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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32.10953-24-3

- 서명: 침몰하는 일본은행? : 기로에 선 중앙은행, 시련과 고뇌의 사반세기

- 편/저자: 니시노 도모히코

- 발행처: 가갸날()

서평
 ‘정책 공조와 독립성’ 그 어딘가에서, 일본은행의 고뇌의 역사
서평자
 김승현,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동아시아팀 전문연구원
발행사항
 687 ( 2024-07-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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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독립’을 향한 여정의 시작
제1장 마쓰시타松下 시대
일본은행법 개정과 금융위기 1996~1998
제2장 하야미速水 시대
독립성이라는 함정 1998~2003
제3장 후쿠이福井 시대
반전공세, 양의 팽창과 수축 2003~2008
제4장 시라카와白川 시대
다시 찾아온 위기, 정계와의 불화 2008~2013
제5장 구로다黒田 시대
목표 미달, 그리고 표류 2013~2023
에필로그: 코로나 쇼크, 그리고 총리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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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미는 “토지, 비료, 햇볕 등이 식물이 자라는 환경을 만들어 주지 않는 한 아무리 물을 뿌려도 철벅철벅할 뿐”이라며 추가완화보다는 부실채권 처리 등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 139쪽 일본은행이 2013년 4월 양적‧질적 금융완화정책을 도입한 이후 약 10년의 세월이 흐르고 있다. 당시 일본은행 총재였던 구로다는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해 “2%의 물가상승률을 2년 이내에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총재의 목표와는 달리 일본은행이 디플레이션을 극복했다는 선언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으며, 금융완화정책은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 기간에 일본은행의 정책은 본원통화 확대에서 위험자산 매입, 장‧단기 금리 조절 등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계속 변모해 왔다. 또한 일본은행의 정책이 장기화함에 따라 매입한 국채의 규모는 2024년 3월 기준 약 590조 엔에 육박하였는데, 이는 발행된 국채 전체의 약 54%(잔액 기준) 수준이다. 일본은행은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규모로 과감하게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이제는 그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필자는 일본은행이 정책을 도입한 시점부터 정책 추진과 그 달성 여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왔다. 장기간 이어져 오고 있는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과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2장 ‘하야미 시대’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일본은행도 이미 15년 전에 인플레이션 목표치 설정이 어렵기도 하고, 정책을 장기화할 경우 효과는 적지만 부작용은 크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정책이 이어져 오고 있다는 사실은 그 점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은행은 왜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는 목표를 고수하고 있는가? 일본은행이 목표를 중간에 변경하거나 현실 가능한 목표로 선회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은 통화정책을 공부하거나 일본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질문이다. 이 책은 그러한 독자의 궁금증을 다소 해소하는 데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은행 개정법 당시 총재였던 마쓰시타 시대 때부터 현재의 금융완화정책을 도입한 구로다 시대에 걸쳐 총 5명의 총재 재임 기간에 있었던 일본은행의 고민과 시련의 순간들을 사실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특히 총재나 주변 주위 인물들의 발언이 어느 순간에 어떻게 나왔는지도 각주 등을 통해 자세하게 뒷받침함으로써 당시 상황들을 더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필자도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재 일본은행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과거의 사례들이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필자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제2장 하야미 시대이다. 하야미 전 총재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의 독립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를 관철하려 노력한 것 같다. 제로금리 해제를 밀어붙인 점이나, 추가 양적완화보다는 부실채권 처리 등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점이다. 특히 하야미가 주장한 구조개혁은 일차적으로 부실채권 처리에 적용되지만, 어떻게 보면 그동안 장기적으로 이어져 온 디플레이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했을 것이기도 하다. 장기간 이어져 온 디플레이션 심리를 통화정책으로 극복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책의 머리말에 언급된 순자의 격언인 ‘궁불곤우의불쇠(窮不困憂意不衰)’를 인용하고자 한다. ‘어려운 처지에서 곤혹스러워하지 않고, 우환이 있더라도 뜻을 꺾지 않는다’는 뜻이다. 시련의 순간에서 결정에 고민하는 역대 총재들의 고뇌가 잘 함축된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이 고민은 이제 통화정책 정상화 단계를 추진할 현 일본은행 우에다 총재와 관계자들에게로 넘어간 것 같다. 향후 어떤 일이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자는 집필 의도와 관련하여 머리말에서 “장차 후세들이 금융경제에서 상상 이상의 곤경에 직면해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을 품을 때 그 답을 찾는 실마리를 남겨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필자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실마리를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다. 따라서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해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이 서적이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와 같은 도움을 얻기를 바라며 부족한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