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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20.973-24-7

- 서명: 미국을 안다는 착각 : 전 세계를 지배하는 진짜 힘의 실체는 무엇인가

- 편/저자: 김봉중

- 발행처: 빅피시()

서평
 명백한 운명 그리고 민주주의
서평자
 윤성원,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발행사항
 712 ( 2025-0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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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우리는 초강대국 미국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1. POLITICS
당신이 몰랐던 미국 정치ㆍ외교ㆍ군사력의 실체
2. ECONOMY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어떻게 변화할까?
3. REGION
갈등과 통합의 거점들, 미국을 빚어낸 지역의 힘
4. SOCIETY
자유와 평등의 모순 속에서 분열하는 미국 사회
5. CULTURE
아메리칸드림이 낳은 문화 강국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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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국에게 ‘특별한’ 존재는 아니다. 다만 한국이 스스로의 능력으로 ‘특별한’ 존재가 되었을 뿐이다. 한 나라의 운명은 그 나라 국민들이 책임을 지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 83쪽 미국은 단일하지 않다. 미국이라는 실체는 단순히 부분의 총합으로 표현될 수 없다. 50개 주의 결합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융합도 미국을 온전히 나타내지는 못한다. 미국은 은성하고 자애로우나, 또한 거칠고 오만하다. 관계적이면서도 이질적인 요소 간의 결착이다. 문명과 야만, 빛과 어두움이 공존한다. 그런 차원에서 미국은 그것이 포괄하는 요소들이 창출하는 ‘역동성’이다. 달리 말해 미국은 고정된 실체라기보다는 하나의 패턴이자 게슈탈트*다. 미국을 안다는 착각은 게슈탈트로서의 미국이 지니는 특징을 간과하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미국은 ‘시행착오’의 국가다. 자유주의, 민주주의, 자본주의… 그 어느 것 하나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물론 미국은 그러한 시행착오를 통해 초강대국이 되었다. 현재의 미국을 이해하기 위해 미국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불가결한 이유다. 궁극적 목적은 무엇보다 미국의 어제와 오늘을 통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발견하는 데 있다. “우리가 세계 속의 강국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미국의 시행착오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의 핵심이다. 이 책은 읽기 편하다. 독자 지향적이다. ‘전체’로서의 미국을 정치, 경제, 지역, 사회, 문화 현상으로 구분해 쉽게 설명한다. 이 다섯 가지 현상이 ‘미국’이라는 키워드를 매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연방과 주 간의 권력 갈등, 시계추처럼 움직이는 외교 노선, 금융패권 장악과 미‧중 패권 경쟁, 바이블 벨트로 상징되는 지역주의, 반이민 정서, 아메리칸드림의 양면성 등이 통시적‧공시적으로 이어짐을 일깨운다. 무엇보다 관련 현상을 설명하는 역사적 사실과 에피소드가 풍성하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사진과 도표, 지도는 독자의 이해를 높인다. 미국적 현상에 대한 해석과 예측도 녹아 있다. 역사적 식견에 입각한 저자의 객관적 시각이 느껴진다. 책에 숨겨진 또 다른 핵심 요소는 ‘전쟁’이다. 저자는 전쟁을 키워드로 특정해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전쟁의 기억은 미국 역사를 관통한다. 단순한 권력 전쟁이 아닌 물리적 전쟁이다. 전쟁은 미국에 극적인 전환점을 제공했다. 전쟁은 미국에 번영과 쇠퇴의 갈림길을 부여한 핵심 변수다. 미국의 탄생 자체가 독립전쟁의 결과였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1848년 멕시코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서부 개척의 시대가 본격화했다.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은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으로 이어졌다. 뉴욕은 양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남북전쟁은 워싱턴 D.C.를 도시답게 성장시켰다. 달러가 기축통화로 부상한 것은 전후 체제를 상징하는 브레턴우즈 협정의 결과였으며, 브레턴우즈 체제를 붕괴시킨 것 역시 베트남전쟁이었다. 9.11을 계기로 본격화한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의 압도적 힘과 오만함을 동시에 드러냈다. 이후 미국은 현재까지 ‘쇠퇴론’에 시달리고 있다. 찰스 틸리는 “전쟁은 국가를 만들고, 국가는 전쟁을 수행한다.”고 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과 함께 시작된 미국의 전쟁은 한국의 독립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본래 미국에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다. 냉전의 최전선에서 미국이 수호해야 할 이데올로기적 가치를 표상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6.25 전쟁 이후 한국은 전 세계 식민지 출신 국가 중 반세기 만에 산업화, 민주화, 자유화, 정보화를 모두 성공적으로 달성한 유일한 사례로 남았다. 한국은 ‘스스로의 능력으로’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조지 워싱턴은 신과 같은 존재였지만 종신 대통령직을 거부하고 정계에서 은퇴했다. 그는 ‘미국의 민주주의에 남긴 거대한 역사의 유산’이 되었다. 오늘날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논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저자의 지적대로 “광범위한 역사적 흐름에서 보면 미국의 민주주의는 큰 흔들림이 없다.” 2024년 12월, 한국의 민주주의 역시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흔들림 없는 민주주의를 견지하며 ‘특별한’ 국가로서 세계 속의 강국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것이 미국의 역사가 한국의 오늘에 던지는 교훈이며, 한국이 져야 할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이다. ------------------------------------------------------- * Gestalt, 독일어로 전체적 모양, 형태, 무늬, 모습, 형상 등을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