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젊은 작가들의 '제2의 사춘기' 그 안에 담긴 불안과 우울을 탐색하다.
마음속에 스며드는 불안과 우울, 우리는 모두 ‘제2의 사춘기’를 앓고 있다!
불안의 연속이다.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만만치 않다.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직장, 더 나은 삶에 대한 열망이 행복이 아닌 불안을 키우고 있다. 소규모 미술무크지 <debut(데뷰)> 2호는 이를 ‘제2의 사춘기’라 부르기로 했다. 제1의 사춘기와는 분명 다른, 어느 날 문득 터무니없지만 정확하게 찾아온 느낌. 누군가 나를 비웃는 듯한 느낌, 나를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황량함, 감동도 방향도 없이 끝없이 추락하는 기분, 나를 감싸는 지루함과 권태로움, 아무데라도 떠나고 싶은 절박함……. ‘제2의 사춘기’를 살고 있는 우리를 위로하고 싶었다. ‘제2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33명 작가들의 인터뷰와 작품이 당신에게 따스한 위로를 전해줄 것이다. 분명히!
이제 우울은 하나의 장르다! ‘지금, 여기’ 아티스트 33인이 고백하는 ‘제2의 사춘기’
사는 게 왜 이 모양일까. 삶을 재단하는 규격이 있다면 형편없는 불량품 인생. 말은 생각을 따르지 못하고, 행동은 생각에 미치지 못하는 삶. 모든 문제가 나로부터 시작해 나에게로 끝나는 모양. 사랑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초라함. 삶의 곤경을 이겨낼 힘도 패배를 받아들일 용기도 없는 유약함. 내가 정한 원칙이 아니라 다른 이의 법을 따르는 비루함. 결국 살아가기에 급급한 비겁한 삶. 속절없이 사라지고 가뭇없이 저물어간 나의 꿈. 완벽한 패배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낙오자. 별안간 불쾌감이 엄습한다. 지금 존재하는 나는 누구일까?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불안의 연속이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처럼, 세상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액체와 같다.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직장, 더 나은 삶에 대한 열망은 행복이 아닌 불안만 키울 뿐이다. 그래, 사춘기다. 다시 찾아온 사춘기. 소규모 미술무크지 <debut(데뷰)> 2호의 제목을 ‘제2의 사춘기’라 붙였다. 제1의 사춘기와는 분명 다른, 어느 날 문득 터무니없지만 정확하게 찾아온 느낌. 누군가 나를 비웃는 듯한 기분. 나를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황량함. 감동도 방향도 없이 끝없이 추락하는 기분. 나를 감싸는 지루함과 권태로움.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수치심. 아무데라도 떠나고 싶은 절박함. ‘제2의 사춘기’를 살고 있는 바로 우리를 위로하고 싶었다. 우리는 환자다!
어떤 이는 잠시 쉬면 된다고 말한다. 오만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알량한 휴식이 아니라 완전한 재생이다. 우리 안의 사유와 의지, 느낌, 취향의 밑바닥을 뒤흔드는 충격이 필요하다. 그래서 찾아나섰다. 같은 곤고함을 등에 지고 신음하는 작가들을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이십대에서 사십대의 ‘젊은’ 작가들이다. 다시 찾아온 사춘기라는 희미한 감정을 이미지로 옮겨보려 노력한 이들이다. 모두들 우울과 불안이라는 테마에 어울리는 좋은 인터뷰와 작품으로 <debut>의 고민을 함께 나누었다. 미술평론가 고충환의 글은 지금 미술계에 감도는 우울의 실체를 사유케한다. 어떤 미술은 아름다우면 그만이지만, 어떤 미술은 삶에 팽팽한 긴장을 안겨줘야 한다. 미술은 삶의 공간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debut>의 믿음을 확인하기 위해 미술평론가 이선영의 글을 덧붙였다.
<debut>는 이름 그대로 미술계에 갓 데뷰를 앞둔 이들을 염두에 둔 책과 잡지의 경계물이다. 그래서 사십대 언저리를 살아가는 작가들에게는 미술대학에 다니거나 졸업을 앞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추가로 요청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미술의 존재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겸손함으로 살아가라고, 그 겸양에서 모든 것을 상상하는 힘이 나온다고, 미술가의 삶은 단조로움을 극복할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고, 그러니 가장 사소한 것에 흥미를 느껴야 한다고, 그 순간 미술은 곧 삶이 된다고 했다. 미술은 한 번쯤 살아볼만한 일이라는 그들의 말에 용기를 얻는다. 그림을 욕망의 구현이 아닌, 매일매일 감당해야 하는 숙제로 받아들이는 작가들을 본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미술은 기교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이다. 태도가 형식을 만든다. 대학에서의 ‘잘 그린’ 미술을 버려야 하는, ‘데뷰’를 앞둔 젊은 작가들이 선배들의 미술 여행에 동참해주면 바랄 게 없겠다. ‘지금 무슨 일을 하십니까?’라는 세상의 질문에 ‘그리는 자’라는 보이지 않는 명함을 내놓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해한다. 우울을 그리는 작가도 예상 밖으로 많았다. 우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아파하고, 우울을 그릴 수밖에 없는 내적 필연성을 갖춘 그들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단호했고 그만큼 세심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표현을 빌린다면 지극히 ‘윤리적’인 작가들이다. 지시가 아닌 ‘암시’로 우울을 견뎌내는 그들의 태도에 힘을 얻었다. 이 미친 세상에 슬퍼하거나 분노하는 이가 없다면 우리는 정말 절망했을 것이다. 우리는 아파해야 하고 슬퍼해야 하고 고통스러워해야 한다. 우리는 만져야 하고 건드려야 하고 닿아야 한다. 나는 우울한 풍경의 의식이다. 그 우울의 뉘앙스에 삶의 미학이 있다. 그 자리에 나의 삶과 너의 삶이 다르지 않다는 공감이 생겨난다. 그러니 당신도 우울해져라. 최선을 다해 자신을, 세상을, 시대를 의심하라. 우울은 더이상 하나의 테마가 아니다. 이제 우울은 하나의 장르다.
책속에서
자신이 정말 작가가 되고 싶은지 생각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왜 작업을 하고 싶은지, 어떤 작업을 하고 싶은지, 얼마만큼 하고 싶은지. 미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호기심이다. 끊임없이 현상에 대해 궁금해하고, 연구하고, 시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표현하는 것. - 작가 김산영
뭔가 표현하고 싶은, 말하고 싶은 욕구가 많아야 한다. 열정이 없는 학생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열정을 기반으로 한 자유로운 정신, 일정 정도 자신의 분야에 대한 역사 공부와 다양한 작품을 공부하고 연구함으로써 예술과 미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 미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로움이다. 내가 뭐하고 있는지 아는 것! 만약 작가라는 일을 하고 한평생 살고 싶다면 열심히 움직이라고 말하고 싶다. 열심히 보고 생각하고 기록하고 메모하고 고전을 연구하고, 이런 일들을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하다보면 정신도 빨리 성장할 것이고 작업도 빠른 속도로 성숙하게 될 것이다. - 작가 문성식
작업이 손에 잡히지 않는 날이 있다. 그럴 땐 그냥 다른 일을 한다. 때론 그런 날이 며칠 혹은 몇 달이 이어질 때도 있다. 그것이 우울한 감정이든 혹은 다른 어떤 감정이든, 모든 감정은 결국 작업에 도움이 되는 듯하다. 현대미술은 결국 사고력의 싸움이다. 손끝의 재능이나 감각을 키우는 훈련보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미래를 위한 투자이다. 미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작가들과 ‘다르게’ 사는 것. 대세를 따르지 않고 나만의 세계에 자부심 갖기. - 작가 이동기