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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03.372-24-1

- 서명: 정의로운 도시 :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정의로운가?

- 편/저자: 수전 S. 페인스타인

- 발행처: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서평
 정의로운 도시, 도시계획의 역할
서평자
 김준형,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발행사항
 685 ( 2024-07-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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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도시 정의 이론을 향하여
01 정의 문제에 대한 철학적 접근
02 정의와 도시 변혁
03 뉴욕
04 런던
05 암스테르담
결론 정의로운 도시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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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과 결과는 분명히 연결되어 있지만, 결과가 정의로우려면 비단 담론이 수행되는 과정이 아닌 그 실체적 내용이 중요하다.” - 253쪽 도시계획 현장에서 주민 참여는 이제 당연한 절차가 되어가고 있다.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주민참여단을 만들어 그 의견을 반영하는 것부터, 도시의 주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까지 주민 참여는 ‘좋은’ 도시계획을 만들어내기 위해 거쳐야 할 의례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제기되는 한 가지 우려는 과연 주민 참여가 좋은 도시계획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이다. 좋은 도시를 ‘정의로운 도시’로 바라보는 페인스타인은 이에 대해 줄기차게 부인한다. “모든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여 들어야 하며 특정 집단이 상호 교류에서 특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51쪽)는 것만으로 정의로운 도시를 만들 수 없다. 정의 실현을 체계적으로 어렵게 만든 근본 원인을 회피하고서 의사결정의 합리성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다(57쪽). 페인스타인은 정의로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 민주주의에만 의존하는 것을 배격하면서, 그보다 적극적인 전략을 요청한다. “정의로운 도시정책의 핵심을 구성하는 일련의 원칙을 정식화하고 방어”하며, “정의를 반드시 도시계획과 정책 평가의 첫 번째 원칙”으로 만들고, 이를 위해 “정의에 실체적인 내용을 부여”할 것을 요청한다(31쪽). “정치적·재정적 힘이 가장 부족하고 가장 많이 무시를 받는 집단이 숙의 과정에 포함되거나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가장 낮다”는 점을 감안, “정책 내용을 평가할 때 기술적 효율성보다 정의에 전념해야만 약자들에게 유리하도록 균형점이 이동할 것”(87쪽)이다. 의사결정 절차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그 결과가 더 정의롭도록 계획가들이 더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뉴욕 등의 사례를 고찰한 뒤, 페인스타인은 정의로운 도시를 만들기 위한 몇 가지 지침을 제시한다. 그중 주택정책을 특히 강조한다. “신규 주택 개발은 모든 사람에게 양질의 주택과 적절한 생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중위 소득 미만 가구를 위한 주택을 제공해야 한다.”(236쪽), “저렴하게 개발된 주택은 저렴한 주택으로 남아 있거나 하나를 없애면 다른 하나를 제공하는 일대일 대체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237쪽)는 전략이 우선 제시된다. 개발사업 추진에 따라 주거 기회가 줄어드는 중저소득 가구의 상황을 인지하고, 개발이익을 이들의 주거 기회를 유지하거나 제고시키는 데 사용하기를 요청한다. 이에 페인스타인 교수가 제안한 정의영향평가와 유사하게, 개발사업이 중저소득층 주거 기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주거영향평가를 시행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 볼 만하다. 비슷한 맥락으로 페인스타인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경제개발 또는 지역사회의 균형을 달성하기 위해 일반 가구나 사업체가 타의에 의해 이전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정의도시의 주요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237쪽). 이는 개발계획을 수립·시행하는 과정에서 법적인 이주 및 보상 대책만 마련하고 있는, 그리고 1/2, 2/3, 3/4의 동의만으로도 나머지 소유자에 대한 수용이 가능한 국내 개발 및 정비사업이 귀담아들어야 할 부분이다. 결국 국내에서 정의로운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명제에는 누구나 공감하면서도 쉽게 만들지 못하는 까닭은 작금의 도시계획체계 내에서 경제성장, 경쟁력 강화 등의 목적으로 추진되는 개발프로젝트가 주거 기회, 비자발적 이주 등에 미치는 영향을 엄밀하게 분석하고, 모니터링하며, 대응하는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정의가 중요하다면 이 시스템을 만들고 정교화하려는 노력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새 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프로젝트를 짧은 임기 내에 달성해야 하는 과정에서 이 시스템의 구축은 사치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과연 이에 대해 페인스타인은 어떤 대안을 줄 수 있을까? 전체적으로 번역이 매끄럽다. 특히 전문지식에 대해 각주로 제공되는 해설, 무엇보다 책이 발간된 이후 지금까지 달라진 상황들에 대한 업데이트는 유익하다. 정의에 대한 이론적 논의가 따분하게 느껴진다면 3장부터 나오는 사례들을 먼저 읽기를 권한다. 그래서 정의로운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결론부터 알고 싶다면 책 말미의 ‘계획 및 정책을 위한 지침적 원칙들’을 먼저 읽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