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표지이미지

- 청구기호: 363.73874-24-72

- 서명: 폭염 살인 : 폭주하는 더위는 어떻게 우리 삶을 파괴하는가

- 편/저자: 제프 구델

- 발행처: 웅진지식하우스()

서평
 우리 모두는 “폭염 살인”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다.
서평자
 이혜경,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입법조사관
발행사항
 696 ( 2024-09-25 )

목차보기더보기

프롤로그 낭만은 끝났다
1장 일가족 참변
2장 열과 진화
3장 열섬
4장 기후 이주
5장 범죄 현장
6장 마법의 계곡
7장 해양 폭염
8장 땀의 경제
9장 세상 끝의 얼음
10장 모기라는 매개체
11장 값싼 냉기
12장 폭염 경보
13장 행동 강령
14장 북극곰
에필로그 위대한 이야기

서평보기더보기

“독자가 더위를 다른 방식으로 생각했으면 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 여기서 말하는 더위는 … 나를 죽일 수도 있는 그런 힘이다. 이런 더위가 … 다음에 어디서 나타날지 과학자들도 아직 온전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확실히 아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 우리에게 닥쳐오기 시작한 이 더위는 화석연료를 태운 결과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극단적인 더위는 … 인류 문명의 유산이다.” - 41~42쪽 이 책은 제목부터 강렬하다. 『폭염 살인』. 그런데 영어로 된 원제는 더욱 강렬하다. 『The heat will kill you first(폭염이 당신 먼저 죽일 것이다)』. 10년 넘게 국회에서 기후변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도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제목이 다소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책의 내용에 비해 책 제목이 상당히 순한 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진실, 이 책이 말하고 싶었던 바에 더 부합하는 제목은 “화석연료에 중독된 우리는 모두 폭염 살인의 공범이면서 예외 없는 잠재적 피해자다.”인지도 모르겠다. 우선 왜 우리 모두가 폭염 살인자인가? 저명한 저널리스트답게 저자는 전 세계에서 목격한 생생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사례는 에어컨이었다. 점점 심각해지는 폭염 속에서 지구 곳곳은 에어컨 없이 생활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 하지만 순간적인 편리함 뒤에는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첫째, 사실 에어컨은 실내 온도를 낮추는 동시에 외부로 열을 배출하여 도시 열섬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 둘째,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국가에서는 에어컨의 사용 증가가 곧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이어지고,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야기하여 기후변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셋째, 이미 전 세계적으로 건물 에너지 소비의 20%를 에어컨이 차지하고 있는데, 외부 온도가 상승할수록 에어컨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량도 급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바깥 기온이 35°C에서 36.6°C로 높아질 경우 실내 온도를 23.8°C 정도로 유지하는데 1.3배의 에너지가 더 필요하다고 한다. 넷째, 에어컨의 보급률도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 설치된 1인용 에어컨이 10억 대가 넘어 일곱 명 중 한 명은 개인용 에어컨을 가진 셈인데, 2050년에는 45억 대가 넘어 휴대전화만큼 흔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인류는 점점 더 에어컨의 순간적 안락함에 중독되고 있고, 그 결과 그 누구도 “폭주하는 더위, 인류 모두가 공범”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동시에 왜 우리는 모두 잠재적 피해자인가? 저자는 “혼자 사는 노인이나 집에 에어컨이 없는 가난한 이들, 혹은 속수무책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죽는다. 이런 면에서 보면 폭염은 힘없는 사람들을 도태시키는 약육강식의 현장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도 언젠가는 변할 것이다. 폭염이 더 강력해지고 빈번해지면서 더 많은 사람이 평등하게 폭염의 피해를 볼 테니 말이다.”라며 “폭염 앞에서 비로소 평등해질 세계”를 역설적으로 예견하고 있다. 사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폭염이 덜한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에어컨을 켜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하여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어지고 있고, 너도나도 에어컨을 최대한 가동하면서 전력수요가 갑자기 치솟아 정전 사태라도 발생하면, 누구라도 폭염 살인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극단적 더위에 노출되어 체온이 40°C가 넘으면 온몸의 세포가 망가지거나 녹아내리고, 혈액 안의 응고 연쇄 반응이 일어나 온몸 구석구석 출혈이 생긴다. 이 죽음의 소용돌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불편한 더위를 넘어, 지구를 들끓게(global boiling) 만들어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24년 한가위에는 폭염특보가 내려지고, 열대야를 기록하며 추석(秋夕)이 아닌 하석(夏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례적인 폭염이 이어졌다. “이번 여름이 남은 인생 중에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수 있으니 조금이라도 더 시원할 때 즐기라”는 경고가 농담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만약 우리가 에어컨에 더욱 의지하는 방식으로 이 살인적인 폭염에 대처해 나간다면, 폭염 살인을 야기한 공범이면서, 피해자가 되는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화석연료의 중독을 끊을 수 있는 지혜, 용기, 정치적 지도력”을 발휘하면 폭염 살인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 있다고 탈출구를 제시한다. 폭염 살인의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보다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 저자의 호소에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