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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07.76-24-25

- 서명: 도시에 대한 권리

- 편/저자: 앙리 르페브르

- 발행처: 이숲()

서평
 우리 사회는 작품으로서의 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
서평자
 황진태,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발행사항
 702 ( 2024-1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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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산업화와 도시화 - 첫 번째 개요
제2장 철학과 도시
제3장 단편적인 과학과 도시 현실
제4장 도시의 철학과 도시계획의 이념
제5장 도시의 특수성 - 도시와 작품
제6장 연속성과 불연속성
제7장 현실의 수준과 분석의 수준
제8장 도시와 농촌
제9장 결정적 지점의 주변
제10장 도시 형태에 관해
제11장 스펙트럼 분석
제12장 도시에 대한 권리
제13장 관점인가, 전망인가?
제14장 철학의 실현
제15장 도시와 도회지와 도시계획에 관한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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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단순한 물질적 제품이 아니라 예술적 결과물에 가까운 작품이다. 만약 도시의 생산과 도시 안에서 사회적 관계의 생산이 있다면, 그것은 사물의 생산이라기보다 인간에 의한 인간의 생산과 재생산이다.” - 107~108쪽 프랑스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이며 공간이론가인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는 1968년 3월 『도시에 대한 권리』를 출간했다. 그해 5월 프랑스에서는 68혁명이 발생했다. 르페브르는 혁명을 예견하고 책을 썼을까? 본래 르페브르는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 출간 백 주년을 기념하는 취지에서 책을 썼다고 하니 68혁명과의 직접적 관계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세계를 해석하기만 하고 변혁하지 않았다는 마르크스의 발언을 상기하면, 의도했건 안 했건 간에 『도시에 대한 권리』는 세계를 변혁하려는 68혁명과 전혀 무관한 것도 아니었다. ‘도시에 대한 권리’라는 용어는 68혁명의 구호 중 하나였고, 혁명에 참여한 많은 청년이 『도시에 대한 권리』를 읽었다. 1968년 프랑스의 데자뷔(기시감)를 40년 후 한국 사회가 경험했다. 2008년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적인 촛불집회를 통해 시민들은 광장을 점거했다. 2010년에는 한국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리자, 정부는 거리 정화를 명목으로 노점상, 노숙인들을 쫓아냈고 여러 거리에서 반세계화 투쟁이 열렸다. 광장, 거리를 점거하거나 빼앗긴 경험을 통해 시민들은 사회운동에서 공간의 중요성을 막연하게나마 깨달았다. 2010년 초, 필자와 중부대 강현수 교수는 진보적 공간 연구를 주도하는 한국공간환경학회에서 ‘도시에 대한 권리’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다양한 전공의 학자들과 인권운동 활동가들이 모였고, 1년의 세미나를 거쳐서 『도시와 권리: 현대도시권리담론』이 출간되었다. 세미나에서 도시에 대한 권리 논의는 르페브르의 글들을 선별, 번역한 영문판 『Writings on Cities』(1996년 출간)을 통해 접했다. 이번에 출간된 『도시에 대한 권리』의 글들도 포함되었다. 당시 세미나에서 연구자들 간에 해석을 둘러싼 여러 논쟁이 잦았던 게 떠오른다. 르페브르의 글이 워낙 추상적인 탓에 독자에게 쉽게 읽히지 않은 것도 논쟁 촉발의 원인이었다. 이번에 불어판을 번역한 『도시에 대한 권리』도 쉽게 읽히지 않는 건 번역자의 잘못이 아니라 르페브르 덕분이다. 그런데 어쩌면 르페브르이기에 이러한 난해한 글쓰기에 대한 면죄부를 받는 것일 수도 있다. 매번 읽을 때마다 정확한 답을 찾기보다 새로운 영감, 해석을 유발하게 만드는 그의 오묘한 텍스트 덕분에 독자들은 기존 해석을 따르지 않고, 거리에 나서는 실천을 했을 거란 추정을 해본다. 르페브르는 도시에 대한 권리가 작품에 대한 권리, 참여의 권리, 전유의 권리로 구성된다고 보았다. 여기서 눈여겨볼 지점은 작품에 대한 권리다. 그는 도시를 작품으로 간주한다. 예술 작품처럼 예술가 개인이 만든 것이 아니라 작품으로서의 도시는 다양한 도시민들이 함께 만드는 ‘집합적 작품’을 의미한다. 즉, 도시는 본래부터 교환과 교환가치의 장(場)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여 공공성을 형성하고 사용 가치를 중시했는데, 자본주의가 확산하면서 돈이 없어도 다른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을 도시에서 쫓아냈다. 르페브르가 목격한 1960년대 프랑스의 도시풍경은 오늘날 한국의 도시들에서도 확인된다. ‘돈 안 되는’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들이 장소의 매력을 한껏 높이고, 덩달아 높아진 지대로 인해 예술가들이 쫓겨나는 역설적 현상을 가리키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전국 곳곳(경리단길, 황리단길, 해리단길)에서 발생하면서 한국의 도시들도 더 이상 작품이 아니게 된 것이다. 도시에 대한 권리가 누군가에게는 ‘살벌하게 급진적’인 개념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유엔 해비타트, 유네스코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이미 도시에 대한 권리를 명문화한 헌장을 발표했고, 세계 각국의 도시들은 국제기구가 발표한 헌장을 각 도시의 사정에 맞게 제도화했다. 『도시와 권리』의 출간도 국내 지자체가 도시정부 차원의 인권 조례를 만들게 한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도시에 대한 권리는 사회운동부터 법, 제도의 영역까지 다양하게 전유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보다 지속 가능하고 정의롭고 행복한 ‘작품’으로 만드는 데 관심 있는 시민이라면 『도시에 대한 권리』의 일독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