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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155.2-24-4

- 서명: ‘나’라는 착각 : 뇌는 어떻게 인간의 정체성을 발명하는가

- 편/저자: 그레고리 번스

- 발행처: 흐름출판()

서평
 어차피 착각인 ‘나’,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보기
서평자
 황혜진,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발행사항
 699 ( 2024-1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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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편집된 자아
1장 우리는 시뮬레이션이다
2장 최초의 기억들
3장 뇌는 불완전한 편집자
4장 추측하는 뇌
5장 자아를 찾아서
6장 내 안의 다중 인격들
7장 내가 믿는 이야기가 나를 만든다
8장 최초의 이야기
제2부 만들어진 자아
9장 진화는 개인주의를 싫어한다
10장 나의 선택이라는 착각
11장 믿음, 신앙, 신성한 가치들
12장 일반인과 살인자의 뇌는 다를까
13장 뇌를 절반만 가진 남자
제3부 꿈꾸는 자아
14장 나는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15장 쓰레기를 읽으면 쓰레기가 된다
16장 변화의 동력, 후회
17장 진짜 원하는 나를 찾아서
18장 미래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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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소비하는 이야기, 특히 당신이 읽는 이야기는 마음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 당신이 소비하는 이야기는 당신의 일부가 되고, 감각 중추의 반복적인 자극은 근육 기억과 동등한 서사를 형성한다. 그리고 당신의 뇌는 이러한 서사의 원형에 익숙해진다.” - 278쪽 데카르트는 의심이 생길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제쳐놓는 방법적 회의를 거쳐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제를 도출하였다. 이 책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망상이다.”라는 첫 문장으로 데카르트 명제에 대한 정면 승부를 예고한다. 책의 저자인 그레고리 번스는 정신과 의사로서의 경험을 가졌으며, 뇌과학, 그중 계산신경학, 뇌영상학을 전공하는 교수다. 뇌과학을 바탕으로 이성적인 ‘나’라는 관념을 해체하고자 하는 그는 오히려 내가 생각하기 때문에 통일적이고 확고한 자아정체성이란 망상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의 1부는 ‘편집된 자아’라는 제목을 갖는다. 편집 주체는 바로 뇌이다. 뇌가 편집하는 방식은 ‘압축’과 ‘예측’, ‘해리’로 정리된다. 뇌는 발생하는 모든 것을 기록·재생하기에 용량이 부족하여 정보를 압축해 저장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야기 형식의 스키마가 활용된다. 불완전하게 압축된 과거 기억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모형이 된다. 즉, 미래는 과거의 거울일 뿐이다. 또, 해리는 정상적인 인지 과정으로서 유체 이탈하듯 다양한 자아를 갖게 한다. 뇌의 모든 편집 과정을 한데 연결해 자아를 형성하는 것이 바로 서사다. 서사를 통해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와 연결되며 미래의 자아로 확장된다. 이런 의미에서 서사는 정체성의 핵심을 이룬다. 2부의 제목은 ‘만들어진 자아’다. 이 장에서는 자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다루고 있다. 결론은 자아는 사회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순응하도록 진화했다. 다른 사람과 달리 혼자 정답을 맞힌 사람의 뇌에서는 스스로 생각하려는 사고 활동이 감소했으며, 고통과 관련된 편도체가 활성화되었다. 이는 자기 생각과 믿음을 밀고 나가는 결정이 스트레스를 불러오니 대세를 따르는 게 편하다는 불편한 진실을 말해준다. 이 책의 3부는 “나는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장으로 시작하며 여기서는 이야기로 자아를 바꾸는 원리와 방법이 제시된다. 우선 저자는 좋은 책을 읽으며 경험의 폭을 넓히라 권한다. 이 상식적 메시지가 뇌과학적 실험으로 증명되니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린다. 저자는 문학을 통한 뇌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책 읽는 기간 뇌를 측정하는 실험을 기획하였다. 장편소설을 나누어 읽히고 매일 뇌를 스캔하였다. 그 결과, 언어를 이해하는 데 관여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었다. 마치 운동한 다음 날 근육이 활성화되듯이 읽기는 뇌를 변화시킨 것이다. 또, 촉각이나 운동 관련 자극을 처리하는 감각운동대의 활동 변화가 감지되었다. 이는 독자가 주인공의 몸 안에 들어간 것처럼 느꼈기에 초래된 변화다. 그런데 언어 관련 뇌 활성화는 읽기 기간에만 감지된 데 비해 촉각, 운동 관련 뇌 영역의 변화는 읽기가 완료된 후에도 지속되었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간접경험을 하는 게 아니라 직접 경험하는 것처럼 반응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소설은 주인공의 몸에 들어가 그 세계를 살아보는 체험을 갖게 하기에 우리의 일부가 되며, 소설에 대한 기억은 삶의 사건을 해석하는 뇌의 모형에 영향을 주고, 그 서사 구조에 익숙하게 만든다. 그러니 읽는 것이 내가 되는 것이다. 책의 말미에는 자아를 다시 쓰고, 새로 쓰는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이를테면, 미래로 시간을 이동시키고 가상의 후회를 사용해 현재의 후회를 줄이는 방법, 자아의 아바타를 만들어 아바타의 삶을 스토리텔링 하는 방법 등 따라 해 볼 만한 방법들이 제안되었다.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자아를 빚어내는 문학과 예술의 힘에 대해 줄곧 강조한다. 저자는 우리가 보고 듣는 이야기가 우리 인생을, 그리고 우리를 만든다고 역설하는데, 사실 이런 주장은 한국문학치료학회에서 20년째 줄기차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 내면의 문학인 ‘자기서사’를 건강하게 변화시키기 위해 문학과 예술을 활용하는 문학치료의 이론과 방법은 ‘내가 읽는 이야기가 나를 만든다’는 저자의 주장을 이론적, 실천적으로 구현해 왔다. 인문학적 통찰이 뇌과학으로 증명되어 고맙고 반가운 마음이다. 이 책을 읽고 자아를 변화시켜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문학치료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