공간이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우리가 잊어가고 있는, 우리의 지난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그러나 우리가 결코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비무장지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사실 비무장지대의 중요성에 비해서 비무장지대를 연구한 저술은 상당히 빈약하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의 모순을 얘기하면서 우리의 시선은 항상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바다 건너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심지어 유럽의 독일을 연구하고 학습하는 데에는 열심이었지만, 정작 우리 안의 모순적인 공간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은 충분하지 못했다. 2018년부터 몇 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처럼 어쩌면 우리 안의 작은 공간이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이 작은 공간에서부터 현대사의 모순을 극복해 가야 함을 저자는 그만의 아주 담담하고 객관적이며 이성적인 언어로 풀어가고 있다. DMZ의 역사를 얘기하면서 감성에 호소하지도 않고, 정치적인 지향을 두고 주관적인 논리를 펼치지도 않는다. 그저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어쩌면 우리가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던 시간의 기록을 그만의 꼼꼼하고 객관적인 언어로 풀어가고 있다. 자칫 정치적인 대립의 공간으로만 오해하기 쉽지만, 저자는 DMZ의 잘 알려지지 않은 면들을 설명하며 다면적인 접근을 추구하고 있다. 책머리에서 얘기하고 있듯이 DMZ는 무서운 철책과 군인들의 공간이었지만, 역사가의 시선에서는 비무장지대와 철책의 아이디어가 궁금하게 되었다. 1장에서는 한국전쟁으로 인한 비무장지대의 탄생을 소개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유엔사와 북한, 중국 간의 정치적 협상이 다뤄지기는 했지만, 비무장지대를 최초로 제안했던 영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2장에서는 비무장지대의 무장화와 냉전의 경관을 다루고 있다. 비무장지대는 비무장을 표방했지만 무장을 추구했고, 단절된 공간 속에서 새로운 생태의 보고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모순과 역설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3장에서는 비무장지대가 화해와 체제경쟁이 되어갔던 군사적 정치화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기정동과 대성동이 상징하는 분단의 아픔을 대비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평화가 없는 평화리와 자유가 없는 자유리의 역설이랄까…. 저자는 종장에 가서야 짧게 그리고 선명하게 자신의 속내와 시각을 드러낸다. 모순과 역설의 과거를 극복하고 평화와 부활이 이루어지는 DMZ의 미래를 상상하고 있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달했을 때는 이런 소극적인 평화의 의미가 절대 작지 않음을 상기하게 되지만, 불안정한 상태에 머물지 말고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 1953년에 상상하지 못했고 도달하지 못했던 항구적인 평화의 실현이 필요하다.” 이 글은 그동안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DMZ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주는 완성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DMZ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