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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23.5-10-3

- 서명: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

- 편/저자: Robert A. Dahl

- 발행처: 후마니타스(2010-08)

서평
 평범한 보통사람들에 의해 실현 가능한 민주주의를 향하여
서평자
 박찬표,목포대학교 정치언론홍보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정치학 박사, 국회도서관 의회정보자문위원
발행사항
 5 ( 2010-1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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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2. 정치적 평등은 이성적으로 합당한 목표인가?
3. 정치적 평등이라는 목표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가?
4. 감정의 역할이 중시되어야 하는 이유
5. 정치적 평등, 인간의 본성 그리고 사회
6. 정치적 불평등은 심화될 것인가?
7. 정치적 불평등이 약화될지도 모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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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모든 시민들이 정치적으로 평등하다는 전제 위에 성립한다. 보통평등선거권은 이를 상징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 하에서 과연 모든 시민들은 정치적으로 평등할까? 사회경제적 지위나 부에 있어 엄청난 불평등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시민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어떻게 평등할 수 있는가?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정치적 평등은 이성적으로 합당한 동시에 경험적으로 실현 가능한 목표가 될 수 있는가? 더욱이 물질적 부나 개인의 안락 등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시민들은 과연 공적 의제와 관련된 정치적 평등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고 추구하기는 하는 것일까?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민주주의는 실천 가능한 목표가 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민주주의 이론 분야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학자로 평가되는 로버트 달은, 91세의 나이에 저술한, 자신의 마지막 저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에서 민주주의의 기반이자 이상이라 할 수 있는 ‘정치적 평등’의 문제와 관련된 이러한 근본적 질문들에 대해 답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달은 정치적 평등이 도덕적·현실적으로 합당한 목표 내지 이상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현 가능한 목표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달이 제기한 여러 질문들 중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정치적 평등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사람들을 추동하는 힘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왜냐하면 정치적 평등을 추구하는 행위가 인간이 가진 어떤 기본적인 본성에 기초하지 않는다면, 정치적 평등이라는 목표나 이상 자체가 부적절한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간으로 하여금 정치적 평등을 추구하게 만드는가? 즉 인간은 왜 정치적 평등을 추구하는가? 달은 그것이 인간의 이성 때문이 아니라 정서나 감성 또는 열정 때문이라 주장한다. 특히 어떤 숭고한 감정이 아니라 불평등에 대한 혐오, 질투심, 시기 등과 같이 우리 주변의 평범한 동료 인간들에서 발견되는 감정들이 정치적 평등을 향한 추동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달은 이러한 자신의 논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의나 공정함을 추구하게 하는 이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칸트를 비판하면서, 감정과 열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흄(David Hume)의 이론을 끌어 온다. 흄은 인간의 구체적 경험을 뛰어넘는 어떤 초월적·선험적 능력으로서 이성의 힘을 부정하면서, 우리가 현실에서 추구하는 도덕적 목표나 윤리적 목표는 이성이 아니라 감정과 열정에 의해 추동됨을 논증했다. 이러한 흄의 논의에 기초하여 달은 사람들이 소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려는 충동(‘소비주의 문화’)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행복이나 복지를 위해 정치에 개입하려는 또 다른 충동(‘시민권의 문화’) 역시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정치에 참여하려는 이러한 시민권의 문화가 소비주의 문화보다 우위에 서게 될 때 정치적 평등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달이 흄의 논의를 근거로 하여 감정과 열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정치적 평등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근본적 특성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것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평등에 대한 요구는 인간 본성에서 멀리 떨어진 것도 아니며, 특별히 어떤 시민적 덕성이 요구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감성과 열정 등 평범한 시민 모두가 갖는 인간의 어떤 특징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보통사람들에 의해 실현 가능한 민주주의를 한평생 추구해온 노학자의 열정이 생생히 느껴지는 역저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