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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31.20973-24-1

- 서명: 정상 과로 : 유연하지 않은 유연 근무에서 벗어나기

- 편/저자: 에린 L. 켈리, 필리스 모엔

- 발행처: 이음()

서평
 정상 과로 : 현대 노동 문화의 정상화된 비정상을 향한 질문과 대안
서평자
 손연정,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발행사항
 716 ( 2025-0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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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문제 제기
1장 오래된 규칙 그리고 새로운 현실
2장 과부하
3장 우리는 왜 이런 상황에 처했는가? 그리고 그건 왜 중요한가?
2부 잠재적 해결책
4장 이중 의제 업무 재설계
5장 업무 재설계가 기업에 미친 영향
6장 건강, 삶의 질, 그리고 개인적 삶에 대한 업무 재설계의 혜택
3부 앞날 내다보기
7장 2보 전진, 1보 후퇴
8장 정상적이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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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과 가정이 연결되고 갈등하는 방식이 아니라 업무 강도가 높아지는 것 자체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찾으려 시도한다.” - 41쪽 ‘네모난 동그라미’ 같은 모순된 표현을 형용모순이라 한다. 책 제목인 『정상 과로』와 부제 ‘유연하지 않은 유연 근무에서 벗어나기’는 이러한 형용모순을 담고 있다. 겉으로는 논리적 모순처럼 보이지만, 이 표현은 중요한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과로는 더 이상 비정상이 아니다. 오히려 성실함과 생산성을 상징하며 정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정상 과로』는 이러한 ‘정상 과로’ 현상의 이면을 철저히 분석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인 에린 L. 켈리(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와 필리스 모엔(미네소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은 과로가 정상으로 여겨지게 된 배경을 사회, 경제, 문화, 기술적 측면에서 다각도로 분석하며, 특히 ‘과부하’라는 개념에 주목한다. 과부하는 ‘자원 대비 업무 요구가 비현실적’인 상태로 정의되며, 저자들은 필요하거나 기대하는 바를 달성하기에는 너무 많은 요구와 너무 적은 자원(시간 또는 직원 등)이 과부하의 원인이라고 역설한다. 참고로 이 책의 원어 제목도 과부하를 뜻하는 『Overload』다. 이 책은 과부하가 어떻게 ‘성공’, ‘노력’, ‘책임감’과 같은 긍정적 가치로 포장되어 현대 직장 문화를 지배하게 되었는지를 탐구한다. 저자들은 ‘이상적 근로자’에 대한 기대와 디지털 기술 발전에 의한 업무의 24시간 연결성, 자동화와 AI로 인한 고용 불안 등이 과부하를 만들어냈다고 비판한다. 또한, 과로를 정상으로 여기는 문화가 개인의 건강과 삶뿐만 아니라 조직의 지속 가능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이 책은 단순히 현상을 비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대규모 조직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업무 환경 설계 방안을 제안한다. 저자들은 미국 IT 대기업에서 5년에 걸친 엄격한 현장 실험을 통해 새로운 업무 수행 방식을 검증했다. 직원들이 근무 시간과 장소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며 관리자는 직원의 개인 및 가족생활을 지지하는 동시에 직원의 업무 수행을 지원한다. 비효율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업무를 줄이고 장시간 근무가 아닌 결과를 중심으로 직원의 기여를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관리자는 통제 대신 신뢰와 자율성을 기반으로 직원들을 지원해야 한다. 저자들은 이러한 업무 재설계 방식을 통해 다양한 업무 수행 방식이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도록 게임의 규칙을 바꿔야 함을 강조한다. 이 책은 과로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 바라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례와 실험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저자들이 제안하는 대안이 모든 조직에 당장 적용되기는 어렵겠지만, 개인과 조직 모두를 위한 실천적 대안으로 충분히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 저자들이 속한 연구팀인 ‘일, 가족, 건강 네트워크’ 웹사이트에는 책에서 제안한 업무 재설계 방안에 관한 구체적인 매뉴얼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OECD 회원국 중 근로 시간이 가장 긴 국가 중 하나다(2022년 기준 연간 근로 시간: 미국 1,810시간, 한국 1,874시간). 미국의 「공정근로기준법」에는 주당 최대 노동시간에 관한 규정이 없고, 임금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인 전문직·사무직 근로자에게는 초과근로수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 하지만 장시간 노동 문제와 노동자들의 일·생활 균형 요구가 커지면서 최근 주 4일제와 같은 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진행 중이며, 초과근로수당 대상을 확대하려는 제도 개선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저자들 역시 정상적이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안전망과 노동 규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노동시간에 관한 법적 기준은 문화적 규범으로서 더욱 적정한 경계를 설정하고 심각한 경우 법으로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근로 시간 규제 외에도 프랑스의 ‘연결 해제 권리’*와 영국, 호주, 독일의 유연근무 청구권 제도 등은 ‘실행 가능한 기준’의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이 책의 문제의식과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과부하에 시달리지 않고, 일 때문에 삶의 질을 희생하지 않는 균형 잡힌 사회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 업무 시간 외에 업무와 관련된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